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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한기가 뼈 속까지 파고드는 순간, 나는 필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불빛이 날치듯 사라지던 한순간, 코끝을 간질이려는 차가운 노래가 불현듯 공기를 찢었다. 귓전에서 울림이 쌀쌀한 파문처럼 거세게 번졌다.
"이 세계는 네가 조각해나갈 조화의 무대야." 경호의 목소리는 멜로디 사이를 흐리게 지나갔다. 나의 무감각한 손끝에 저음의 중후한 울림이 서려들었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한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 다음은?" 하준이 빈정거리는 듯한 말투로 묻자, 경호의 눈이 섬광같이 슬쩍 그를 향했다.
"너는 왜 항상 정답을 찾으려 하는 거지?" 경호는 답답한 표정을 짓고는 천천히 머리를 흔들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잔잔한 물결 속에 뭍혀 있어도 그 깊이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듯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두 사람과의 거리를 좁혔다. 기운이 빠져나간 듯한 마치 방울이 터질 듯 긴장감이 감도는 그 순간, 방 한구석에 휘감긴 어둠 속에서 낯선 소음이 관처럼 덮고 있던 시간의 본체를 토해냈다. 그것은 이 순간을 잠식하려는 듯, 거대한 그라운드 베이스처럼 길고 묵직하게 깔렸다.
"여기가 중심이 아닌가 싶군." 루츠가 피아노 건반 위에서 손을 살짝 떼며 말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집중된 곡면을 지그시 따라오고 있었다. 투명한 음표들이 이제는 그의 눈에 반사되는 것마냥 퍼져갔다.
"너희들이 선택한 이 곳이 무대라면, 텅 빈 캔버스에도 무언가를 새길 수 있지 않을까?" 하준이 가볍게 말을 던졌다. 그의 말투는 언제나처럼 똑같았지만, 묘한 자극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난 무대에서 벗어나는 법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나의 발끝은 미세한 떨림을 간신히 느끼고 있었다. 그 위대한 소리로 섞여있는, 그 속에 심어둔 희망의 음악을 찾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해?" 내 속은 그 물음으로 조급해졌다.
그때, 구석에서 조용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너희의 음악에는 하나 된 메시지가 있어." 경호가 그 특유의 차분한 속삭임으로 말을 꺼냈다. 눈에서 빛나는 그의 결단력 있는 모습이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빛났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모른다면?" 내가 물었다. 두려움이 슬그머니 마음 깊이 깃들기 시작했다.
"모른다 해도, 두려워하지는 마. 여전히 네 안의 흐름으로 같은 체계를 계속 짤 수 있을 테니까."
경호의 위로는 언젠가부터 찾고 있었던 존재감을 자극했다. 그러자 문득 누군가의 손길이 잔잔한 맥박처럼 내 목덜미를 지나는 듯했다. 그것은 마치 고대의 시계를 깨우려는 듯, 각각의 시간마다 내딛는 반향이 몸에 배어드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그랬음에도 불구, 나는 여전히 의문에 사로잡혀 있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면서도, 갈망은 끊임없이 새어 나왔다.
"그 소리가... 어떤 의도인지는 네가 규명해야지." 경호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덧붙였다.
나는 몰래 그의 말투를 짚어보려고 했지만, 그 순간 방 한가운데에 떨어진 무언가가 우리의 모든 주의를 잠식했다. 전장의 한가운데처럼 미세하게 갈라지는 듯한 전율이 눈앞에 퍼졌다.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 하준의 말투가 이상하리만치 긴장됐다.
모두가 그 소리에 이끌려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그것은 마치 방 저편에서 불청객의 등장을 예고하는 듯, 우리에게 다가왔다. 무심코 열리려는 방문 뒤편에서 사방으로 확산되어 온 것이었다.
그 순간, 방의 문이 천천히 열렸고, 문 안에 비친 사람의 모습이 우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그림자가 이 세계를 깊숙이 파고드는 깊은 고리를 남길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지금 나의 여정엔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러니 이 순간이 말해주고 있는 것은— 모든 것이 결국 서로 엮이게 될 것이라는 느낌이었다. 그것이 우리를 흥분과 공포 속에 동시에 몰아넣고 있었다.
다가오는 시간은 긴장감과 동시에 숨 막히는 슬로우의 반복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그와 함께 이 낯선 음악적 운명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