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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칠흑 속의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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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닿을 수 있는 모든 것을 교란하며 휘몰아쳤다. 어둠 속,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아 달리던 우리는 기다리던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발끝이 비틀거리며 파헤친 이 길에서 누군가와 마주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문이 열렸다!" 세희가 저벅저벅 걷던 발을 멈추고, 조금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그 소리는 무거운 감정을 실어 쏟아지는 밤 공기를 가르고 멀리까지 울려 퍼졌다. 희미한 빛줄기가 흐트러진 공간을 비추며 우리 앞에서 점차 선명해지고 있었다.

사방이 낡고 찌그러진 기계들로 가득했다. 소리 없는 공기의 떨림도 언제부턴가 낡은 벽을 타고 흘러내려오는 것처럼 느꼈다. 미생돼버린 시간 속을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유진은 내 옆에서 조용히 몸을 조아리며 살펴보고 있었다. 그녀는 평소보다 더 날카롭고 경계하는 듯한 몸짓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손끝으로 문가를 짚으며 몸을 움직였다. "어딘가에 있을 테니 놓치지 말아야 해."

그녀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아른거리며 사라졌다. 그녀의 눈빛엔 알 수 없는 결연함이 배어있었지만, 그 눈빛 속에 담긴 것은 무엇인가를 의심하는 마음이었다.

강태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방 중앙에 서서 익숙한 손길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며 차분히 주위를 살폈다. 그의 손은 관능적으로 움직였고, 그 동작은 한 없이 익숙한 리듬이었다. "여기서 찾아야 하오. 그가 어디에 무엇을 남겼는지 그 안에 뜯어봐야 해."

곧이어 그는 묵묵히 내게 다가왔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무언가 숨겨진 사실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 속에 단단히 매달리고 있었다. 형이 보낸 마지막 신호가 지금이란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

"이게 정말 여기 있는 거라고?" 나는 긴장하며 속삭였다. 전면에 펼쳐진 실루엣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바닥에는 오래된 콘솔이 누웠고, 그곳엔 형의 터치가 있었던 흔적이 존재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가장 가능성이 큰 장소일 듯해." 유진은 의연하게 말을 이어나갔고, 그 목소리는 앞장을 향해 퍼져 나갔다. 조금씩 드러나는 이 공간의 비밀이 마음 속 추억의 피날 자신감처럼 고개를 들었다.

"오늘 밤 해결해야 해. 기다리면, 모든 게 엉킬지 모른다." 세희는 모든 것을 각오한 듯한 목소리로 시선을 뱉었다.

이 순간, 진실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믿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혼란을 감추지 못하게 만들었다.

계속된 고요함 속, 갑작스럽게 누군가의 발소리가 공간을 갈랐다. 얼음처럼 차가웠던 공기 속을 날카롭게 베고 들어오는 숨넘어가는 소리였다. 그 소리를 따라 뒤를 돌아본 순간, 어둠 속에서 뚜껑 하나가 미끄러지듯 열리고 있었다.

"강태, 혹시..." 유진은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그가 매일 밤을 새며 고안한 해결책이 그곳일까 궁금해했다.

그 미지의 발소리는 점점 더 면밀해졌다. 오래된 종이 뭉치가 탁자 위로 떨어지며 내 앞에서 흩어졌다. 그러나 나는 그 소리보다 더욱 자극적인 발자국을 따라, 소리가 점점 커져가는 출처를 찾아낼 준비를 했다.

그때 갑자기, 어둠을 끌고 온 건 형의 목소리였다. "민재야, 내 뒤를 따라줘." 내 심장박동은 극도로 빨라지며 그 말이 귓가에 간질거렸다. 두려움이 실체를 치른 듯 내 전신이 떨리며 지치고 있었다.

문득,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실체가, 그 모든 것 너머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먼지처럼 가라앉는 감각이 내 손끝부터 감도덕으로 변하며 다가왔다.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있던 초침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비밀이 간신히 깨어나려고 했다.

강태의 손이 나를 다그치며 잡아 당긴 순간, 모든 것이 멎었다. 내 머리 속에서는 그가 외치는 목소리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처럼 희미해졌다. 공간이 다시 금혀내렸고 세상은 변해갔다.

"빠르게 잡아내야 해!" 그의 손길이 차갑게 새겨졌다. 답답함과 불안이 서로를 다가오며 얽혀 가고 있었다. 어딘가에 숨겨진 진실과 마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침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암울한 공간이 해소되고 있는 순간이었다. 곧바로 눈 앞에 새롭게 등장한 형의 얼굴이 어떤 대답을 줄 수 있을지, 그것만이 모든 선명한 경계 속에서 밝혀야 할 미완이었다.

형은 어쩌면, 여전히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연관돼 있었던 걸까. 이 지하에서 펼쳐질 모든 이야기가 다음 발걸음에 대한 물음을 책임지도록... 그리고 곧이어 새로운 진화를 기대했다.

그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형이 내버려두었던 모든 실체와 마주할 시간이 곧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