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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불안한 침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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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나는 벽시계를 확인했다. 시계는 이미 8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귀에 익숙해진 아침 햇살이 창문 너머로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지난 밤의 불안감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오준혁의 말과 행동이 계속 마음속을 파고들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빗으며 스스로를 다잡기 시작했다. '강아린, 정신 차려. 이건 계약일 뿐이야.'

하지만 그 생각은 곧이어 복잡하게 얽힌 감정 속으로 다시금 사라져 갔다. 결국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뚜렷했다. 가족의 부채, 병원비, 앞에 놓인 현실. 오준혁과의 계약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열쇠였다. 그렇기에 나는 흔들림 없이 오늘을 지내야 했다. 하지만 어젯밤 그의 강렬한 눈빛과 부드러운 목소리가 여전히 나를 휘감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인터폰이 울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버튼을 눌렀다.

"강아린 씨, 아침 준비됐습니다."

아침 식사는 사적인 시간이기에 나는 혼자 먹고 싶었다. 오준혁과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눈빛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펜트하우스 내 주방으로 내려가니, 오준혁이 이미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은 언제나 차가운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어딘가 피곤한 기색이 살짝 엿보였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음식 접시를 바라보며 잠시 침묵을 지켰다. 아무 말 없이 시간이 흘렀고,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오히려 그의 존재를 더 또렷하게 느끼고 있었다.

드디어 그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오늘은 일찍 나가야 해. 회의가 많으니까. 넌 준비됐지?"


"네, 준비됐어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사무적이었다. 나는 그의 모습에서 무언가를 읽으려고 애썼다. 어젯밤의 대화는 단지 꿈이었을까? 아니, 그 눈빛은 분명 현실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모습은 그저 차갑고 이성적인 오준혁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대로였다.

그러던 중, 갑자기 낮은 소리가 문 밖에서 들렸다. 그리고 곧이어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나는 놀라 입을 다물고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준혁도 곧바로 고개를 돌려 문을 응시했다. 그의 얼굴에 언제나 유지하던 냉정함이 미세한 경계감으로 뒤섞이기 시작했다.

"기다려. 내가 가보겠다."

오준혁은 냉정하게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멀리서 그를 지켜봤다. 누가 왔을까? 낯선 손님에게 여유롭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려는 듯, 그의 걸음걸이는 조심스러웠다. 마치 본능적으로 침입자의 낌새를 감지하듯이.

문이 열리면서, 나는 저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남자는 강렬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었다. 얼굴에 미소는 없었고, 표정은 무겁고 강렬했다. 그의 존재감이 공간을 지배하는 듯했다. 그가 누구일까? 오준혁과 무슨 관계가 있는 사람인가?

"오랜만이군."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오준혁은 한 손을 턱에 문지르며 그를 응시했다.

"들어와."

그는 안으로 들어왔고, 우리를 둘러보며 미세하게 눈을 떴다. 긴장감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나는 숨을 죽인 채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주의깊게 들었다.

"이 자리에 강아린 씨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역시나 여기 있었군."

남자가 나를 향해 눈길을 돌렸다. 나는 그의 시선에 깜짝 놀랐다. 오준혁의 눈빛이 깊은 강렬함을 띠며 남자를 제지했다.

"강아린은 내 계약 상대일 뿐이다. 불필요한 이야기는 삼가도록 해."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계약이지. 하지만 준혁아, 세상 모든 게 계약으로 끝나는 건 아니잖아?"

몇 마디로 상황이 더 이상해졌다. 이 남자와 오준혁 사이에는 무언가 복잡한 사연이 숨겨져 있는 듯 했다. 그들의 대화가 점점 더 예리하고 날카로워지는 것 같았다.

"여전히 날 믿지 못하나? 우린 아주 오랫동안 같은 비즈니스를 해오고 있었다구."

나는 그 불편함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무슨 일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오준혁의 페이스가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그의 옆에서 불안함을 쉽게 감출 수 없었다.

"강아린 씨, 이 자리에선 불필요한 긴장감을 갖지 않아도 돼."

오준혁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렸다. 그의 눈은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였다. 나는 그의 말을 믿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그 남자의 존재가 묘한 불안을 더했다.

"알겠어요. 저는 잠시 자리 비우겠습니다."

나는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그들의 대화는 더 이상 내 영역이 아니었다. 복도를 지나며 가슴이 쿵쿵 뛰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나마 폐쇄된 공간의 긴장감을 잊기 위해 스스로를 다잡았다.

방으로 돌아와 창밖을 바라보았다. 서울의 화려한 하늘 아래의 모든 것들이 어지러워 보였다. 오준혁과의 지난밤, 그리고 오늘 아침의 낯선 방문자는 나를 다시금 흔들고 있었다. 이 계약이 단순한 비즈니스로 끝날까? 아니면 그의 말처럼 이미 우리 사이의 경계가 넘어가버린 것일까?

그의 옆에서 나는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는 가장 깊은 두려움이 여전히 나를 맴돌고 있었다. 나는 그의 진심이 궁금했고, 그 속마음을 알기 위해 이번 계약을 넘어야만 했다. 그의 눈빛은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모든 게 또 다른 예고 없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다음 순간이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