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25화. 숨겨진 리플레이

이 에피소드는 오디오북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짙은 어둠 속에 숨죽인 도시, 그곳에 깊게 울리는 메아리가 퍼졌다.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춤추는 무대와도 같았다. 하루의 심장은 자신도 모르게 빠른 비트로 고동쳤다. 귀에 쏟아지듯 파고드는 불협화음이 공기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 소리의 근원지를 찾으려 집중했다. 눈앞의 길은 낯설고, 시야는 흐릿하게 뒤틀렸다.

도시의 밤은 마치 긴 잠에 빠진듯 고요했으나, 그들의 내면은 칼날처럼 불안에 젖어 있었다. 하루는 미약한 손길로 차가운 이마와 머리칼을 걷어내고, 조용히 숨을 고르려 했다. 곁에 선 준호가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어둠을 꿰뚫으려는 듯 깊고도 흔들림 없었다.

"저기, 봐." 준호의 목소리는 바람을 가르는 칼날처럼 날카롭게 울렸다. 그리곤 손끝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그의 손은 미세한 떨림이 서려 있었지만, 결단으로 단단히 굳혀졌다.

하루는 그의 시선을 따라 그곳을 바라봤다. 그림자 속에는 찬란한 빛이 흐릿하게 일렁거리며 경계를 만들고 있었다. 그 빛은 불안한 듯 발걸음을 조용히 부르고 있었다.

"저 안에 진실이 있을까?" 하루는 조심스레 묻고, 떨린 숨을 옅게 내뱉었다.

두 사람의 궁금증을 감지한 듯, 어둠 속에서 걸어오는 세희의 발걸음이 뒤따라왔다. 그녀는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앞에선 빛을 응시했다. 머리가 바람결에 흩날리며 그녀의 목소리는 우레처럼 퍼졌다.

"저 선택기는 이미 우리를 향해 열렸어." 세희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이 말 없는 결의를 보여주는 동안, 그들의 앞엔 시계를 멈춰선 듯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다시금 그들의 앞에 있던 미지의 피아노가 모습을 드러냈다. 건반 위엔 은밀한 손길이 넘나드는 환영이 떠돌았다. 하루는 다시금 그 피아노로 발을 옮겼다. 날카로운 긴장감이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이 피아노, 내게 무언가를 속삭이려 하는데..." 하루의 목소리는 그녀도 모르게 떨렸다. 그리곤 그 소리에 의지해 다가가듯, 건반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네가 그 소리를 빛 속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거야." 그는 낮게 속삭이며 그녀 곁에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은 강렬하면서도 부드럽게 그녀를 지탱했다.

세희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피아노 주위를 맴돌았다. 그녀의 눈빛 속엔 걱정과 의지가 번갈아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주변이 모자이크처럼 일그러지며 한 음에 집중되던 고요한 순간을 흔들어 깨웠다. 그토록 기다리던 멜로디는 가느다랗게 실체화되었고, 그 소리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들의 귓가를 찢었다.

"무슨 일이...!" 준호는 갑작스런 상황에 눈을 크게 뜨며 경계했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발자국 소리가 울리 듯 뚜렷해졌다.

하루는 피아노에서 시선을 돌리며 그 방향을 주시했다. 그 소리, 누군가가 그들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곧이어 불은 듯한 가냘픈 열기 속에서 낯선 실루엣이 형체를 드러냈다. 그의 모습은 선명하게 드리우고 있었다, 그 한 발의 거리로.

세희가 깊은 숨을 들이쉬며 입술을 열었다. "누구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아직 제대로 응답하지 않았지만, 무거운 공기를 흔들었다.

그 실루엣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왔다. 마치 이곳에 끝을 알 수 없는 이야기의 조각을 남기려는 듯 가까이 다가왔다. 날카로운 눈빛은 그들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리고 그가 입을 열었다.

"너희가 찾고 있던 것이 여기 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넘실거리는 힘으로 그들을 매료시켰다.

그 음성은 주변의 공간에도 경계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진실의 해답은 이미 그들의 가까이에 놓여 있는 것처럼 부합되지 않고 있었다.

준호는 그의 눈빛을 벗어나려 했지만, 그 안에 숨겨진 깊은 울림을 피할 수 없었다. "그 진실이 우리가 찾던 것이 아니라면...?" 그의 물음은 그 모든 것이 진짜로 풀어지기 전에 이미 공중으로 흩어졌다.

하루는 그 속삭임에 더욱 긴장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꺼지지 않는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다시금, 시간은 곧 끝으로 갈 것만 같았다. 고요했던 도시의 일부가 하나로 융합되며, 새로운 에너지를 품어낸 듯한 그 순간.

세희는 다시 한번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녀의 목소리엔 무언가를 예고하는 불안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우리,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그녀의 물음은 이미 정해진 운명을 마주하는 자의 미치지 못한 발길이었다.

폭풍 전야의 고요 속에서, 그들은 서로를 응시했다. 그들의 앞에는 아직 지나온 만큼의 이야기가 남아있었고, 발아래 펼쳐진 길은 미지의 신비 속으로 그들을 이끌고 있었다.

밝겨지지 않은 새로운 방향이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가슴에는 답을 모른 채 심장이 몹시 뛰고 있었다. 순간, 허공에서는 그들의 고백과도 같은 소리가 맺히고 있었다. 과연 이 끝에서 그들은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

하지만 그 끝이 무엇인지, 누가 먼저 알아챌 수 있을지, 모든 것은 아직 더 깊은 어둠 속에 잠들어 있었다. 숨겨진 리플레이는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