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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계약서의 진실, 깨진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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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의 손가락이 수아의 손에서 미끄러지며 바닥으로 떨어진 서류 모서리를 스쳤다. 잉크가 번진 종이 끝이 그의 발등을 찌르는 듯한 감촉이 전해졌다. 낯선 남자의 입술이 살짝 올라가며 차가운 웃음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읽어보지 않겠나. 이 거래가 네 생모가 남긴 마지막 유산이라는 걸.”

민재는 몸을 숙여 서류를 집으려 했으나, 경찰관의 손이 그의 어깨를 눌렀다. 금속 단추가 셔츠 천을 파고드는 압력이 느껴졌다. 수아의 숨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그녀의 손바닥이 민재의 셔츠 자락을 움켜쥐었다가 풀어졌다.

“그 거래… 대체 뭐예요?”

수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녀의 발끝이 타일에 닿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선희가 수아의 팔을 끌어당기며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수아, 저 남자 말 듣지 마.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자.”

이영수가 서류를 다시 흔들었다. 종이 끝이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반복됐다. 준호가 어둠 속에서 한 걸음 더 다가오며 팔짱을 꼈다.

“민재 형, 그 서류에는 수아 씨 어머니가 네 생모에게 돈을 건넨 기록이 있어. 그 돈으로 입양 서류를 조작했다는 내용도.”

민재의 턱 근육이 꿈틀거렸다. 그는 준호를 돌아보았다. 준호의 눈빛이 흔들리지 않았다.

“너, 언제부터 그걸 알고 있었지?”

준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의 손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흔들었다.

“태준 형이 어제 밤에 보내준 거야. 형이 계속 모르고 있으면 수아 씨가 더 위험해질 거라고.”

태준이 계단 난간을 짚으며 낮게 웃었다. 그의 발소리가 카펫을 밟는 소리가 리듬처럼 이어졌다.

“준호, 말은 잘하네. 그런데 그 서류 진짜 출처는 민호 씨 쪽이야. 네가 왜 민호 편을 드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

민호가 계단 위에서 손뼉을 쳤다. 박수 소리가 복도 벽에 반사되어 울려 퍼졌다.

“재미있군. 이제야 서로 물어뜯기 시작했어. 최 이사님, 수아 씨에게 유언 내용 더 자세히 말해 주시지.”

최 이사가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수아 쪽으로 걸어왔다. 하이힐이 타일을 찍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그녀의 회색 정장 소매가 불빛에 번들거렸다.

“수아야, 네 어머니가 남긴 말은 간단해. 민재와의 관계를 끊으면 네가 가진 지분을 모두 지킬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걸 어기면… 네가 가진 모든 걸 잃게 될 거야.”

수아의 몸이 순간 움츠러들었다. 그녀의 손톱이 민재의 팔뚝을 파고들었다. 따끔한 통증이 피부 아래로 퍼졌다. 민재는 수아의 손을 덮으며 몸을 돌렸다.

“수아, 저 말 믿지 마. 우리 둘 다 속고 있을 수 있어.”

수아의 눈물이 민재의 손등을 적셨다. 그녀의 체온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복도 끝에서 사이렌 소리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경찰관 한 명이 수첩을 접으며 말했다.

“민재 씨,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시죠.”

민재는 수아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의 발이 타일 위를 미끄러지듯 한 걸음 물러섰다. 그때 준호가 민재의 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

“형, 사실 하나 더 있어. 그 계약서에는 수아 씨와 네가 실제로 혈연이 아니라는 내용도 적혀 있어. 하지만 아버지가 그걸 왜곡해서 서로를 멀어지게 하려는 거야.”

민재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는 준호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두 사람의 몸이 복도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너 지금 장난해?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거야?”

준호는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그의 손이 민재의 손목을 가볍게 밀쳤다.

“미안, 형. 태준 형이 형이 계속 수아 씨를 붙잡고 있으면 안 된다고 했어. 이제 선택할 시간이야.”

선희가 수아를 민재에게서 떼어내려 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수아, 이제 그만해. 이 집안 비밀에 더 이상 휘말리지 마.”

수아는 민재의 팔을 놓지 않았다. 그녀의 꽃향기가 민재의 코를 스쳤다. 민호가 전화기를 들어 흔들며 말했다.

