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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디쓴 냄새가 코를 찌르며, 벽 뒤에서 진동하는 베이스가 몸을 울렸다. 어둠이 깃든 공간에서 방금 열린 문 너머로 레치스가 자신을 드러냈다. 그의 자취는 숨막히는 긴장감과 불안을 한데 모았다. 방안의 공기는 더욱 무거워졌고, 고요했던 시간의 흐름이 갑작스레 일그러졌다.
"레치스, 이제 무엇을 하려는 거죠?" 경호가 레치스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물었다. 그의 눈에는 반쯤 감춰진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레치스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 대신, 손에 쥔 마이크를 높이 들었다. 그 마이크는 흔들리며 마치 살아있는 듯 빛을 발했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 온 것일 뿐."
나는 차가운 기운을 떨쳐내려 노력했지만, 그의 말이 뿜어낸 공포는 몸을 갉아먹고 있었다. 하준, 그 역시 손끝이 떨리는 것을 감추지 못했다.
경호의 표정은 잠시 굳어졌다. 그런 다음 그는 냉정하게 말했다. "예전에도 그렇게 말했었지. 하지만 그 결말은 끔찍했어."
레치스가 경호의 말에 꿈틀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때와 지금은 다르지 않아. 단지 우리가 만들어낼 음의 세계를 기다릴 뿐."
경호는 긴장 섞인 숨을 내쉬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고독과 결연함이 톡톡히 배어 있었다. "그렇게나 믿는다면, 보여줘. 지금 당장."
레치스는 예의 그 침착한 태도로 화답하며 마이크를 입에 대었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눈가에 숨겨졌던 짧은 불안함이 스쳐지났다.
"너희 이미 음악에 빠져있는 거야," 레치스가 부드럽게 속삭였다. "모든 것은 이 후렴의 일부분일 뿐."
그 이야기를 듣자, 그저 직감적으로라도 이 순간이 사소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뿜어내는 음율이 공기를 틈새로 자극하며 어딘가의 현실을 불러오고 있었다.
한순간, 천장이 울리며, 이상한 음표들이 방 안을 떠다니기 시작했다. 마치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긴장감이 엄습하며, 그 음표들이 공간을 진동시켰다.
"이게 무슨 소리야?" 하준이 조심스럽게 외쳤다. 원점을 찾으려는 듯 그의 시선이 사방을 헤매고 있었다.
"이건... 불완전한 음의 연주야. 이상하게 뒤엉켰어." 경호가 답했다. 그의 눈은 방안의 그림자를 꿰뚫고 있었다.
레치스는 그 말에 조용히 웃었다. "바로 그렇지. 우리의 세계는 아직 구성 단계에 있을 뿐. 완성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이 말을 들은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이해할 수 없는 소리들이 선율을 밀어내자, 복잡한 감정이 들끓기 시작했다.
"다 끝난 게 아니야, 레치스." 경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경고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단호함이 묻어나 있었다.
레치스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맞아, 모든 것은 시작일 뿐. 너는 아직 그 끝을 보지 못했어."
그의 차분한 확신은 다만 푸르스름한 그림자에 불과한 것처럼 지극히 불안정해 보였다.
이 순간이 얼마나 위험한 경계선인지, 얼마나 많은 변화가 다가오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의 가슴은 두근거렸고, 심장은 현기증으로 복잡해졌다.
"우리의 시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 하준이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입술이 떨렸다.
경호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는 맹렬한 결단으로 레치스를 바라보았다. "우린 더 강해질 거다. 그게 네 계획과 상관없이."
레치스가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우리가 확인할 일이야."
그리하여,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따라 열린 문 너머에서는 유지하기 어려운 고조된 음이 울리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맺힌 장막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시간의 인장을 새롭게 써내려 가려는 품 안에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진동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능성들이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그 모든 것을 연결할 것이라는 확늠이 깊어져만 갔다. 지금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순간, 도저히 예상치 못한 불길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실루엣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듯했다. 그 속에는 마치 시간이 잘못된 방향으로 감겨드는 것 같이 무수한 사건의 전조가 흐르고 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 순간이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이 시간을 견디기를 원했다. 그러면서도 순식간에 우릴 덮쳐올 또 다른 도전 앞에서, 숨조차 멈춘 채 서 있었다.
어쩌면 지금이 이 여정의 기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말을 향해 우리의 길을 찾아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불확실함 속에 피어오르는 그 소음, 이는 우리가 멈출 수 없음을 증명하는 신호에 불과했다. 그러니 다음 음표가 향할 그 곳을 기다리며, 가슴 속의 의문들이 잔잔히 일렁였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우리는 이 끊임없는 선율의 흐름에 쫓기고 있었다.
이제 다음 이야기를 풀어낼 차례가 오고 있었다. 우리는 그 변화의 시작점에 겨우 설 수 있었던 것이다. 잠잠한 불안감이 스며들 때마다,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피할 수 없었다. 이제 모든 것은 손끝으로 다가온 이 경계의 끝에 있었다. 우리는 무엇보다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