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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계약의 사슬이 조여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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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끝에서 나타난 남자의 서류 가방이 불빛에 번들거렸다. 가죽이 스치는 소리가 민재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는 수아의 손을 놓지 않으려 했지만, 그녀의 손가락이 이미 미끄러지며 떨어지고 있었다.

“수아 씨, 이 계약서를 확인해 보시죠. 어머니께서 남기신 마지막 거래입니다.”

남자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조로웠다. 그는 가방에서 두툼한 서류철을 꺼내 흔들었다. 종이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복도를 메웠다. 민재는 몸을 돌려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의 어깨가 굳었다.

“그게 무슨 거래라는 겁니까. 수아를 끌어들이지 마십시오.”

민재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손바닥이 땀으로 젖었다. 수아는 그의 셔츠 자락을 움켜쥐었다가 풀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게 들렸다.

“민재… 이건 우리 어머니가….”

수아의 입술이 떨렸다. 그녀의 발끝이 타일 바닥을 더듬었다. 선희가 수아의 팔을 끌어당겼다.

“수아, 저 남자 말 듣지 마.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자고.”

선희의 말투는 날카로웠다. 하이힐이 바닥을 찍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민호가 계단 난간에 기대며 웃었다.

“재미있군. 이제야 진짜 거래가 드러나는 순간이로군. 최 이사님, 수아 씨에게 더 자세히 알려주시지.”

최 이사가 전화기를 내려놓고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회색 정장 소매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선명했다.

“수아야, 네 어머니가 민재 씨 생모에게 돈을 건넨 이유가 있었어. 그 돈으로 입양 서류를 조작하고, 네가 민재를 만나지 못하게 하려는 계약이었지. 어기면 네 지분이 모두 날아간다고.”

수아의 몸이 순간 움츠러들었다. 그녀의 손톱이 민재의 팔뚝을 파고들었다. 따끔한 감촉이 피부 아래로 퍼졌다. 민재는 수아의 손을 덮었다. 따뜻한 체온이 손바닥에 스며들었다.

“그 계약서, 보여주십시오.”

민재의 말이 떨어지자 남자가 서류를 내밀었다. 잉크 냄새가 코를 찔렀다. 민재가 첫 장을 펼치는 순간, 경찰관이 그의 어깨를 눌렀다.

“민재 씨,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시죠.”

경찰관의 손이 금속처럼 단단했다. 민재는 수아를 뒤로 밀며 몸을 돌렸다. 그녀의 눈물이 그의 셔츠 소매를 적셨다.

“수아, 기다려. 내가 곧 돌아올게.”

수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손이 민재의 가슴에 닿았다. 심장 박동이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민재… 나, 이제 어떻게 해.”

민재는 경찰관을 뿌리치려 했다. 그러나 두 명이 동시에 팔을 잡아당겼다.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가 메아리쳤다.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리는 리듬이 점점 커졌다.

아래층 거실로 들어서자 아버지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의 정장 단추가 불빛에 반사되었다. 이영수가 서류를 흔들며 다가왔다.

“민재 씨, 이제 내 아들로 돌아올 시간일세. 수아 씨와의 관계는 여기서 끝이야.”

이영수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끝에 날이 서 있었다. 민재는 주먹을 쥐었다. 관자놀이가 뜨거워졌다.

“증거가 없으면 그만하십시오.”

민재의 말이 떨어지자 이영수가 DNA 기록을 꺼냈다. 종이 가장자리가 그의 손가락을 스쳤다. 민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기록이 진짜라면… 수아와 나는.”

그 순간 수아가 계단에서 내려왔다. 선희가 그녀를 막았지만, 수아는 뿌리쳤다. 그녀의 흑발이 빗물에 젖은 듯 반짝였다.

“민재, 그 기록… 거짓말이겠지?”

수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녀는 민재에게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았다. 손바닥이 미끄러졌다. 민재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꽃향기가 코를 찔렀다.

“수아, 믿어. 우리가 속고 있는 거야.”

준호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의 웃음소리가 거실을 채웠다.

“형, 사실은 태준 형이 아니라 내가 그 계약서를 처음 봤어. 수아 씨 어머니가 네 생모를 보호하려 했던 이유가 있었지. 하지만 아버지가 그걸 왜곡했어.”

