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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금기의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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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연주가 시작되듯, 갑자기 들려오는 현의 긁는 소리가 허공을 가로질렀다. 도시는 마치 거대한 악기처럼 그 소리에 반응하며 떨렸다. 하루는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 피할 수 없는 불협화음이 뇌리를 스쳤다. 그녀의 눈은 물끄러미 빛을 찾았다. 무엇이 이 소리를 일으키는가?

"저쪽, 봐!" 준호의 눈빛은 이글거렸고, 손끝으로 어둠이 짙은 골목 한켠을 가리켰다. 그곳에 기묘한 빛이 일렁였다. 세희는 빠르게 숨을 몰아쉬며 그를 따랐다.

"이 소리는 그르르거리는 데 제대로 된 음이 아니야," 그녀는 싫증내듯 하루를 향해 말했다. 두리번거리는 세희의 눈은 무언가 감지한 듯 날카로웠다.

"우리 혼자 힘으론 무리일지도 몰라," 하루는 불안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그녀의 손끝은 이미 의지를 다잡은 듯 떨렸다.

그 순간, 골목 한가운데 구불어진 공간에 쌓인 안개 속에서 불현듯 한 사내가 뚫고 나왔다. 갈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그의 차가운 시선이 그들을 잠재웠다.

"여기가 너희에게 파장을 일으켰다는 걸 알고 있다." 사내는 음악을 연주하듯 말하며, 음조 속에 감색이 짙은 위엄을 섞어 넣었다. 그녀는 그의 의도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뭘 찾고 있는 건가?" 하루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애를 썼지만, 빛이 가라앉을수록 속이 불안정해졌다.

사내는 천천히 손을 들어, 손가락 끝을 쇼핑몰의 흔적처럼 질끈 쥐었다.

"그건 아주 오랜 시간 전부터 여기에 숨겨져 있던 선율이다. 그러나 너희는 그걸 찾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알고 싶군."

준호는 그의 손가락 끝의 미세한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단단해졌다. "내가 원했던 진실이라면, 이미 충분히 준비됐어."

녹청색 같은 눈이 세차게 그 너머를 바라보던 순간, 그들의 발목을 휘감은 음의 흐름은 느리게 고조되며 마침내 찢어질 듯한 떨림으로 변했다. 알 수 없는 빛의 파편들이 한꺼번에 산란했다.

"이어진 소리, 저건... 감춰진 실마리 같군," 세희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진솔한 기운을 주고받듯 소리와 뭉켜진 공간에서 무언가 직감했다.

그 찰나, 기류 속 마주한 다가오는 파문이 거세졌다. 사방을 스치는 기적 같은 음계의 굉음이 점점 곳곳에서 몰려왔다. 침묵해야 할 정적이 거세게 부딪치는 순간, 그들 앞에 또 다른 존재들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잠깐! 저건..." 하루는 침묵의 틈 사이로 사내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무언가 추가적인 힘이 내리쳤다. 그 장소는 하나의 무대처럼 버거운 연극을 위한 무대였다.

"고군분투가 아닌, 화해를 원해." 사내는 더 이상 눈치를 주지 않고 경계 넘어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그 초점을 놓치지 않았다.

바로 그때, 그들의 뒤를 쯤 치며 들어선 또 다른 그림자가 헤어날 수 없는 반향을 가져왔다.

하루, 준호, 그리고 세희는 숨이 막힐 듯 오켈과도 같은 어둠감 속에서 서로를 등지며 새로운 긴장을 느꼈다. 무언가가 그들에게 말하려 했고, 그 심장을 쥐어짜듯 압박했다.

사내와 그들 주변에 퍼지는 음계의 힘이 무게감을 더했고, 그곳의 시간이 멈춘 듯했다.

하루의 시계는 이제 더 이상 뒤돌아보지 못했다. 앞서나갈 길은 마치 마주하기 전에 포기하지 않을 운명을 보여주듯,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역시 선택해야 함을 암시했다.

정적이 두 개의 세계를 구분 짓는 문을 향해 따스히 닫혀 있었다. 그들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그 순간, 그들은 아찔하리만큼 강한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 순간은 마치 끝이 닿지 않는 시작을 알리는 것처럼 아득했다.

그들의 앞에 다가올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 중 누군가 그런 예감을 절감하고 있었으리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