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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어둠을 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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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이 곤두섰다. 기묘한 냉기가 뼛속 깊이 파고들었고, 한기 속에서 등이 오싹했다. 민재는 숨을 들이마셨지만, 공기가 폐를 차갑게 물들이며 들어왔다. 피아노 건반에 얹어진 그의 손가락은 마치 거미줄을 거슬러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모든 게 이 순간, 이 공간에 집약되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게 다가오고 있는 기분이야." 민재의 말에 그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떨렸다. 이 음산한 예감은 의도를 품고 있다는 걸 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옆에서 소희는 숨소리조차 섬세하게 조율하면서 긴장감 속에 자신의 손끝을 매만지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어둡고 포근한 머리 위로 날카로운 빛을 띄었다. 그 특유의 관찰자 같은 태도는 그 순간, 파고드는 어둠을 길어 올린다.

"우리가 단순히 연주하는 걸로 끝낼 순 없잖아. 궁극적인 무언가를 보여줘야 해."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히 떨렸지만 결단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순간, 클럽의 문이 열리며 불협화음 같은 긴장감이 삽시간에 퍼졌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인물이 들어와 주변을 둘러보며 그들의 존재감을 확인했다. 레온이었다. 그의 표정은 냉정하고 단단했으며 그의 눈에는 진득하면서도 이질적인 광채가 감도는 듯했다.

"뭐하려고 하는 거야, 레온?" 현우가 그를 향해 소리쳤다. 그의 기타 목을 꽉 쥔 손이 뻣뻣해 보였다. 현우의 입가가 미세하게 이그러졌다.

레온은 천천히 클럽의 중앙으로 걸어오며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저 보려고. 너희가 이제 무슨 소리를 내게 될지 기대돼서 말이야." 그의 목소리는 메아리치듯 공명했다.

유나는 마이크를 들고서 시선을 레온에게 고정했다. 미세하게 숨소리가 걸린 그녀의 입술 사이로,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오르느 듯한 망설임이 터졌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 속에 감춰진 진실에 이끌려 기다리기를 바랐다.

그저 감지할 수 없는 일을 마주한 것처럼, 어느 누구도 쉽게 나설 수 없었다. 심장 박동은 불안과 흥분 사이에서 무정하게 가속을 더하고 있었다. 그 순간 민재는 건반을 바로 치기 시작했다. 음의 흐름이 다시 일어나면서, 모든 것이 덧없이 녹아들었다.

"우리는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을 드러내겠어." 그의 말투는 간결했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의지는 다른 인물도 자극하는 모양새였다. 그들의 옆에 상념에 잠긴 듯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것은 분명히 대부분의 예상에서 어긋나는 것이었다. 이윽고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어 클럽에 기이한 파장이 흘러 내렸다.

"끝나지 않은 비밀이 여기 있어." 레온의 목소리가 공기를 깨고 들어오는 순간, 그는 새로운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의 입가에 스쳐지나가는 미소에는 풀리지 않은 화두가 담겨 있었다.

민재는 레온의 서늘한 음성에 몸을 다시 한번 약간 뒤로 젖히며,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의 심장은 더 이상 조용하지 않았고 새로운 전율이 몸속에서 울렸다. 어렴풋이 던져진 물음은 이들을 할퀴며 불안하게 했다.

"모두 서둘러야 해." 그가 말하자 숨을 들이쉰 공간은 찰나적 정적에 뒤덮였다. 그 불특정한 두려움이 다시금 그들의 이마에 땀방울로 맺혔다.

그러나 그 순간, 클럽 문이 다시 열린다. 또다른 인물이 등장하며 공간에 아슬아슬하게 낀 긴장감을 밀어냈다. 깜짝 놀란 시선들이 그 인물에게로 집중됐다. 그의 입가에는 아직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그러나 그가 가져온 불안감과 어둠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압도적이었다.

"이제... 어둠 속에서 우리를 끌어내려는 건가 봐." 유나의 중얼거림이 가늘게 날아갔다.

무슨 말을 조금 더 듣기도 전에, 소희는 민재에게 고개를 돌렸다. 달 위에 서 있는 듯한 긴장감이 그녀의 눈동자에 가득 차올랐다.

"아직 끝난 거 아니야. 우리 힘으로 이겨낼 수 있어," 그녀가 단호하게 대답하자 민재는 풀리지 않은 의문의 답을 찾으려는 그 갈망 속에서 그녀에게 응답했다. 그러나 깨달음은 쉽지 않았다.

그 순간 민재는 눈을 천천히 감고, 또다른 세계로 향하는 출발을 감지했다. 그의 심장이 가슴속에서 터질듯이 방망이를 두드리며, 운명의 순간적인 중지점을 넘어가길 간절히 바랐다.

그 속에서 불길하고 강렬하게 되살아나는 감각이 그와 이 모든 이들을 더욱 짙은 어둠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의 깊은 곳에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밀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