민재는 준호의 멱살을 잡았다. 두 사람의 몸이 소파에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준호는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그의 손이 민재의 손목을 가볍게 밀쳤다.

“미안, 형. 하지만 이건 아버지의 명령이었어. 수아 씨를 떨어뜨리려는 거지.”

태준이 계단에서 나타났다. 그는 또 다른 서류를 흔들었다.

“형, 이걸 보면 알게 될 거야. 수아 씨와 네가 실제로 혈연이 아니라는 내용이야. 하지만 아버지가 숨겼지.”

수아의 눈이 흔들렸다. 그녀는 민재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숨소리가 거칠었다.

“민재… 우리, 이제.”

민호가 전화기를 들고 말했다.

“아버지, 경찰이 민재 씨를 데려가려는 움직임이 보이네요. 이 계약서가 공개되면 모두 끝장납니다.”

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이영수, 네가 더 이상 개입하면 안 돼. 이건 우리 가족 문제야.”

이영수가 웃으며 대답했다.

“가족? 민재 씨는 이제 내 아들이야. 네가 숨겼던 진실을 더 이상 감출 수 없어.”

선희가 수아를 끌어당겼다.

“수아, 여기서 벗어나자. 이 남자랑은 이제 끝이야.”

수아는 민재의 팔을 놓지 않았다. 그녀의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민재는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따뜻한 감촉이 전해졌다.

“수아, 도망치자. 지금이라도.”

수아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물이 민재의 셔츠를 적셨다.

“민재, 나… 너를 믿을게. 하지만 이 비밀, 더 이상 숨길 수 없어.”

그때 복도 저편에서 새로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지은이었다. 그녀는 전화기를 들고 차갑게 말했다.

“아버지, 민재 씨가 도망치려 해요. 아래층 경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아버지가 손을 들어 명령했다.

“모두 멈춰. 민재, 너는 경찰관과 같이 가라.”

민재는 수아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녀의 심장 박동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경찰관이 다시 팔을 잡아당겼다.

“이제 내려갑시다.”

민재는 수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준호가 뒤에서 낮게 속삭였다.

“형, 사실 하나 더 있지. 그 계약서에는 수아 씨가 민재 형을 지키려 했던 이유가 적혀 있어. 하지만 아버지가 그걸 이용해 서로를 갈라놓으려는 거야.”

민재의 몸이 완전히 굳었다. 수아의 손이 그의 손에서 미끄러졌다. 빗소리가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점점 더 세차게 울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 서류로 향했다.

최 이사가 전화기를 들어 수아에게 말했다.

“수아야, 이제 결정해. 네 어머니의 유언을 따를 건지, 아니면 민재를 지킬 건지.”

수아의 입술이 벌어졌다.

“민재…”

그 순간 문이 열리며 또 다른 경찰이 들어왔다. 그는 새로운 서류를 흔들며 말했다.

“민재 씨, 이건 네가 모르는 또 다른 계약서야. 수아 씨 어머니가 네 생모와 맺은 거래가 여기 적혀 있어. 하지만 이 거래가 공개되면, 수아 씨의 모든 과거가 드러날 겁니다.”

민재의 손이 수아의 손에서 미끄러졌다. 수아의 몸이 굳었다. 그녀는 민재를 바라보았다.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가 다물어졌다. 사이렌 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웠다. 준호의 웃음소리가 다시 울렸다.

“형, 사실은… 내가 그 계약서를 처음 본 사람이야. 태준 형이 아니라.”

민재의 몸이 완전히 굳었다. 수아의 손이 그의 손에서 떨어졌다. 복도 끝에서 새로운 그림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아의 어머니 회사에서 온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서류 가방을 들고 차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수아 씨, 이제 선택할 시간입니다. 이 계약서를 공개하면 민재 씨의 과거가 모두 드러날 겁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끝이 아닐 수도 있죠.”

민재는 수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경찰관이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수아의 손이 다시 민재의 셔츠 자락을 움켜쥐었다.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준호의 웃음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웠다. 새로운 위기가 코앞에 다가왔다. 누구도 다음 순간을 예측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