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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유리문이 열리며 하은의 손이 차 문손잡이를 놓치고 말았다. 아버지 하정수가 들어서자마자 진우가 그녀의 팔을 끌어당겼다. 그의 손바닥이 뜨거웠고, 관자놀이의 핏줄이 불거졌다.
“하은, 뒤로 물러서.”
하정수가 구두를 바닥에 찍으며 말했다. “그 계약서, 이제 네가 직접 설명할 차례다.”
진우가 테이블 모서리를 움켜쥐었다. 종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은은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차가운 금속이 손가락 끝을 스쳤다.
“아버지, 그건 제가 검토만 했을 뿐이에요.”
하정수가 서류를 펼쳤다. 페이지가 스치는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검토? 네가 진우를 2년 전부터 개인적으로 만난 기록이 여기 있는데.”
민준이 벤치에 기대어 웃었다. “이제 끝이군. 하은, 너도 이제 알겠지.”
수진이 가방 끈을 비틀며 말했다. “아버님, 지금은 서류보다 하은 씨 상태를 먼저 봐야 해요.”
성호가 담배를 문 채 창가에서 연기를 내뱉었다. “재미있어지네. 또 새로운 증거라.”
진우가 하은의 허리를 감쌌다. 따뜻한 체온이 코트 안으로 스며들었다. “하은, 솔직히 말해. 네가 날 찾아온 이유가 그 계약 때문이었어?”
그녀는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창밖 네온 불빛만 바라보았다.
박 과장이 차 경적을 울렸다. “사장님 기다리십니다.”
그들은 다시 차에 올랐다. 하은은 진우 옆자리에 앉았고, 하정수가 뒤따랐다. 엔진 소리가 창문을 울리며 거리를 가로질렀다.
진우가 그녀의 무릎에 손을 올렸다. “하은, 지금이라도 말해. 네가 그 파일을 왜 숨겼는지.”
하은은 그의 손을 밀어내지 않았다. “지금은 회사에 도착하면…”
민준이 앞좌석에서 돌아보며 말했다. “그 손 치워. 하은, 너 정신 나갔어?”
수진이 뒷좌석에서 숨을 삼켰다. “민준 씨,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에요.”
차가 회사 건물 앞에 멈췄다. 24층 사장실 불빛이 밤하늘을 밝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하은은 진우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를 파고드는 걸 느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김 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와. 사장님이 직접 심문하신다.”
긴 복도를 걸었다. 카펫이 발소리를 삼켰다. 사장실 문 앞에서 진우가 멈췄다.
“하은, 여기서 끝낼 수 없어.”
문이 열리며 사장 이현수가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태블릿 화면이 하은의 얼굴을 비췄다.
“하은 씨, 이 파일 설명해 보시지. 아버지 회사와 연결된 계약 조작, 네가 2년 전부터 알고 있었나?”
하은은 테이블에 서류를 내려놓았다. 종이 모서리가 손가락을 베듯 날카로웠다. “이건 제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조작한 거예요.”
진우가 그녀 옆에 섰다. “제가 대신 말하겠습니다. 그 계약은 제 전 회사가 사기를 치려던 거였고, 하은 선배는 검토만 했을 뿐입니다.”
사장이 웃으며 태블릿을 돌렸다. 화면에 새로운 영상이 떠올랐다. 하은의 아버지가 진우의 전 회사 사장과 만나는 장면이었다.
“이건… 제가 찍은 게 아니에요.” 하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민준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사장님, 이건 하은이 진우를 유혹한 증거입니다. 해고 처리해 주십시오.”
수진은 뒤에서 손을 꼭 쥐었다. 성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직 끝이 아니죠. 김상현 차장님이 가져온 서류가 진짜라면…”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밖으로 서울 야경이 펼쳐졌다. “내일 아침까지 두 사람의 해명을 듣겠다. 하지만…”
복도에서 새로운 발소리가 들렸다. 문이 벌컥 열리며 최유진이 들어섰다. 그녀의 가죽 가방에서 종이 냄새가 새어 나왔다.
“사장님, 방금 새로운 증거가 도착했습니다. 하은 씨가 진우 씨와 2년 전부터 사적으로 만난 기록입니다. 그리고…” 최유진이 USB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이 안에 하은 씨의 아버지가 민준 씨와 공모한 흔적도 들어 있습니다.”
민준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최유진을 노려보며 외쳤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하은은 진우의 팔을 붙잡았다. 그의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했다.
사장이 USB를 집어 들며 말했다. “열어 보지.”
