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에피소드는 오디오북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무거운 공기가 평소보다 더 짙게 드리운 교실에서, 수현은 창문에 비치는 개교기념행사의 포스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마음 속에는 익숙하면서도 거스를 수 없는 긴장감이 미묘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오늘은 그 새로운 기회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했다.
"수현, 아직도 결정 못 했어?" 민재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수현은 고개를 돌려 민재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친구를 걱정하는 온기가 흘러나왔다.
"잘 모르겠어. 감히 이런 기회를 얻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
수현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의 손끝은 창틀 위를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내 종잡을 수 없는 불안이 마음 속 어딘가를 헤집고 있었다. 그가 이 모든 것을 다 감당할 수 있을지, 스스로조차 확신이 없었다.
"야, 내가 아는 너라면 충분히 해낼 거야. 다만, 그 전에 연주에게 이 얘기를 어떻게 전할지 한번 생각해보는 게 좋겠지."
민재는 손가락으로 턱을 긁적이며 덧붙였다. 수현은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연주는 그에게 늘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을 주고 있었으니까.
그즈음 각종 준비물로 뒤덮인 교실 문턱에서 연주가 들어섰다. 평범한 교복 위로 덧대어진 그녀의 붉은 액세서리들이 사과빛 하늘빛을 타고 반짝이고 있었다. 수현은 불안함 속에서도 그녀의 존재감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어?" 연주의 웃음 속엔 여전히 초여름의 바람 같은 자유로움이 있었다.
"민재가 말해줬겠지." 수현은 억지로 밝은 얼굴을 지어봤다. 그러자 연주는 그를 바라보며 눈부심 같은 경쾌함을 보였다. "학술제에 대해서 들었어?"
연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이 반짝였다. "그렇다면서! 너 진짜 대단해, 수현!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신나!"
수현은 연주의 과장된 반응에 살짝 얼굴이 달아올랐다. 분명 그녀와 같은 반응이 되어야 했을 텐데, 복잡하게 얽힌 감정들이 그를 주저앉히고 있었다.
"저기, 사실 나는 지금 많이 걱정돼. 이번 강연을 전부 준비할 자신이 있는지 모르겠어."
수현은 침울하게 그녀에게 고백했다. 두려움, 긴장감—뭘 먼저 말해야 할지, 혀끝에 매달린 여러 감정들이 그를 잠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연주는 수현의 고개를 끄덕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과중한 책임이긴 해... 하지만 네가 모든 걸 다 혼자 해결하지 않아도 돼. 곁에 있는 우리가 있을 거잖아."
그 순간, 수현의 뇌리에 불현듯 새로운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혼자가 아닌 그들과 함께라면, 이 대회는 전혀 다른 추억으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번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안한 마음은 떨칠 수 없었다.
"너와 함께 보는 세계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
그 말에 수현은 잠시 멍하니 있었으나, 그제서야 가장 중요한 질문이 마음 한구석에서 그 응답치 않은 갈증을 느끼게 했다.
"그럼 한비는 어쩌지? 아까 민재가 말하길, 그녀에게도 혁신적인 작품 전시에 대한 새로운 제의가 들어왔다고 했어."
수현이 연주에게 묻자, 그녀는 그에게 직접적인 시선을 드리우며 조용히 말했다. "한비도 너처럼 큰 기대를 받고 있어. 우리가 함께 그녀를 위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지."
그들의 대화는 점점 두려움을 떨치고 걱정하던 주제에서 계속 확장되었다. 그럼에도, 눈앞의 모든 것이 모두가 함께 이뤄내야 할 도전임은 불변의 사실이었다.
그때, 교실 뒤편에 있던 휴대폰에서 한비의 메시지가 깜박였다. 수현은 다급하게 메시지를 확인했다.
"수현, 연주, 당장 서둘러. 예약한 미술품 회의가 학원에서 빨리 열려야 한다고 했어. 너무 긴급하니까, 빨리 전시회 장소로 이동해야 해."
연주의 눈빛에서 놓칠 수 없는 고집이 멈췄고, 수현은 다시 긴밀한 계획으로 끌어들여졌다. 그들은 어서 가자며 손가락으로 이끌었다.
수현의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미지 속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는 언제나처럼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함께 하는 두 사람과 함께라면, 그들은 어떤 난관도 뚫고 나갈 수 있었기에.
그들이 다음 대형 전환으로 향해 가던 그때, 하나의 일이 남아 있었다. 바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준비였다 — 그리고 그것이 새로운 갈등으로 그칠 일이 없었다.
언젠가 도착할 최후의 목적지를 향해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달려갔다.
---
고요한 바람 속에서도 그들의 발걸음 소리는 그리 작지 않았다. 각자가 직면한 선택의 기로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교차로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겨울의 바람이 바뀌기 전까지 이들 앞에 나타날 문제는 결코 단순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성장을 위한 희생과 해답의 시간을 떠맡은 채, 소중한 연결고리를 통해 함께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그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아직 그 누구도 모른다. 그들의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그들이 스스로 상상해볼 여지가 아직 충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곧 그들의 이야기에서 그루터기처럼 남겨진 진정한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