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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잔향 속의 불협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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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우릴 보고 있어." 소희의 목소리는 마치 번개가 몸을 스칠 때의 전율처럼 나를 타고 들어왔다. 그녀의 눈길이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었고, 순간적으로 모든 감각이 깨어났다. 고요했던 순간이 폭풍의 전조처럼 무너졌다.

새벽의 잔해 위에 드러난 낯선 존재.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눈빛이 우리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이상한 느낌은 마치, 그가 숨 쉬는 것조차 이곳에 무거운 공기를 채우는 듯했다. 나는 이내 피아노 의자에서 일어나 그의 방향으로 발을 옮겼다.

그 남자의 실루엣은 먼지껴진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천천히 드러났다. 그가 단지 관객일 수는 없었다. 그의 시선에는 숨겨진 의미가 깃들어 있었고, 그와의 대면은 미지의 어둠에서 깨어나는 순간을 예고하고 있었다.

"뭐야, 정말 아무도 모르는 사람인긴 하네?" 현우가 마치 그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하는 듯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침묵 속에서 떨렸다.

"이 사람, 좀 이상하다 싶긴 하지만... 뭔가 알고 있을지 몰라." 마리는 가볍게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긴장감을 무마하려는 듯 말했다. 그녀의 눈망울이 빛을 받아 찰랑였다.

"무엇을 원하시는 거죠?" 소희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 미세한 떨림은 우리 모두의 피부 아래에 스며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서 우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침묵은 더 큰 비밀을 가리키는 듯했고, 그를 향한 질문은 차가운 벽에 부딪혀 돌아왔다.

어느새, 긴장이 풀리지 않은 기타 줄처럼 날카로워졌고, 순간 모든 말이 빈 소리로 돌아오는 듯했다. 그 남자는 우릴 시험하려는 건지 아니면 뭔가 다른 세상에서 온 존재인지는 알 수 없었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계속 궁금증을 자아냈다.

"자신감 넘치던 그 노래, 제법이더군. 하지만... 이 무대에서 진짜 내 이야기가 될 수 없다는 걸 증명해야 하지 않겠어?" 그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무게가 있어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듯했다. 그의 말은 나직하지만 확고했다.

우리는 그 순간, 그가 그토록 찾았던 걸 조금 알 수 있었다. 그에게 우린 단순한 공연 이상의 무엇인가로 비춰졌음에 틀림없었다.

그러던 중, 클럽 'Nocturne'의 벽 너머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의 볼륨이 새롭게 조절되는 느낌이었다. 아직 그 정체는 알아낼 수 없었지만, 그 순간 그 목소리는 마치 우리에게 경고라도 주려는 듯했다.

"그런 것에 신경 쓰지 말고, 계속 해봐." 유나가 작게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야생의 고양이처럼 모호했다. 그 속엔 신비한 매력이 숨어 있었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안심시키려는 듯 그 눈의 깊이를 온전히 내게 내보였다.

나는 그녀의 말을 받아들이고, 다시 연주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 순간, 새롭게 얹어진 음표는 전과는 다른 새로운 감각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뭔가를 알리려는 것 같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복잡해진 코드, 그 안의 가버린 이야기들이 불현듯 이해될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확실치는 않았다.

"우리는 그냥, 계속 꿈을 따라가면 되는 거겠지." 내가 속삭이듯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마치 이 말들이 나만을 겨냥하는 게 아닌 듯했다. 모든 것이 긴 숨을 쉬며 웅장하게 펼쳐지는 브리지와도 같이, 우리는 서로를 향한 믿음으로 에너지를 쏟았다.

음원의 끝자락, 탐미적인 반복과 변주의 순간이 와서야 우리는 단단히 고리가 꿰어진 것 같은 안정감을 느꼈다. 그 순간, 우리의 모든 감정들이 관객석을 넘어 나갔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은연중에 고대하던 진실의 어둠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적어도 잠시 동안, 그 빗장을 걸어 잠근 스쿨처럼 폐쇄감을 준 그 무언가는 꼭 열리기 직전이었다.

"이번엔 진짜냐?" 현우가 다시 힘주어 말했다. 그의 눈속에는 반짝거리는 의구심과 동시에 다가올 것에 대한 기대가 반반씩 엉켜 있었다.

그러나 도무지 알 수 없는 게 많은 상황은, 아주 느린 템포로 우리의 모든 실패와 각성을 포용해갔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가 직접 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이제는 명확히 다가왔다. 그리고 그 근처엔 진정한 불협화음이 숨어 있었다.

갑자기, 우리의 현실을 뒤흔들만한 진동이 공기를 갈라놓았다. 그와 동시에, 그 모든 것이 그저 이질적인 환상처럼 남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의미를 이해할 시간이었다.

맞이해야 할 것이 있다면, 마침내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의 실체는 무엇일지 전혀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 시작의 순간은 계속되고, 모든 것은 지난 음표처럼 맴돌며 무한하게 뒤엉켜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조용히 인사를 남겼다. "모두가 꿈을 꾸고 있지만, 꿈에서 깨고 나면 그곳에 남은 것은 오직 무언가 잊혀질 준비가 되어 있는 순간들뿐일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계속 가야지."

어쩌면 그 순간, 그가 만든 불협화음의 잔향은 훨씬 더 깊은 무게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우리 안의 변화는 이번에도 그리 쉽게 속단할 수 없던 시간 사이클의 서막을 장식했다.

이제 남은 건... 진짜 내면과 꿈에 걸린, 그 무언가의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일 뿐이었다.

한편, 눈 앞의 길이 어렴풋이 드러나는 게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