화면이 켜지며 새로운 파일이 떠올랐다. 민준의 이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계약 조작에 관여한 흔적과, 하은을 진우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성호와 공모한 기록이었다.
수진이 숨을 들이마셨다. “민준 씨… 설마.”
진우가 민준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이게 다 네 짓이었어?”
하은은 두 사람 사이에 섰다. “진우, 지금은…”
그녀의 손이 그의 가슴에 닿자 뜨거운 체온이 전해졌다. 민준은 웃으며 뒤로 물러섰다. “증거가 뭐 어때? 회사에서 너희 둘 다 끝장날 거야.”
사장이 태블릿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모두 내일 아침 9시까지 대기하라. 그때까지 추가 증거가 나오면…”
복도 끝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다가왔다. 문틈으로 보이는 실루엣은 낯선 여성이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서류철이 불빛에 번들거렸다.
하은의 심장이 멎을 듯 뛰었다. 진우가 그녀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또 누구지?”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들어와.”
문이 열리며 여자가 들어섰다. 그녀는 하은의 대학 동기이자 경쟁사 법무팀장인 최유진의 동료였다. “진우 씨, 네가 하은 씨를 처음 만난 날, 그 계약은 이미 조작되어 있었어. 그런데 하은 씨, 네가 그걸 알고도 진우 씨를 끌어들인 이유가…”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하은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화면에 뜬 메시지는 익명의 번호였다. ‘아버지가 지금 회사로 오고 있다.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너희 둘 다 끝이다.’
진우가 하은의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누구야? 또 누가…”
하은은 메시지를 지우지 않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방 안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제 시작이다.”
문밖에서 다시 발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아버지 하정수의 목소리가 울렸다.
“하은, 문 열어라. 이제 모든 걸 끝내자.”
진우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러나 그녀의 심장은 점점 얼어붙었다. 새로운 위기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길, 하은은 진우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차가운 금속 벽에 등이 닿자 서늘한 감촉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민준이 앞에서 말했다. “이제 끝났어. 하은, 너 아버지 때문에 다 망가진 거야.”
진우가 민준의 멱살을 잡았다. “닥쳐. 하은은 몰랐을 거야.”
차 안으로 들어서자, 박 과장이 운전석에서 말했다. “사장님 지시로, 두 사람은 지금 당장 집으로 가지 마.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겠습니다.”
하은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네온 불빛이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비췄다. 진우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체온이 손가락 사이로 전해졌다. “하은, 그 파일… 네가 날 본 이유가 아버지 때문이었어?”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진우, 믿어줘. 나는…”
차가 한적한 골목에 멈췄다. 그들은 작은 호텔로 들어섰다. 로비의 카펫이 발소리를 삼켰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진우가 문을 잠갔다. “여기서 이야기해. 더 이상 숨길 거 없어.”
하은은 소파에 앉아 USB를 꺼냈다. 노트북 화면이 켜지며 새로운 파일이 떠올랐다. 그녀의 아버지가 계약 조작을 지시하는 녹음 파일이었다. “이게… 진짜였어. 아버지가 날 이용하려고 했던 거.”
진우가 그녀 옆에 앉았다. 그의 무릎이 그녀의 무릎에 스쳤다. “그래서 네가 날 지켜본 거야? 나를 보호하려고?”
하은은 그의 손을 잡았다. “아니야. 처음엔 그랬을지 몰라. 그런데… 너를 만나면서 달라졌어.”
진우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는 하은의 턱을 들어 올렸다. “지금도 그게 중요해? 우리 관계가…”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울렸다. 수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은아, 문 열어. 성호가 또 다른 파일을 가지고 왔어.”
방 안으로 들어선 성호는 USB를 흔들며 미소 지었다. “이게 진짜 끝판왕이야. 하은 선배 아버지가 진우 씨를 이용한 이유가… 하은 씨를 회사에서 몰아내기 위해서였어.”
하은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녀는 진우의 팔을 붙잡았다. “그게 무슨…”
성호가 파일을 실행했다. 화면에 하은의 아버지가 민준과 통화하는 내용이 나왔다. “하은을 진우와 엮어서, 사내 스캔들로 해고시키라고. 그러면 내 회사가 안전해.”
민준이 벽에 기대어 섰다. “그게… 내가 한 일이야. 하은, 미안해. 하지만 네 아버지가 시킨 거였어.”
진우가 민준에게 다가갔다. “네가 하은을 배신한 거야?”
하은은 두 사람 사이에 섰다. “그만해. 이제…”
그녀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익명의 메시지였다. ‘아버지가 지금 호텔로 오고 있다.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너희 둘 다 끝이다.’
