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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벼랑 끝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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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한복판을 터벅터벅 걷고 있던 준호는 어쩐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햇빛은 산란하며 그의 이마에 남아 있던 땀방울을 말리며 반짝이고 있었지만, 그 모든 빛조차 그의 어두운 심경을 비출 수 없었다. 바람이 살살 수평선을 가로질렀고, 그 순간 등 뒤에서 꿰뚫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뒤돌아보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 말하듯 스르르 떨리는 어깨 너머로, 낮고 진득한 음성이 울리듯 다가왔다.

"준호야."

그 목소리는 지금 그에게 가장 불명확한 존재, 과거의 그리운 이에게서 나왔다. 아버지의 생전 모습으로 등장한 그 인물. 예전 넉넉한 미소와 함께 자신을 지켜보던 그 모습이 눈앞에서 회상처럼 펼쳐졌다. 그의 넓고 쾌활하던 웃음소리는 여전히 그를 사로잡았다.

준호의 발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그의 가슴 속에서 불안과 그리움이 뒤섞인 채로 으스러지며 소용돌이쳤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아버지와 두 눈을 마주했을 때 느껴야 할 감정에 비하면 미세할 뿐이었다.

"아... 아버지...?" 믿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바짝 마른 입술 사이로 말을 흘렸다. 시선은 불투명한 어둠 속을 헤매는 듯했다.

나직한 웃음소리가 그를 감싸듯 퍼졌다. "너를 이렇게 만나는 것도 이젠 익숙해지겠구나." 그 남자는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기억 속 장면처럼 다가왔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더 이상 그의 삶엔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토록 생생하게 그를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니. 준호는 그 어떤 의문도 말할 수 없었다.

"너와 마주하는 시간은 매순간 기적이지, 아니라 할까."

아버지는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두 팔을 벌렸다. 자신의 경험과 사랑을 한데 모아 온전한 그늘 속에 놓았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투명하게. 준호는 그의 기억 속 저 멀리서 발걸음을 떼지 않는 과거의 날들과 겹치는 듯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다를 바 없었다. 그는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긴급한 선택의 기로에 선 채로, 그저 정적 속의 흔들림만 감지할 뿐이었다.

"그때 내가 하지 못한 말들이 아직도 후회로 남아 있어. 네가 어딜 가든, 때로는 멈춰서며 되돌아봐도 좋아. 허나 결국 자신의 길로."

이런 대화를 나눈 기억은 없다. 하지만 이 토닥임은 그의 과거 그 이상으로 의미가 깊었다.

"아버지..."

준호는 두려움과 안도감이 뒤섞인 기괴한 감정에 잠겼다. 그의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모든 선택의 무게가 그의 어깨 위에 놓여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문득, 그들의 시야 저편으로 바라보던, 그는 도회적인 빛에 감도는 시끄러운 삶의 소음을 경계하며 아득한 깊이로 초점을 옮겼다. 그 순간 준호는 무언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것임을 직감했다.

문득, 그의 눈앞에 낯선 인물이 한 걸음씩 멀어지며 막아섰다. 익숙한 문신 뿐만 아니라 그간 봉인되어 있던 풍파 같은 감정이 그의 내리막에 테두리를 그리며 흐드러졌다.

강민재였다. 그의 눈이 시선의 깊숙한 곳을 찢어내며 말하였다.

"있잖아, 준호. 이제 모든 게 달라질 거야. 가야 할 길을 정해야 해.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건..."

민재의 말소리는 바람에 흐려지며 퍼져나갔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이내 현실 속에 짙게 배어나와 서늘한 느낌으로 전해졌다.

아버지는 그런 준호를 한 번 응시했다. 그러고는 모든 것이 헝클어진 채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돌다 일으킨 울림같은 미소로 말했다.

"기억할 수 있겠니? 네가 보여준 눈물."

준호는 그에 대한 답변을 주저했지만, 자신의 길을 향한 더욱 확신을 얻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으며, 마침내 깊고 어두운 것이 꿈틀댔다. 준호가 내린 결단이 그에게 어떤 결론을 선사할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찰나, 하늘에선 급격한 변화의 전조가 감지되었다.

강렬한 빛이 일렁이며 그를 감싼다. 목소리는 잠시 들리지 않고, 그만큼 길은 미묘한 균형 속에서 온갖 기다리는 것을 얼버무리고 있었다.

"준호! 여기 계속 머무를 수는 없어."

서영의 외침이 멀리서 들려왔다. 그녀의 손짓은 그를 망설임의 틀로부터 밀어내려는 듯했다.

그러나 손끝에 가득한 흔들림과 불안감은 손쉽게 극복되지 않았다. 무엇을 택할지 몰라 망설이는 순간들 속에서, 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많은 것들이 부담스레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아버지의 모습은 점점 사라져갔다. 그러나 그의 발걸음은 정지된 세계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품게 했다. 그의 길 위에 펼쳐질 새로운 장면은 이 총체적인 갈등을 더욱 복잡하고 흥미롭게 만들 것이었다.

잠시 후, 한참의 침묵 뒤에 아버지는 잔잔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며 그에게 마지막 말질을 덧붙였다.

"이곳은 끝이 아니란다, 준호야. 받아들이기에 따라 시작이 되기도 하지."

준호는 체념한 얼굴로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눈앞에 어둠과 밝음이 다시 한 번 교차하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아직 밝혀야 할 수수께끼와 이어져야 할 험난한 길이 남아 있었다. 이번 걸음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미래의 기록으로, 또다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또 다른 의미심장한 발소리가 다가왔다. 이번엔 확실히 그의 앞에 놓인 실체같은 무엇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 모든 것이 펼쳐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버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든 것은 그가 맞이할 대답 없는 해답이었다.

그 순간 주위가 하늘처럼 발그스름하게 물들었고, 그의 가슴은 주마등처럼 기억을 돌이켰다. 지금 그에게 가장 큰 난관은 그 시점에 있었다.

준호는 앞으로 나아가면서 불가능한 자리로 다가온, 험난한 시련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확고한 무언가가 맞이할 장면을 그려 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시작의 끝은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물러서지 않기로 다짐했다.

"이제 말이야. 그 끝에서 이뤄질 것이야."

준호의 눈동자는 그렇게 결단을 내렸다. 모든 가능성이 열린 채,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고 뜨거운 순간이 끝을 알리는 길목에 이르렀다.

갑작스런 정적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