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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달그락, 그리고 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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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골목 속의 어둠은 나를 덮쳐왔다. 숨을 몰아쉬며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등 뒤로 쏟아지는 압박감이 길게 뻗어 있었다. 마치 눈앞에 보이지 않는 손이 날 붙잡은 것처럼 굳어버린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너무 늦지 않아야 할 텐데." 세희의 목소리가 내 귀를 스치며, 그제야 몸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녀의 무언가 말하려는 듯한 표정이 희미한 빛 속에서 빛났다.

유진은 얇은 입술을 깨문 채 앞서 움직였다. "뭔가 새로운 게 필요해. 우린 이제 정말 모든 비밀을 끌어내야 해." 그녀의 손은 조심스럽게 주위 벽을 더듬었다.

그렇게, 우리는 방금 지나온 길을 빠르게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갔다. 발걸음이 내디딜 때마다, 도시의 심장이 쿵쾅거리는 듯한 진동이 느껴졌다.

"민재, 더 기다리면 안 돼." 강태가 뒤에서 내 귓가에 낮은 소리로 외쳤다. 그의 두 눈은 결단력이 깃든 차가운 빛을 뿜었다.

갑자기, 어둠을 뚫고 불쑥 눈앞에 나타난 것은 오래된 콘솔이었다. 스위치가 조금씩 흔들렸고, 화면은 약간씩 깜빡이며 새로운 정보를 보여주고 있었다. 화면 위로 형이 남긴 또 다른 코드가 빠르게 지나갔다. 그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나는 손을 뻗어 화면에 손끝을 대었다. 냉랭한 기운이 손끝으로 전해져 몸서리쳤다.

"이게 형이 만들던 걸까?" 희미한 희망이 나를 잠시 감싸안았다. 하지만 머릿속에 맴도는 의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 고요 속에 감춰진 비밀이 있음을 직감했다.

그 순간, 도어가 조용히 열리며 새로운 공간이 드러났다.

세희는 선뜻 걸음을 내딛으며 손전등을 앞으로 비췄다. "뭔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턱끝에 앉은 자잘한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의지를 다지는 듯했다.

우리가 들어간 방은 조용했고, 오래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방 중앙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있었고, 그 위로 다양한 물건들이 널려 있었다.

"이걸 봐." 유진이 신중하게 테이블 아래서 무언가를 반짝이며 찾아냈다. 그것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빛나는, 형이 사용했던 도구였다. 그것을 찾는 순간, 희미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건 그냥 기자가 아니야... 그가 연구했던 대단히 중요한 뭔가였을 거야." 그녀의 눈빛이 더 깊어졌다.

무언가가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순간, 갑자기 벽이 흔들리며 폭발적인 한숨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조심해!" 강태가 외치며 내 앞에 섰다. 그의 손이 억세게 내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는 쾅, 천장이 부서지며 먼지가 날렸다.

빛이 꺼지기 직전, 누군가가 일어서서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실루엣은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익숙했다.

메마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니가 이렇게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어, 민재." 그의 음성은 차갑고도 묘하게 친근했다.

나는 순간 숨이 멎은 듯했다. 예기치 못한 사람이었다. 믿었던 이가 아닌가 싶었다. 모든 것이 멈춘 찰나, 그의 얼굴이 완전히 드러났다.

순식간에 머리 위로 파고드는 섬광, 그리고 모든 것이 엎어진 그 순간, 가슴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그는 바로 형이었다. 형의 출현이 내 모든 직감을 뒤흔들었다.

"형... 형이 여기에?" 갑자기 끊어진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그때 형은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고, 어둠 속에서 그의 존재감이 확고히 자리잡았다. 그가 새롭게 길을 열기 위해 이곳에 있다는 사실에 혼란이 가중되었다.

더는 이곳에 남아있을 수 없었다. 인생이 바뀔 모든 사실이 형의 입 끝에서 내달릴 것 같았다.

형의 미소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감정으로 터져 나오기 직전이었다. 모든 신비가 마무리되는 시점이었다. 마침내, 우리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진실을 보고 있었다.

"더 듣고 싶어," 나는 간절하게 외쳤다. 아직 시작됐을 뿐이었다. 눈을 뗄 수 없는 상황, 그 속에서 답이 터져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갑작스러운 이별의 고통처럼 남은 어둠이 우리에게 달려왔다. 모든 것이 바닥 없이 떨어질 때까지 멈출 수 없는 시간이었다.

형이 감추었던 비밀이 말해지기를, 이제 곧 그 끝이 다가와 내 눈앞에서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