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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제2화: 두근두근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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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제2화: 두근두근의 정체
소개팅의 법칙: 실패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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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커피 취향 이야기가 끝나자, 준호는 뭔가 재치 있는 말로 받아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그의 첫 번째 실수였다. 재치 있는 말을 찾으려 할수록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갔고, 결국 그의 입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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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디카페인 좋아해요. 사실은... 카페인에 좀 예민한 편이라서요. 근데 오늘은 그냥 일반 커피 마셨어요. 긴장 풀려고요. 근데 어쩌면 그게 더 역효과일 수도 있겠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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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마치고 나서야 준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건지 깨달았다. 첫 만남에서 카페인 예민 얘기를 왜 꺼낸 거지. 그는 속으로 자신을 꾸짖으며 커피잔을 괜히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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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그럼 몸은 괜찮으세요? 오늘 일부러 드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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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눈이 걱정으로 동그래졌다. 진심으로 그를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준호는 그 눈빛에 더욱 당황하여 손을 허공에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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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요! 심각한 건 아니에요. 그냥 좀 두근거리는 편이라서요. 제가 괜히 이상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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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린다고요? 카페인 때문에요,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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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 말을 끊고 살짝 눈을 빛냈다. 그녀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준호는 그 표정의 의미를 파악하고 귀끝까지 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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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카페인 때문이에요. 당연히요. 커피를 마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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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에요, 농담. 걱정 마세요. 사실 저도 오늘 많이 긴장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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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솔직한 말 한마디에 테이블 위의 공기가 달라졌다. 준호는 처음으로 그녀도 긴장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완벽하게 여유로워 보였던 그녀도 사실은 같은 마음이었다는 것. 이상하게도 그 사실이 준호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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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이지 않으셨는데요. 들어오실 때 완전히 자연스러우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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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저 연기 잘하는 거예요. 사실 계단에서 발이 걸릴 뻔했거든요. 들어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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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 쑥스럽게 웃으며 고백했다. 그 말에 준호도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 웃는 순간이었다. 어색했던 공기가 그 웃음 사이로 조금씩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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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기다리는 동안 커피를 세 번이나 홀짝거렸어요. 지금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카페인 때문인지 긴장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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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결론은 둘 다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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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잔잔하고 따뜻했다. 준호는 그 소리를 들으며 오늘 소개팅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았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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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부드러운 음악이 흘렀고, 두 사람의 대화는 천천히 온도를 높여가고 있었다. 완벽한 시작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꼭 나쁜 것도 아니었다. 소개팅이란 본래 이런 것인지도 몰랐다. 완벽한 척 하지 않아도 되는, 두근거림이 카페인 탓인지 설렘 탓인지 몰라도 되는, 그런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