진우가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또 누구야?”
하은은 대답하지 못했다. 방 안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문밖에서 새로운 발소리가 다가왔다. 그녀의 아버지 목소리가 울렸다.
“하은, 문 열어라. 이제 모든 걸 끝내자.”
진우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러나 그녀의 심장은 점점 얼어붙었다. 새로운 위기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로비 유리문이 다시 열리며 익숙한 실루엣이 다가왔다. 하은의 손이 차 문을 잡은 채 굳었다. 발소리가 아스팔트를 때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며, 낯선 향수 냄새가 차가운 밤바람을 타고 밀려왔다.
“하은, 기다려. 내가… 진짜 파일을 가지고 왔다.”
문이 열리며 중년 여성 하나가 들어섰다. 진우의 전 회사 동료, 이지은이었다. 그녀의 가죽 가방에서 종이 냄새가 새어 나왔고, 하이힐이 바닥을 찍는 소리가 로비를 울렸다. 박 과장이 차 문을 잡아당기며 “지금은 시간이 없어요”라고 재촉했지만, 하은은 몸을 돌려 그녀를 마주했다.
진우가 차 안에서 내려와 하은의 팔을 붙잡았다. 그의 손바닥이 뜨거웠다. “누구야? 또 새로운 사람?” 그의 목소리는 낮고 날카로웠다.
하은은 그의 손을 뿌리치지 않은 채 이지은을 바라보았다. “파일이라니… 어떤 파일?”
이지은이 가방에서 두툼한 서류철을 꺼냈다. 종이가 스치는 소리가 밤공기를 갈랐다. “이건 성호가 조작한 게 아니야. 진우 씨, 네가 2년 전 하은 씨를 처음 본 날부터 기록한 거지. 하은 씨가 그 계약서를 검토하면서 진우 씨 사진을 몰래 출력한 흔적까지.”
민준이 웃으며 로비 벤치에 기대어 섰다. “또 증거? 이제 지겹군.”
수진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손을 떨었다. 성호는 담배를 비벼 끄고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어지네. 이지은 씨, 그 서류를 왜 지금 내놓는 거지?”
하은은 서류철을 받아들었다. 차가운 종이 감촉이 손가락 끝을 스쳤다. 그녀는 한 장을 넘기며 진우의 이름을 찾았다. 페이지마다 진우의 사진이 붙어 있었고, 그녀 자신의 필기체 메모가 적혀 있었다. ‘이 남자, 위험해 보이지만… 끌린다.’
진우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는 하은의 어깨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게 사실이야? 네가 날 지켜보고 있었다고?”
하은은 서류를 내려놓지 않은 채 고개를 들었다. “모르는 일이야. 누군가 내 이름을 도용한 거겠지.”
박 과장이 차 경적을 울렸다. “이제 그만. 사장님 기다리십니다.”
그들은 차에 올랐다. 하은은 진우 옆에 앉았고, 민준과 수진, 성호가 뒤따랐다. 차 안 공기가 답답했다. 엔진 소리가 창문을 울리며 거리를 가로질렀다.
진우가 하은의 무릎에 손을 올렸다. 따뜻한 손길이 얇은 스타킹을 통해 전해졌다. “하은, 솔직히 말해. 그 파일에 네가 날 본 날짜가 진짜라면…”
그의 목소리는 낮게 깔렸다. 하은은 그의 손을 밀어내지 않았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그게 중요하지 않아. 회사에 도착하면…”
민준이 앞좌석에서 돌아보며 말했다. “그 손 치워. 하은, 너 지금 정신 나갔어?”
수진은 뒷좌석에서 숨을 삼켰다. “민준 씨,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에요.”
성호는 창문을 내리며 담배를 물었다. 연기 냄새가 차 안으로 퍼졌다.
차가 회사 건물 앞에 멈췄다. 24층 사장실 불빛이 밤하늘을 밝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하은은 진우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었다.
수진이 말했다. “하은아, 그 서류… 진짜 네가 쓴 거야?”
하은은 대답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김 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정장 소매에서 커피 향이 났다. “들어와. 사장님이 직접 심문하신다.”
그들은 긴 복도를 걸었다. 카펫이 발소리를 삼켰다.
사장실 문 앞에서 진우가 멈췄다. “하은, 여기서 끝낼 수 없어.”
문이 열리며 사장실 안으로 들어섰다. 사장 이현수가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태블릿 화면이 하은의 얼굴을 비췄다.