“아버지, 경찰이 추가 인원을 불렀어요. 민재 씨를 데려가려는 움직임이 보이네요.”

아버지가 계단에서 내려오며 모두를 둘러보았다. 그의 정장 단추가 불빛에 반사되었다.

“이영수, 네가 더 이상 개입하면 안 돼. 이건 우리 가족 문제야.”

이영수가 서류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종이가 흩어지며 민재의 발밑으로 날아갔다. 그의 눈이 반짝였다.

“가족? 민재 씨는 이제 내 아들이야. 네가 숨겼던 진실을 더 이상 감출 수 없어.”

민재는 수아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몸이 그의 품 안에서 작게 떨렸다. 따뜻한 체온이 셔츠를 통해 전해졌다. 그때 복도 저편에서 새로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지은이었다. 그녀는 전화기를 들고 차갑게 말했다.

“아버지, 민재 씨가 도망치려 해요. 아래층 경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아버지가 손을 들어 명령했다.

“모두 멈춰. 민재, 너는 경찰관과 같이 가라.”

민재는 수아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녀의 손바닥이 땀으로 미끄러졌다. 준호가 뒤에서 낮게 말했다.

“형, 사실 하나 더 있지. 네가 입양된 이유가 수아 씨의 어머니가 네 생모를 보호하려 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 보호가 이제 독이 됐어.”

민재의 손이 떨렸다. 그는 준호를 돌아보았다. 준호의 미소가 복도 불빛에 길게 드리워졌다. 태준이 또 다른 종이를 내밀었다.

“형, 이걸 보면 알게 될 거야. 수아 씨와 네가 실제로 남매가 아니라는 증거가 있어. 하지만 아버지가 그걸 숨겼지.”

수아의 눈이 흔들렸다. 그녀는 민재를 바라보았다.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가 다물어졌다. 복도 끝에서 사이렌 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경찰이 추가 인원을 불렀다. 민재는 수아를 끌어안았다.

“수아, 도망치자.”

수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물이 민재의 셔츠를 적셨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

“민재, 나… 너를 믿을게. 하지만 이 비밀, 더 이상 숨길 수 없어.”

그때 새로운 그림자가 문턱에 나타났다. 낯선 여자였다. 그녀는 수아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수아, 네가 선택할 시간이야. 민재를 지킬 건지, 아니면 네 과거를 버릴 건지.”

민재의 가슴이 조여들었다. 그는 수아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러나 최 이사가 전화기를 들어 말했다.

“수아야, 이제 결정해. 네 어머니의 유언을 따를 건지.”

수아의 입술이 벌어졌다.

“민재…”

그 순간 문이 열리며 경찰이 들어왔다.

“민재 씨, 이제 가시죠.”

민재는 수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새로운 위기가 코앞에 다가왔다. 복도 저편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움직였다. 낯선 남자가 나타나 서류를 흔들며 말했다.

“민재 씨, 이건 네가 모르는 또 다른 계약서야. 수아 씨 어머니가 네 생모와 맺은 거래가 여기 적혀 있어. 읽어볼래?”

민재의 손이 수아의 손에서 미끄러졌다. 빗소리가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점점 더 세차게 울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 서류로 향했다. 그리고 사이렌 소리가 다시 복도를 가득 채웠다. 준호가 민재의 뒤에서 낮게 웃으며 속삭였다.

“형, 사실은… 내가 그 계약서를 처음 본 사람이야. 태준 형이 아니라.”

민재의 몸이 완전히 굳었다. 수아의 손이 그의 손에서 떨어졌다. 새로운 그림자가 복도 끝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은이 전화기를 들어 모두를 향해 말했다.

“아버지, 이제 진짜 끝날지도 몰라요. 민재 씨가 그 계약서를 읽으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복도 저편에서 또 다른 발소리가 들려왔다. 수아의 어머니 회사에서 온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서류 가방을 들고 차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수아 씨, 이제 선택할 시간입니다. 이 계약서를 공개하면 민재 씨의 과거가 모두 드러날 겁니다.”

민재는 수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경찰관이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수아의 손이 다시 민재의 셔츠 자락을 움켜쥐었다.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준호의 웃음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웠다. 새로운 위기가 코앞에 다가왔다. 누구도 다음 순간을 예측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