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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끝에서 울린 남자의 목소리가 민재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민재 씨, 당신이 제 아들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됐네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민재의 손이 수아의 팔을 움켜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드는 듯한 압력이 피부 아래로 번졌다. 수아의 몸이 굳으며 그녀의 숨소리가 민재의 셔츠에 스며들었다.
민재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회색 머리의 남자, 이영수가 서류를 흔들며 다가왔다. 그의 정장 소매가 불빛에 번들거렸다. “이 안에 네 생모와의 DNA 기록이 들어 있어. 수아 씨 어머니가 숨겼던 그 기록 말이지.”
“증거를 대보시죠.” 민재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의 발이 타일 바닥을 디딜 때마다 미세한 소리가 울렸다.
이영수가 서류를 내밀었다. 종이 모서리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선명했다. “읽어봐. 네가 누구 아들인지, 수아와의 관계가 왜 금지된 건지.”
수아의 손이 민재의 셔츠에서 미끄러졌다. 그녀의 무릎이 바닥을 향해 꺾였다. “그럴 리 없어요… 민재는…”
선희가 수아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수아, 저 남자 말 믿지 마. 이건 다 꾸며낸 거야.”
준호가 어둠 속에서 웃음을 흘렸다. “이영수 씨, 드디어 나타나셨네요. 태준 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민호가 계단 난간을 두드리며 말했다. “재미있군. 이제 민재 씨의 진짜 혈통이 드러나는 순간이로군.”
경찰관이 수첩을 펼쳤다. “민재 씨, 이영수 씨와 함께 조서 작성이 필요합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시죠.”
민재는 수아의 손을 다시 잡았다. 따뜻한 체온이 손바닥에 전해졌지만 그녀의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수아, 기다려. 내가 곧 돌아올게.”
수아는 고개를 저었다. “민재,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해.”
아버지가 계단에서 내려오며 모두를 둘러보았다. “이영수, 네가 왜 여기 있지. 이건 우리 가족 문제야.”
이영수가 웃으며 대답했다. “가족? 민재 씨는 이제 내 아들이야. 네가 숨겼던 진실을 더 이상 감출 수 없어.”
선희가 수아를 끌어당기며 속삭였다. “수아, 여기서 벗어나자. 언니가 도와줄게.”
수아는 민재의 팔을 놓지 않았다. 그녀의 눈물이 민재의 셔츠 소매를 적셨다.
민호가 전화기를 들고 말했다. “아버지, 경찰이 더 올 겁니다. 민재 씨를 데려가려는 움직임이 보이네요.”
민재는 이영수를 노려보았다. “당신이 왜 지금 나타난 거죠. 왜 지금까지 숨겼습니까.”
이영수의 눈이 반짝였다. “네 생모가 죽기 전에 내게 부탁했어. 네가 수아와 가까워지면 진실을 알려달라고. 그런데 네가 그걸 어겼군.”
준호가 민재의 귀에 대고 말했다. “형, 이 서류를 보면 더 충격적일 거야. 수아 씨와 민재 형이 실제로 혈연이 아니라는 내용도 있어. 하지만 아버지가 그걸 왜곡했지.”
민재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는 준호의 멱살을 잡았다. “너, 지금 장난해?”
준호는 웃으며 손을 들었다. “진심이야. 태준 형이 알려준 거야.”
태준이 서류를 내밀었다. “형, 읽어봐. 네가 선택할 순간이 왔어.”
민재는 서류를 받아들었다. 잉크 냄새가 코를 찔렀다. 첫 줄에 적힌 내용이 그의 눈을 파고들었다. ‘민재와 수아의 관계는 혈연이 아닌 계약으로 연결된 상태.’
수아가 몸을 일으키며 민재를 바라보았다. “민재… 그게 진짜야?”
민재는 대답하지 못했다. 경찰관이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이제 내려갑시다.”
민재는 수아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수아, 믿어. 내가 끝까지 지킬게.”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민호가 따라왔다. “민재 씨, 이제 끝났어. 수아 씨는 당신을 떠날 거야.”
민재는 발걸음을 멈췄다. “무슨 소리야.”
민호가 웃었다. “최 이사가 수아 씨에게 유언을 전달했어. 너와의 관계를 끊으라는 거지.”
복도 끝에서 새로운 그림자가 움직였다. 최 이사가 전화기를 들고 서 있었다. “수아야,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말이 있어. 민재를 포기하면 네가 가진 모든 걸 지킬 수 있다고.”
수아의 몸이 완전히 굳었다. 그녀는 민재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선희가 막아섰다.
민재는 경찰관을 뿌리치고 위층으로 뛰어올라갔다. “수아!”
그의 외침이 복도를 울렸다. 수아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민재, 나… 선택할 수 없어.”
그 순간 복도 저편에서 또 다른 발소리가 들려왔다. 지은이었다. 그녀는 전화기를 들고 차갑게 말했다. “아버지, 민재 씨가 도망치려 해요.”
아버지가 계단을 올라오며 명령했다. “모두 멈춰. 이영수, 네가 더 이상 개입하면 안 돼.”
이영수가 서류를 흔들었다. “이미 늦었어. 민재 씨는 내 아들이야. 이제 진짜 게임이 시작된다.”
민재는 수아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심장 박동이 그의 손바닥에 전해졌다.
준호가 뒤에서 낮게 말했다. “형, 사실 하나 더 있지. 네가 입양된 이유가 수아 씨의 어머니가 네 생모를 보호하려 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 보호가 이제 독이 됐어.”
민재의 손이 떨렸다. 그는 준호를 돌아보았다. “그게 무슨 뜻이야.”
태준이 또 다른 종이를 내밀었다. “형, 이걸 보면 알게 될 거야. 수아 씨와 네가 실제로 남매가 아니라는 증거가 있어. 하지만 아버지가 그걸 숨겼지.”
수아의 눈이 흔들렸다. 그녀는 민재를 바라보았다. “민재… 우리 이제…”
복도 끝에서 사이렌 소리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경찰이 추가 인원을 불렀다. 민재는 수아를 끌어안았다. “수아, 도망치자.”
수아는 고개를 저었다. “민재, 나… 너를 믿을게. 하지만 이 비밀, 더 이상 숨길 수 없어.”
그때 새로운 그림자가 문턱에 나타났다. 낯선 여자였다. 그녀는 수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수아, 네가 선택할 시간이야. 민재를 지킬 건지, 아니면 네 과거를 버릴 건지.”
민재의 가슴이 조여들었다. 그는 수아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러나 최 이사가 전화기를 들어 말했다. “수아야, 이제 결정해. 네 어머니의 유언을 따를 건지.”
수아의 입술이 벌어졌다. “민재…”
그 순간 문이 열리며 경찰이 들어왔다. “민재 씨, 이제 가시죠.”
민재는 수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새로운 위기가 코앞에 다가왔다. 복도 저편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움직였다. 낯선 남자가 나타나 서류를 흔들며 말했다. “민재 씨, 이건 네가 모르는 또 다른 계약서야. 수아 씨 어머니가 네 생모와 맺은 거래가 여기 적혀 있어. 읽어볼래?”
민재의 손이 수아의 손에서 미끄러졌다. 빗소리가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점점 더 세차게 울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 서류로 향했다. 그리고 사이렌 소리가 다시 복도를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