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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도시가 마침내 잠잠해졌다. 그러나 정적이 내린 거리에도 긴장감은 가시지 않았다. 살갗을 스쳐오는 싸늘한 바람은 그들 사이를 지나다니다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루는 눈을 감고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여전히 귀에서 쏠쏠대는 그 소리가 그녀의 심장박동과 겹쳤다. 길 모퉁이에 사내가 보였다. 그는 마치 끝을 향한 시작을 예고하는 것처럼 고요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저 빛은... 우릴 위한 건가?" 하루는 목소리가 떨리는걸 걱정하며 주위의 불빛을 가리켰다. 그 빛은 공허한 골목에서 기묘하게 빛났고,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소환하는 듯 했다.
준호는 고개를 들어 사내를 응시했다. "아직 준비가 안 된 일이라도 해야만 할 때가 있지." 그는 사내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단호하게 말했다. 준호의 목소리엔 결연한 결의가 담겨있었다.
세희는 숨을 고르며 중얼거렸다. "느껴져, 무언가가. 이건 마치 숨쉬는 공기 속에 박혀있는 것 같아." 그녀의 작은 움직임에도 발끝까지 전해오는 전율이 있었다.
다시 시선을 돌린 그들 앞에 놓인 것은 골목 끝자락, 피아노의 잔향이 공중을 유희처럼 가로지르고 있었다.
"이걸 연주해야만 할까...?" 하루는 잠시 머리카락을 밀어 올리고, 피아노를 다시금 살펴보았다. "그 답은 저기에 있을지도 몰라." 그녀는 스스로에게 무언가를 다짐하듯 속삭였다.
준호는 그녀 옆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우린 이곳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한 발자국을 내디딘 거지."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불안감마저 메아리쳤다.
그들이 그렇게 서 있자, 사내는 천천히 다가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너희들이 맞이할 것을 함께해." 그의 목소리는 둔탁했고,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의 발아래 파문이 일렁이듯 음이 둔탁하게 흘러나왔다. 세상의 모든 진동이 그 한 순간에 응축된 것 같았다.
"어떤 아름다운 곡조든 비밀이 숨어 있지." 사내가 피아노로 향하며, 한 음씩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 음이 장애물처럼 그들을 막아섰다.
"우린... 이걸 들어야 해." 하루는 피아노에서 멀어지지 않고 그 말을 들으며 눈을 맞추었다. "왜냐면, 이건 우리만이 들을 수 있는 거니까."
준호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 걱정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준비된 자만이 그걸 해석할 수 있지." 그는 그녀의 손을 쥐며 속삭였다.
그러나 바로 그때, 골목의 반대쪽에서 그들의 주위를 날카롭게 스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복잡한 음표들이 수수께끼 같은 공기를 자아내며 그곳에서 용솟음쳤다.
"저들과 무관하지 않아." 세희는 힘겹게 그곳을 지켜보았다. 멀리서 그 모든 것은 하나의 웅변과도 같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의문이 가득한 중대한 경고였다.
하루가 눈을 좁히며 손끝을 살짝 묻자, 출구를 알 수 없는 긴 길이 그들에게 새로운 드라마를 제시하고 있었다.
그 끝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조각나고 흩어지던 그들의 이야기가 지금 그들에게 또다른 물음표를 남기고 있었다.
"가야 해, 더이상 여기 두지 못해." 준호가 다급히 외쳤다. 그의 손길에는 주저함 대신 굳은 결의를 심고 있었다.
하루와 세희는 결심하여 다가오는 위험을 맞서려 했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기 위한 순간을 결단했다. 그들의 심장은 한결같이 빠르게 맥박쳤다. 그 피할 수 없는 음은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전해지는 선율, 그건 결코 단순한 게 아니야." 사내는 마지막으로 말하며 그들 곁을 지나쳤다.
한 순간, 골목 끝에서 부드럽게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속에 예전 처음의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루의 가슴이 떨렸다. 그 낯설지 않은 음성이 그녀를 산산이 쪼개었다.
하지만 그들 앞에 있는 것은 여전히 불가사의한 미래였다. 빛과 음악의 기묘한 조화는, 마치 미완의 악보처럼 그들 앞에 펼쳐졌다. 그 적막한 공간 속에서 모든 것이 정신을 압박했다. 그 끝없는 울림도 아직 그 이상의 비밀을 제시하고 있었다.
다음의 장은 어떤 화려한 전개로 이어질 것인지,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결코 확인할 수 없었다. 마침내 예측할 수 없는 여정의 출발선, 폭풍이 몰아칠 것을 기약하며 그들은 그곳에 서 있었다.
그 누구도 결코 그 다음의 연주를 예감하지 못한 채, 그들의 음표는 마침내 마지막 반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더 깊이 음악의 미로로 빠져들고, 그곳에서 밝혀질 모든 비밀에 응답하며 새롭고도 낯선 경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