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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자국은 지방의 어둠을 뚫고 있다. 고독한 거리에 아직도 반짝이는 불빛들 사이를 헤매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두근거림이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형의 얼굴이 군중 속에서 습격처럼 떠오른 이후로, 온갖 상상들이 몰려들었다. 우리의 마지막 대화가 어딘가 아쉬웠던 그 순간, 난 그가 말했던 걸 기억하려 했지만 기억 한 구석은 흐릿했다.
가로등 아래에 서있던 세희가 문득 떠올랐다. 그녀의 자리로 다시 걸음을 옮기기 전, 머릿속은 형의 말들로 가득 찼다. "놓치지 마라..." 그의 목소리가 여전히 불분명하게 떠오르며 내 귓가를 맴돌았다.
세희의 가게 문턱에서 그녀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어땠어?"
그녀를 보면 언제나처럼 놀랍게도 마음이 조금 풀어졌다. "형을 본 것 같았어. 군중 속에서..."
세희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랬구나. 그럼 우리 해야 할 일이 있어."
그녀의 말은 단호했고, 한편으로 의지의 방패처럼 느껴졌다. 형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혼란스러운데, 더 해야 할 일이 있다니.
놋색 테이블 위엔 레시피가 적힌 종이와 몇 장의 사진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세희는 천천히 사진들을 정리하며 말했다. "여기, 마지막 촬영 때 찍은 거야. 우리 같이 찾자."
그녀가 내민 사진 중 하나, 도무지 생소했던 그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캄캄한 곳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피사체. 누군가의 음식과 같은 무언가가 그려진 붉은 벽이었다.
"이게 어디...?"
세희가 한 손가락으로 사진에 그려진 벽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여기, 봐. 눈치챘어?"
의미 없는 벽면일 뿐이라고 생각한 순간, 그 완벽한 비율 안에 숨겨진 작은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꼭 두꺼비집같이 생긴 그 문양은... "AI 주방 보조기 로고?"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세희의 표정은 경탄에 가득 차 있었다. "맞아. 형은 아마, 인공지능의 중심에서 직접적인 단서를 찾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그녀의 말은 날카로웠다. 마침내 희미하게 형의 목적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 해야 할 일이 있지," 나는 결의에 차 말하면서도 떨렸다. "저곳에 가야 해. 알아내야 한다고."
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하자. 널 혼자 두지는 않을 거야."
우리는 곧장 길을 나섰다. 세희의 숨결이 가슴 속에서 따뜻하게 울리지만, 그 온기마저 커져가는 불안감에 휩싸여 조용히 쉬고 있었다.
가로등이 점점 불안한 그림자를 불러내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그 오래된 벼랑 끝에 있었다. 세상 속 숨겨진 비밀의 문이 모두를 기다리고 있었던 곳이었다.
"여기어야 하는 것 같은데..." 세희가 조용히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초점 맞추기를 한참 걸리는 듯 한 그림자가 우리 뒤를 쫓았다. 막상 그 앞에 서보니 높디높은 철문이 있었다. 무기질적인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감쌌다. 문에 구조적으로 조각된 수많은 인간형의 흔적들이 서늘했다.
문을 밀어 열려던 손길에, 갑자기 웅크리고 빠르게 몰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두려움이 왜인지 한 발 앞으로 뻗게 했다.
"민재!" 세희가 날잡더니 살짝 몸을 돌려 뒷걸음질쳤다.
어느새 다가온 밤의 끝자락에 그가 나타났다. 강태, 그가 여기서 뭐하지? 그의 뚜렷한 목소리가 뇌리 속으로 파고들었다. "여기서 뭐하고 있어, 민재?"
세희는 순간적인 침묵을 지킨 채, 내 어깨를 살며시 짚었다. "강태씨, 오히려 왜 그러세요?"
강태는 차분했지만, 그 반짝이는 눈동자 안에 뭔가 숨겨져 있는 듯싶었다. "아주 흥미로운 장소지. 한때는 이곳도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갔던 곳이었을걸."
"하지만 여긴... AI가 관리하는 곳 아닌가요?" 나는 순간적으로 반문했다. 그의 대답은 내 예상 밖이었다.
강태는 미소를 지으며, 경고라도 내리려는 듯 손을 올렸다. "들어가면 답을 알게 될 걸세. 하지만 조심해야 해."
우리는 잠시 그에게서 떨어졌다. 한동안 그의 말이 꺼놓은 잔잔한 파문이 우리 사이를 억류했다.
곧 다시 철문을 밀며, 안으로 천천히 발을 들였다. 문 너머, 낯선 공기로 가득 찬 공간이 펼쳐졌다. 익숙지 않은 조명이 온 실내를 휩쓸고 지나며 그 들리던 발걸음 소리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듯 조용해진 공간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형은 무얼 찾고자 했을까..." 나 자신에게 물었다. 안쪽엔 으스스한 그림자들만이 우리와 동행하고 있음을 깨닫고, 나는 그 한 스텝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눈을 들어 보자마자, 완전히 멈춰버린 침묵의 방 안으로 유진이 나타났다. 그녀가 왜 여기에?
각각의 나사 하나까지 구분 가능한, 완벽하게 조형된 그녀의 실루엣이 감칠매는 빛의 실루엣으로 등장했다. "민재,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차가운 목소리가 공기 중을 날렸다. 유진의 존재가 설마 이렇게 연관되어 있었던 건가.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사건이었지만, 그 순간 모든 것이 느리게 동작했다.
내 생각이 어떤 해답을 찾으려는 찰나, 그녀는 마치 수수께끼처럼 미소 지었다. "누군가 널 기다리고 있어."
그 순간, 친구라 믿었던 그녀의 말투 속 숨겨진 불확실함이 뻗어나갔다. 그녀의 행동은 한계에 다다르지 않았고, 우리는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앞으로 다가올 순간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다시 한 번 우리를 밀어냈다.
모든 것의 중심에 서서, 나는 그녀에게 조차 믿음을 주어야 할지 고민하며 머리를 쥐어짰다. 모든 것이 점점 더 많이 얽히고 있었다. 형이 사라졌던 그날 밤, 그 뒤를 따르던 의심이 이 모든 것을 시작했을지 모른다는 기분이 든 채로.
신비로운 단서가 또 다른 퍼즐을 풀기 위해 눈앞에 열려 있었다. 유진의 존재는 더 깊은 미로 속으로 우리를 이끌어가길 바라듯, 그 눈빛을 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