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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새로운 길목에 선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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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지금 생각이 많아 보인다."

길을 나선 준호는 강렬한 햇빛을 이마로 받으며, 누군가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는 고개를 돌려 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강민재였다. 소매를 걷어붙인 그의 팔에 자리한 타투들이 빛을 반사하며 빛났다. 그의 표정은 늘 그랬듯 자유롭고도 방랑자다운 쾌활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민재, 언제 여기 온 거야?" 준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한참 됐지. 언제부터인가 네가 나를 보고있지 않더라. 그렇게 깊게 빠져드면 머리도 어지럽지 않냐?" 민재는 그 특유의 날카로운 눈으로 준호를 관찰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호기심과 함께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불확실한 빛이 내리비쳤다.

준호는 대답 대신 미소를 보였다. 그럴 때마다 민재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심각하게 다가오지만 결국 맨 끝에는 남들에게 웃음을 주기 마련이었다. 그들은 그저 슬쩍 지나치는 바람처럼 함께 걷고 있는 듯 보였지만, 그 상황 또한 반은 현실이었다.

"민재, 오늘은 뭔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 준호는 자신도 모르게 내뱉고 말았다. 머릿속을 몰아치던 번잡한 생각 속에서, 그는 새로운 결단을 내릴 시기가 다가옴을 직감했다.

민재는 한 걸음 앞서며 그의 손을 턱 아래로 들어올렸다. 그러다가 허공을 가리켰다.

"그래? 그럼 어디든 가자, 어디든 좋아. 네가 원하는 대로. 여긴 너무 고정된 세계니까."

잠시 후, 그들은 어딘가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손에 들린 커피 컵은 이미 식어 있었고, 준호는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우두커니 보았다.

"생각해 봐. 지금 넌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어. 떠나거나 남기." 민재는 그의 옆에 앉아 가만히 중얼거렸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의 삶은 가까이에 있지만 그만큼 멀기도 해. 그래서인지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 그렇지 않아?"

준호는 자신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 요동치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더 이상 묻어둘 수 없는 감정, 그리고 한 걸음 내디뎌야 할 절박함이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책상 위에 두고 몸을 기울여 민재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래, 아마 그럴지도. 그런데 선택이라는 게 이렇게 어렵네. 한참 돌아보면 결국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잖아. 그게 지금 우려스러워."

민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조용히 말했다.

"아무렴, 사람 할 수 있는 건 선택과 후회를 반복하는 것뿐. 하지만 중요한 건 후회할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거야. 그러다 보면, 진짜 너만의 길을 갈 수 있게 되겠지."

바람이 불어오며 그들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준호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은 천천히 움직이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네 말이 맞아. 그렇지만 여전히 난 아직 여러 가지가 불안해." 준호는 솔직했다.

그 순간, 그들의 시야에 친숙한 모습이 들어왔다. 한서영이었다. 그녀는 일상적인 차림새로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미소는 언제나 타고난 온화함을 자아냈고, 그것이 이 순간에선 더욱 뚜렷해 보였다.

"서영아!" 민재가 먼저 외쳤다.

서영은 두 사람에게 걸음을 재촉하더니, 가까운 거리에 다다라 자연스럽게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준호, 민재. 너희들 여기서 뭐해?" 그녀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그냥 생각 좀 정리하고 있었어. 네가 이렇게 나타나주니까 훨씬 좋아지네." 준호는 웬일인지 진정한 순수함을 느꼈다.

"오늘따라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다면서?" 민재가 말하자, 서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힐긋 굽이치는 나무 가지 위를 지나가는 햇살을 바라보았다.

"그럼 우리 함께 걸을래? 네가 하려는 그 생각을 한번 더 정리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준호는 그 제안이 와닿았다. 그는 단순한 행보 이상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두 번째 기회라는 것은 언제나 걱정과 함께 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길은 이제 서서히 그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세 사람은 그렇게 나란히 길을 걸어갔다. 대화 속에서 풀려나는 온갖 이야기들은 조용히 그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민재의 말투는 언제나 처럼 자유로웠고, 서영은 남에게서 쉽게 듣기 힘든 통찰을 건넸다.

그들이 파악하고 있는 이 상황 속의 선택들은 무척이나 근본적인 것이었다.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그들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납득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때, 서영이 멈추고 준호를 바라보며 뜻밖의 제안을 던졌다.

"우리 이제 한 번 그 벤치에 앉아서 수수께끼를 풀어보는 게 어때?"

서영의 말에 민재가 싸늘해진 표정으로 단짝, 짓궂게 물었다.

"수수께끼라니? 이 낡은 공원에 무슨 그런 게 있어?"

그러나 서영은 미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준호는 그 불가사의한 눈빛이 얄미웠지만, 새로움을 향한 호기심은 점차 그의 결정력마저 자극했다.

서영의 제안은 그렇게 던져졌다. 그녀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었지만, 준호는 그 제안이 단지 아주 작은 시작일 뿐인가 하는 질문을 마음 속에서 불러일으켰다. 그는 무언가 대단한 일의 서막이 될 것만 같은 예감을 느꼈다.

그 순간, 수수께끼의 시작과 함께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거릴 지내던 옛 노래의 후렴구였다. 그것이 그들의 방향성을 결정짓기라도 할 듯 점점 큰 울림 속으로 그를 끌고 들어갔다.

준호는 서로에게 흘러가는 순간을 느끼며 결단했다. 맞다, 지금은. 위험할 수도 있지만, 선택이 없으면 스스로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러니 이제 감정의 동요에 깨어남으로서, 그 길을 밟기로 했다.

"그럼 한 번 해보자."

거기, 새로운 길목에는 진정 예기치 못한 발견이 숨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걸음을 떼었다. 앞으로 어떤 여정이 펼쳐질까, 기대감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그가 향한 것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기회였다.

그 순간, 멀리서 뜻밖의 모습이 그들과 눈을 마주쳤다. 어쩌면 그가 가장 원하지 않았던 이의 등장일지도 모른다.

준호의 마음은 요동쳤다. 다음에 펼쳐질 사건은 무엇일까. 그의 심장은 공명처럼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