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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폐허 속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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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캐한 화약 냄새가 공기를 메웠다. 이준호는 가라앉는 먼지를 가로지르며 엉망이 된 편의점 내부를 돌아다녔다. 잠시의 안정은 산산조각 났고, 이제 그들의 모든 감각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저게 뭐지?” 김하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의 시선은 외벽 밖으로 뻗어나가는 그림자를 쫓고 있었다. 그림자는 마치 불청객처럼 그들의 시야에 들어와 불안한 떨림을 남겼다.

“멀리 있지 않아. 우릴 노리고 있는 것 같아.” 박철수가 나직하게 말했다. 그의 손은 의자 등받이를 꽉 붙잡고 있었다. 숱한 웃음 속의 그림자 역시 이제는 못 속의 핀처럼 날카로워졌다.

이준호는 주위를 둘러보며 숨죽인 채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의 눈에 아른거리는 것은 그의 의도와 싸우듯 번져나가는 긴장감이었다.

“정우, 말했지 우리가 준비가 됐다고...” 그는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우는 그의 목소리에 반응했다. “그래, 알았어. 이거 내 잘못이야.”

그 순간, 밖에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비명 소리가 공중을 가르며 들려왔다. 그것은 그들의 피부 밑으로 침투해 무언가 끔찍한 일이 벌어졌음을 예고했다.

이선희는 급히 몸을 뒤로 돌렸다. "우리가 확인해야 해.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어."

편의점 안은 이미 무기력한 침묵 대신 끝없이 급박한 증오로 채워진 듯했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준호는 그의 이성마저 송두리째 빼앗기지 않으려 분투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입구 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마치 이곳에서의 마지막이 될 것처럼 느껴졌다. 그가 문을 열자마자, 시야에 맺히는 것은 좀비들 사이에 쓰러진 한 여자의 모습이었다.

"저것 좀 봐..." 김하나가 숨소리를 죽이며 속삭였다. 그녀의 음성은 차마 서로 연결되지 않는, 허무한 두려움의 파편 같았다.

이준호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광경에 입을 떼지 못했다. 피투성이가 된 여자의 얼굴은 어딘가 익숙했다. 그들이 기다려온 조용한 평화가 아닌, 끊임없는 전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증명했다.

그 순간, 박철수의 손이 그의 팔꿈치에 닿았다. "준호야, 그녀는..."

그 말은 마치 사형 선고와도 같았다. 이준호의 가슴은 낙하산처럼 내려 앉았다. 그녀의 익숙한 얼굴이 분명했지만, 그녀는 이미 그들에게 등을 돌린 상태였다.

하지만 그때, 행운처럼 들려오는 또 하나의 목소리가 이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귓가에서 울리던 게 아닌, 그들의 중심에서 다가오는 친절한 저음.

"이준호, 누구도 믿지 마." 아직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멀어지게 외쳤다. 그것은 마치 귓가에 꽂힌 핏빛 같았다.

서로 다른 선택으로 갈림길에 선 이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는 불안의 순간, 바닥에 쓰러진 여인의 눈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무엇이 맞는 것인지 누구도 모르는 채로, 곧장 그들 앞에는 더 깊은 수렁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머지 모두가 놓칠 듯한 움직임의 끝자락에서, 펄럭이는 마음이 서로에게 닿았다.

그러나 그 순간, 일말의 기대감은 불투명한 공기 속에 매달린 채 온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다음 순간 방아쇠를 당기고야 마는 포탄처럼, 이들은 답 없는 질문에 마주하며 새로운 고비에 맞서야 했다.

이전과는 다른 유형의 고비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 진실이 과연 어떤 혼돈으로 그들을 향해 다가올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그저 그들의 발걸음이 어디로 이어질지를 모른 채, 벼랑 끝에서 마주한 이 순간 자체와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