4화 조금 더 이야기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
퇴근길, 회사 건물을 나서자 고요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재현은 무심코 하늘을 한번 올려다봤다.
평소처럼 피곤한 저녁인데 이상하게 기분이 가벼웠다.
아침에 본 메시지 때문일까.
하린의 말투, 미묘한 웃음 같은 게
계속 머릿속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내려두고
습관처럼 휴대폰을 확인했다.
하린이 마지막으로 보냈던 아침 메시지가
알림창에서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 ** : 방금 회사 도착했어요.
> 아침에… 덕분에 기분 좋게 시작했어요.**
재현은 그 문장을 한 번 더 읽었다.
“아침에 덕분에”라는 말이
괜히 마음 한가운데를 톡 하고 건드렸다.
문자를 바로 보낼까 하다
너무 들뜬 사람처럼 보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새 메시지를 눌렀다.
> ** : 저도요.
> 아침에 우연히 봤는데… 생각보다 반가웠어요.**
보내놓고 나서 휴대폰을 뒤집어놓았다.
너무 빠르게 확인하면 부담 줄까 봐.
하지만 결국 다시 뒤집어 확인했다.
그리고 조금 놀랐다.
답장이 바로 와 있었다.
> ** : 다행이에요.
> 전 혹시 바쁜데 말 걸어서 방해했나… 잠깐 걱정했거든요.**
재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느낌은 전혀 아니었으니까.
> ** : 방해라뇨.
> 오히려 지하철 놓친 것도… 별로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이상하게.**
보내고 나서 ‘이상하게’가 좀 오글거리나 싶어서
잠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이미 보낸 메시지였다.
몇 초 후, 울리는 알림.
> ** : 저도요.
> 놓치고 나서도 계속 생각났어요.
> 그냥… 오늘도 우연이라 그런지 더 오래 남더라고요.**
그 말이
이상하리만큼 조심스럽고 따뜻했다.
재현은 괜히 휴대폰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답장을 눌렀다.
> ** : 저만 그런 게 아니었네요.
> 별 얘긴 아니었는데… 계속 떠오르더라고요.**
그 뒤로 잠시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한 2~3분?
하지만 그 몇 분이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그러다, 다시.
> ** : 네. 그러니까…
> 괜히 더 궁금해졌어요.
> 어떤 분인지도,
> 사진은 어떤 느낌인지도.**
재현은 숨을 한번 천천히 들이쉬었다.
이건, 꽤 솔직한 말이었다.
오해하지 않게 부드럽게 답해야 하려나
몇 번쯤 문장을 지웠다 다시 쓰다 결국 이렇게 보냈다.
> ** : 그러면…
> 시간 괜찮으실 때
> 사진 보여드릴까요?
> 하린 씨가 궁금하다고 하셨으니까.**
보내놓고 가만히 화면을 바라보는데
마침 음식 배달 알림이 뜨면서 잠깐 시야가 바뀌었다.
그때 진동이 다시 울렸다.
너무 앞서 나가면 안 되니까
조금 조심스러운 톤으로 답장을 적었다.
> ** : 그럼 날짜 정해지면 알려주세요.
> 사진들도 정리해둘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하린의 메시지는
묘하게 오래 남았다.
> ** : 네.
> 오늘 얘기해서 좋았어요.
> 그냥… 편했어요. 이상하게.**
짧은 말이었는데,
그 말이 하루의 끝을 아주 조용하게 따뜻하게 바꿔버렸다.
재현은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 이거… 큰일 났네.”
뭔지는 몰라도
가볍게 스치는 인연은 아닌 것 같았다.
침대에 기대어 눈을 감으면서도
자꾸 생각이 떠올랐고,
또 웃음이 슬며시 올라왔다.
이제 다음은
‘우연’ 말고
‘약속하고 만나는 날’이다.
그리고 그게 왜 이렇게 기다려지는지
재현은 알고 싶으면서도
굳이 확인하고 싶진 않았다.
그냥… 좋은 예감 정도로 남겨두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