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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리만큼 싸늘했던 바람이 방 한가운데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쳤다. 내 손이 떨렸다. 그 진부하기만 한 질문이 머릿속에 맺히자, 나는 그 자리에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심장이 억장 무너지는 듯한 고동에 쏘여왔다.
"내가...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뭘까?" 목소리는 자기도 모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허공으로 퍼져나가는 그 울림 속에 숨겨진 것은, 지금껏 내가 놓쳐버리고 싶었던 모든 허무와 맞닿아 있었다.
루츠의 손이 갑자기 피아노 건반에 올라왔다. 음 하나하나가 말라버린 나의 감정을 되살리는 듯 했다. 먼지를 덧씌운 벽 사이로 내려오는 이 진정한 음악 속에서, 나는 고통보다 더 깊숙한 어떤 것들을 꾹꾹 눌러 담고 솔직해졌다.
"예준." 그는 눈빛으로 나를 잠시나마 안도시켰다. 머릿속은 여전히 혼돈 속에 있었지만, 나는 그 속에 일말의 희망을 볼 것만 같았다.
다음 순간, 방 안에 새로운 파괴의 기운이 스미기 시작했다. 익숙했던 음의 파동에 뒤섞인 엉뚱한 멜로디가 귀를 잡아끌었다. 초조하게 그 소리를 쫓았지만, 소리는 어느새 멀리 도망치고 있었다. 그때였다. 경호의 음성이 날카롭게 꽂혔다.
"너는 여기에 단 한순간도 멈출 수 없는 존재야." 경호의 말은 먹구름처럼 머리 위를 누비듯 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싸늘함에 오한이 서린다.
경호의 눈에서 발산된 강렬한 감정이 내 흉부를 울렸다. 순간 부딪힌 시선에서 떠오르는 살아있는 생각이 떨림을 멈추어줬다. 그 안에 담긴 것이 단지 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이 시공 간섭을 겪고 있는 과거의 유령들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준이 다가와 손을 휘저었다. "저 소리, 봉인이 풀린 듯하군. 이건 다시 만들어야 할 당신의 음악이야." 그의 맑은 음성이 새겨지자, 나는 무릎을 쭉 펴고 서있었다. 불안한 결단이 몸을 덮치는 동시에 그 무게를 벗어 던졌다.
"어떻게 알아?" 나는 간신히 중얼거려 질문을 던지며 앞으로 한 발자국 걸어나갔다. 다시 흐르는 그 음표는 분명히 다시 풀어 봐야 할 수수께끼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그저 자리에서 떠밀려온 경호의 쓰디쓴 미소가 교란을 일으켰다. 그의 수많은 물음과 얽힌 복잡한 마음이 나 역시 부정적 건반의 틈새로 끌어당겼다.
은연 중에, 나는 감히 도발하려는 예정되지 않은 모험의 길로 발을 내딛게 될지 물음을 던졌다. 그 길이 마비된 곡선을 장식할지라도, 아직 가야 할 길은 남았다.
그때 카페트 범위 끝에 두 발을 맞춘 희미한 흔적이 갑자기 폭발적인 소리를 놓았다. 그것은 창가에 걸친 고립된 그림자로부터 흘러나온 새로운 멜로디였다. 그리고 나는 이 소리에 잠시나마 혹해버린 자신을 발견했다.
"너희가 살아있는 시간과 세계선의 장벽을 넘어가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어." 경호가 미소로 막 던져놓은 말이 불길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그와 함께, 방 안의 공기는 차갑고 짙어진 듯했다.
이때, 루츠가 손을 전면으로 뻗었다. "때로는 나의 예감이 틀리지 않는 법이지. 이 세계의 선율, 예준. 현실의 네 음악을 위한 무언가가 또 있을지도."
숨 가쁜 곡조는 방안의 처진 창틀 너머로 하얗게 피어났다. 내 안의 화음이 루츠의 연주에 조화를 이루는 동안 그 모든 소리는, 비로소 진한 향기를 품에 안은 잎사귀가 헝클어지는 것처럼 흔들렸다.
그때 느닷없이 하늘 귓가에 파고들어 소리가 울렸다. "반드시 이곳을 헤쳐 나가야 해." 무엇이 그렇게 끔찍하도록 나를 몰고 있어도, 나는 낡은 시계탑처럼 여전히 그리고 섣부르게 시계추를 흔들었다.
한낮의 잔향이 피아노를 감싸는 순간, 다시 한 번, 두근거리는 한숨과 속삭임이 공기를 채웠다. 예기치 못한 인생의 첫발을 탐구하는 열정이 가득한 저 황홀한 미지의 거리를 걸을 때 준비를 마친 듯했다.
마치 나를 향한 도발 같았던 경호의 웃음과 그로부터 흘러나오는 선율이 점점 꽃 하나 입술 위에 쌓이고 있었다. 카리스마로 창천 기세를 연결지었던 그 시선은, 아마도 아직 앞으로 그리로 다가오는 또 하나의 손길을 막지 못할 테다.
서로 얽히지 않은 실타래 같은, 그 몽롱한 노래 속을 헤치고 나가는 것은, 곧 도래할 어떤 전도가 뚜렷한 흐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피안의 경계 너머로부터 새어 나온 신비한 목소리가 마침내 선율을 가로질러 다가왔다. 그것은 지금의 나를 둘러싼 이 모든 순간의 마무리를 대체할 만큼 극적인 채찍질이었다.
나는 순지에서 속삭임을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결코 발길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인내에 감춰진 진실은 이 순간에도 단지 하나였고, 나의 내면에 불길처럼 베일을 찢고 있었다.
방 안의 공기가 차디찬 메아리에 흔적짓던 그 순간, 또 다른 변주가 이끌어오는 이 자리에 남겨진 채 이 이야기는 끝날 수 없었다. 그러니 다음 장마철을 준비시키기 위해 언제 다가올지 모를 대답이 피어나는 것을 기다리게 되었다.
숨차게 울림에 맴돌던 고요가 지친 공기 속에 퍼져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계가 무너져가는 속삭음이 마침내 무리의 심장을 투영하고 있었다.
이제 다음의 물결은 어떤 은밀한 선율로부터 출발해야 할지. 스치는 선율의 변화가 여전히 변주에서 깨어난 이들로 향하며 전환을 예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