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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기계의 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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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의 비명이 사라지자, 바로 문 앞에서 우리는 갈피를 잡을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충격의 연쇄 속에서, 오직 빛나는 황급함이 우리를 이끌었다. 이곳에서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는지 몰랐지만, 그 불안은 피부 밑으로까지 깊게 파고들었다.

"저기, 봐." 세희가 손전등을 높이 들며 표시했다. 그녀의 손끝은 떨림 속에서도 확고했다. 불빛은 깊은 어둠 속 뚜렷한 윤곽의 금속문을 비춰냈고, 그 위에 누군가 지문처럼 문양을 새긴 듯이 보였다.

강태는 몸을 숙여 문을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그의 손은 신중하게 그 문양을 더듬었다. "이거... 뭔가 숨겨진 비밀번호 같아." 그가 혼잣말로 말했다. 그의 눈썹이 주름졌고, 두 눈은 미세하게 떨렸다.

문을 보는 나의 마음은 마치 끝없는 낯섦 속에 갇힌 것 같았다. 손을 뻗어 그 표면에 닿자,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감각을 포기하기 전까지 더 깊은 차원으로 밀어붙였다.

"이건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유진이 호기롭게 말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문양에 무언가 있을 것처럼 탐색했다. "맞아도 여기를 넘어가야만 알아낼 수 있겠지."

곧, 우리는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흐트러져 있었다. 세희가 닫힌 문의 장치를 찾아 움직임을 제안했다. 그녀의 이마에 잡힌 땀방울이 우리 움직임에 박차를 가했다.

"여기선 물러서는 것도 방법이 아닐 거야. 한 방향으로만 가야지." 강태가 결의에 찬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문 앞에 서서 그 기막힌 공간을 바라보았다.

이내,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그 금속문을 밀어붙였다. 손가락이 차가운 금속 위로 스치자, 문은 짐짓 저항감을 느끼게 하다가 천천히 열렸다. 우리는 모두 함께 숨을 터뜨리며 그 문을 힘차게 밀었다. 아무도 이곳에서 남고 싶지 않았다.

문이 열리자, 황량한 지하실 공간이 드러났다. 그곳에 있던 것은 기계 장치들로 가득 찬 방이었다. 이곳은 우리를 흔들리게 하던 모든 의문의 중심지였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게 다야? 다른 건... 없네." 세희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녀의 시선이 잿빛 벽으로 향할 때마다, 그곳은 비밀을 감추듯 부유했다.

유진은 조용히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눈을 똑바로 뜨고 있었다. 그 뜨거운 시선 속엔 무엇이 놓여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심장은 거칠게 고동쳤다. "난... 형의 비밀을 찾고 싶어."

"우리가 찾던 게 여기 있다고 믿는다면." 마침내 강태가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은 거칠고, 끓어오르는 어떤 분노가 느껴졌다.

누군가 말을 걸기 전, 온 방이 그답 없이 울리며 다시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모든 것이 희미해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손끝의 온기만 남은 채로 구획을 두드리고 있었다.

"누가 이 문턱을 지나려고 했다던가?" 세희가 갑작스럽게 말했다. 그녀의 숨이 머금은 긴장감은 마음을 차분히 뻗어냈다.

그 순간, 기계음이 다시 울렸다. 그것은 전에 없던 더욱 강렬한 진동이었다. 방 안의 모든 장치들이 마치 대기 상태였던 무언가를 기다리던 듯 깨어났다. 우리의 세상은 갑자기 저편으로부터 밀어닥치는 새로운 위협과 폭풍 속에 놓였다.

"이거... 뭔가 작동시키는 것 같은데..." 유진이 말했다. 그녀의 음성은 작은 떨림을 감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전환이었다. 우리는 걸어온 길이 가로막히는 새로운 장벽을 맞닥뜨린 느낌이었다. 새로운 차원이 우리를 향해 펼쳐지기 전, 그 다음의 섬광은 눈부셨다.

순간의 평온함은 곧 날카로운 길로 바뀌었고, 형언할 수 없는 미로의 수수께끼가 덮쳐왔다. 우리는 그 길을 따라오른 채로, 서로의 걸음을 지켜보았다. 한 걸음, 두 걸음, 우리의 발걸음은 더욱 새롭고 진한 미지로 향해가고 있었다.

진동이 잠시는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그것이 그리도 쉽사리 끝날 수 없음을 모두 알았다. 초조한 시간이 더욱 짙어지며 세상은 우리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그 어떤 존재가,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 그 낯선 경계에서 무언가 예상치 못한 난관이 하나 둘 열린다.

"누군가 오고 있어!" 강태가 급히 외쳤다. 그의 목소리가 회색 공간을 넘고 있었다. 모두가 준비되지 않은 채로, 그 익숙하지 않은 그림자가 그곳에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그때, 모든 것이 한순간 맹렬하게 휘몰아쳤다. 우리는 하나 둘, 서로의 손을 잡고 휘청거렸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진실의 발굴은 이제야 시작되고 있는 중이었다.

다음 장면으로 단숨에 이어지는 길. 그것은 미지의 깊이를 끊임없이 힘겹게 파고들며 우리에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