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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붉은 실타래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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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 주위의 나무들이 사납게 흔들리며 무거운 대지를 갈라놓는 소리가 공기 중에 퍼졌다. 나는 비틀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을씨년스런 숲속에는 몰아치는 바람 소리 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여긴 어떤 곳이지?"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 소리가 바람에 묻혔다.

그 순간, 뒤쪽에서 아리아가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은 넌더리가 날 정도로 차가웠다. "뭔가가... 정확히 여기에 있던 것 같은데..."

우리는 입을 다물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무언가 낯설고 음산한 느낌이 스멀거렸다. 발 밑에서 마른 나뭇잎들이 스치며 보내는 소리가 신경을 곤두세웠다.

"저기서 길이 보인다." 레온이 다급하게 소리치며 숲 끝을 가리켰다. 그의 얼굴은 결연함으로 빛났다.

"아, 그럼 이 길을 따라가야겠네요." 카일이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처음으로 그의 추측에 동의했다.

우리 모두는 그를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 속도를 내면 낼수록 뒤쫓기는 듯한 조바심이 밀려왔다. 쫓기는 기분에 뭔가 잡히지 않는 불확실한 위협이 담겨 있었다.

숲이 끝나고, 저편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고대의 성장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이질감으로 위압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마치 우리를 방불케 할 수 있도록 아주 오랫동안 시간을 견뎌온 듯했다.

"이곳이... 목적지인 거겠지?" 신시아가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내 손목을 잡고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딘가 낯선 데도 너무 익숙해."

성은 아주 가깝게 다가와 있었다. 우리는 마치 마술처럼 발을 이끌려 그 문턱에 서 있었다. 투박한 돌벽은 우리가 기대하며 찾아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위협을 드리우고 있었다.

"갑니다." 레온은 타협할 여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에는 더덜거릴 수 없도록 강력하게 성장한 의지가 묘하게 몰려들었다.

문이 열리자, 우리를 향해 싸늘한 바람 한 줄기가 밀려들어왔다. 그 바람 속에는 무언가 인간의 감각을 비난하는 것처럼 불길한 기색이 담겨 있었다. 주위를 휘감던 모호한 감각이 차디찬 숨결로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레온이 걸음을 내딛었고, 마침내 우리는 고대의 성벽을 넘었다.

"모두 이곳에 모인 건가요?" 아리아의 손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으며 주위를 탐색했다. 그 목소리에는 우연을 초월한 듯한 강대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녀의 말을 뭉그적대며 받아들인 우리는 숨을 멈추고 발걸음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점차 스며드는 발자국 소리는 어둠 속에 자리 잡은 우리의 존재를 겨냥한 듯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어딘가에서 날카로운 금속쏘리가 뚜렷하게 흘러나왔다. 그것은 마치 우리에게 기대감을 남겨놓고, 그 대가로 불가사의한 저항감과 착각을 선사하려는 듯이.

"이소리... 난 이길 수 없겠다고." 신시아는 밀려오는 비밀을 해석하려는 듯 두 눈을 빛냈고, 주위를 날아다니는 그림자를 더욱 싫어했다.

그러나 그 순간 울려퍼진 흉흉한 울림 속에서 무엇인가가 생생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우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해야만 할 시점이 다가왔음을 예고하는 소리였다.

"스크랩이 다가오고 있어." 카일이 힘없이 단언했다. 그의 목소리는 한국의 쓸쓸한 바람에 열려 있었다.

레온은 그를 제지하며 입술을 굳게 다물고 침착한 눈빛으로 말했다. "모두 준비해. 때가 됐어."

놀랄 만큼 단절된 그 순간, 발밑에서 울려퍼진 푸른빛이 미로를 열었다. 이 변덕스러운 성장이 숨겨놓았을 그 진실은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었다.

우리 모두는 충동적으로 숨을 들이마셨다. 비밀은 이제 막 드러날 준비를 마쳤다. 우리의 감각이 일러준 것은 하나였다. 바로 이 길은 끝없이 이어지는 실타래처럼 명백히 되풀이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일어난 모든 사건들은 분명 우리의 본능 속에 뿌리둥이 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갈림길은 우리를 이끈 운명의 붉은 실타래였다. 뒤돌아 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오직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는 길 위에서.

우리가 아직 감추고 있던 모든 것이 불길한 폭풍 속에서 명확하게 자리 잡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