“하은 씨, 이 파일 설명해 보시지. 2년 전부터 진우 씨를 지켜본 이유가 뭔가?”
하은은 테이블에 서류를 내려놓았다. 종이 모서리가 손가락을 베듯 날카로웠다. “이건 제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조작한 거예요.”
진우가 그녀 옆에 섰다. “제가 대신 말하겠습니다. 그 계약은 제 전 회사가 사기를 치려던 거였고, 하은 선배는 검토만 했을 뿐입니다.”
사장이 웃으며 태블릿을 돌렸다. 화면에 새로운 영상이 떠올랐다. 하은이 2년 전 카페에서 진우를 몰래 촬영한 장면이었다. 그녀의 손이 잔을 쥐고 떨리는 모습이 선명했다.
“이건… 내가 찍은 게 아니에요.” 하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민준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사장님, 이건 하은이 진우를 유혹한 증거입니다. 해고 처리해 주십시오.”
수진은 뒤에서 손을 꼭 쥐었다. 성호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직 끝이 아니죠. 이지은 씨가 가져온 서류가 진짜라면…”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밖으로 서울 야경이 펼쳐졌다. “내일 아침까지 두 사람의 해명을 듣겠다.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복도에서 새로운 발소리가 들렸다. 문이 벌컥 열리며 강 변호사가 들어섰다. 그의 손에 또 다른 USB가 들려 있었다.
“사장님, 방금 새로운 증거가 도착했습니다. 하은 씨가 진우 씨와 2년 전부터 사적으로 만난 기록입니다. 그리고…” 강 변호사가 USB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이 안에 하은 씨의 남자친구, 민준 씨가 관여한 흔적도 들어 있습니다.”
민준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강 변호사를 노려보며 외쳤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하은은 진우의 팔을 붙잡았다. 그의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했다.
사장이 USB를 집어 들며 말했다. “열어 보지.”
화면이 켜지며 새로운 파일이 떠올랐다. 민준의 이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계약 조작에 관여한 흔적과, 하은을 진우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성호와 공모한 기록이었다.
수진이 숨을 들이마셨다. “민준 씨… 설마.”
진우가 민준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이게 다 네 짓이었어?”
하은은 그를 막아서며 말했다. “진우, 지금은…”
그녀의 손이 그의 가슴에 닿자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민준은 웃으며 뒤로 물러섰다. “증거가 뭐 어때? 회사에서 너희 둘 다 끝장날 거야.”
사장이 태블릿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모두 내일 아침 9시까지 대기하라. 그때까지 추가 증거가 나오면…”
그의 말이 끝나지 않았다. 복도 끝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다가왔다. 문틈으로 보이는 실루엣은 낯선 남자였다. 그의 손에 들린 서류철이 불빛에 번들거렸다.
하은의 심장이 멎을 듯 뛰었다. 진우가 그녀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또 누구지?”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들어와.”
문이 열리며 남자가 들어섰다. 그는 진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진우, 오랜만이야. 네가 날 배신한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남자의 이름은 진우의 전 상사, 박철민이었다. 그의 등장에 방 안 공기가 얼어붙었다. 하은은 진우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철민 형… 왜 여기 있어?”
박철민이 서류를 테이블에 던졌다. 종이가 흩어지며 새로운 계약서가 드러났다. “이게 끝이 아니야. 하은 씨, 네가 2년 전부터 진우를 이용한 이유를 이제 밝혀야 할 거다.”
진우의 손이 하은의 허리를 감쌌다. 따뜻한 체온이 그녀의 몸을 감쌌지만, 그녀의 다리는 후들거렸다.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계속해. 더 재미있군.”
민준은 구석에서 이를 갈았다. 수진은 입을 다물었다. 성호는 담배를 다시 물었다.
박철민이 한 걸음 다가오며 말했다. “진우, 네가 하은 씨를 처음 만난 날, 그 계약은 이미 조작되어 있었어. 그리고 하은 씨, 네가 그걸 알고도 진우를 끌어들인 이유가…”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하은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화면에 뜬 메시지는 익명의 번호였다.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내일 아침 모든 게 끝난다.’
진우가 하은의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누구야? 또 누가…”
하은은 메시지를 지우지 않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방 안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제 시작이다.”
문밖에서 다시 발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하은, 나야. 수진이 아니야. 진짜 네가 알아야 할 사람이 왔어.”
하은의 손이 핸드폰을 쥔 채 굳었다. 진우의 팔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그러나 그녀의 가슴은 점점 조여들었다. 새로운 위기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