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1화. 우주라는 무대 위에 서다

이 에피소드는 오디오북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고요했던 우주 정거장에 갑작스러운 조명이 켜졌다. 은하계를 가로지르는 긴 여정을 앞두고, 무색무취의 침묵을 깨는 것은 다름 아닌 내 심장의 북소리였다. 그 순간, 나는 이 여행이 시작과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모험임을 직감했다.

나는 홀로 선창에 서 있던 파란색 잠수복을 입은 한 남자를 발견했다. 낯선, 하지만 그의 눈에는 깊은 고독과 함께 결단의 빛이 서려 있었다.

"그대도 이 여행을 함께 하게 되는군요."

그는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의 목소리는 나즈막했지만, 마치 멀리 떨어진 별처럼 명료했다.

"당신은?"

그의 말을 받아치며 내 안의 호기심과 경계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악수 대신, 나는 그에게 호기심의 눈길을 주었다. 그의 얼굴에 미세한 놀람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마치 그런 반응을 예상한 듯, 그는 손을 그대로 철수시키고 대화의 초점을 화제로 전환했다.

"나는 에드윈. 지구에서 왔지. 이 여행에 왜 합류했냐고 묻고 싶지만, 나 역시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그저 어떤 식으로든 서로 도우며 나아가길 바랄 뿐이야."

그의 말이 끝나자잠시 한 손가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그제서야 답변을 건넸다.

"나는 클레어, 베가 시스템 출신이지. 우주의 끝에서 점을 연결하는 것이 먼 일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누구나처럼 나도 답을 찾도록 선택받았어."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질 때 즈음, 커다란 스크린이 객실 벽에 반짝이며 우리 눈길을 잡아챘다. 우주의 영상과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공중에서 맴돌았다.

"승객 여러분, 우리는 금성 근처의 락타 워프를 통과할 예정입니다. 잠시 후 차원의 경계가 불안정해질 수 있으니 안전벨트를 착용하시길 바랍니다."

목소리가 가라앉자 궁금증은 곧 불안감으로 식어갔다.

내 옆의 에드윈은 마치 모르는 무언가를 다시 되씹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굳었고, 잔주름 사이로 그가 감추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 피어올랐다.

"그곳을 넘어가면, 정말로 다른 차원이 존재하나요?"

내가 질문하자 그의 눈이 부드럽게 열렸다. 그의 침착한 태도는 대답과 동시에 확신을 심어줬다.

"맞아. 그리고 그 차원은, 우리 모두가 피해야 할 동안 잊혀진 진실로 가득하다고 들었어."

궁금증은 계속해서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여행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 선장이던가 혹은 승객들 중 누가 엔진실에서 소란을 피운다면 그 순간 우리는 어디로 향하게 될까?

정거장은 거대한 금속 소리가 울리며 출발을 알렸다. 문득 뒤편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음이 우리의 시선을 강탈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중년 여인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옷자락이 은색으로 빛나면서, 말할 수 없이 우아한듯 해 세월의 흔적이 느꼈다.

"신비로워. 이 배가 시작되고부터 모든 게 이렇게 연기처럼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게 말이야."

그녀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으며 우리 곁에 섰다. 그녀의 표정에는 오랜 세월의 피로와 예지의 고통이 엿보였다.

"당신이 말하는 것으로 추측하건대, 이 역시 단순한 여행은 아니겠죠?"

내 질문에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맞아. 그리고 우린 아주 특별한 교차점을 지나고 있을 거야. 그때, 당신들은 이해하게 될 거야. 모든 것의 의미를..."

그녀가 말을 마칠 즈음, 배 안의 조명이 꺼졌다. 어둠 속에서 나는 초조함과 기대가 교차하는 기묘함을 느꼈다. 그리고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우주에 벽을 두드렸다.

이곳이야말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닫힐 것 같던 배의 문이 다시 열린 순간, 또 다른 인물이 우리 모두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빛보다 밝은 눈을 가진 그가, 다시금 조용한 정거장의 중앙으로 다가왔다.

"이 배에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군요."

그의 미소가 어느새 변하면서, 폭발적인 긴장감을 남기며 장면이 가라앉았다. 그는 누굴까? 그리고 그가 말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나는 그 미스터리에 답을 찾지 못한 채, 다음 여정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