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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출구를 빠져나오며, 아침 햇살이 우리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쌌다. 새벽녘의 차가운 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오며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리안과 해린이와 함께 숲을 뒤로하고 기숙사 방향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어젯밤의 긴장과 불안은 여전히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었지만,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해린이의 따뜻한 미소와 리안의 차갑지만 든든한 존재감이 내 곁에 있었다. 우리는 서로 말없이 걸었지만, 그 침묵 속에는 묘한 결속감이 흐르고 있었다.
숲의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이 땅 위에 얼룩진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나는 그 그림자를 밟으며 문득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해린이가 나를 따라왔다는 사실, 그녀의 걱정 어린 눈빛, 그리고 리안이 그녀를 받아들인 순간. 모든 게 꿈만 같았다. 내 비밀을 공유하는 게 이렇게 큰 위안이 될 줄 몰랐다. 하지만 동시에, 그림자의 경고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네 선택이 무엇을 불러올지 지켜보겠다.’ 그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고 단호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꽉 쥐며 불안을 삼켰다.
기숙사 근처에 도착했을 때, 해린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린아, 정말 괜찮은 거지? 이런 큰 일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니… 내가 더 빨리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녀의 목소리에는 죄책감과 걱정이 묻어 있었다.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해린아. 네가 이렇게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정말 고마워."
해린이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밝게 웃으며 내 손을 꼭 잡았다. 그녀의 따뜻한 손길이 나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리안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앞만 보고 걸었다. 그의 뒷모습은 마치 감정을 숨기려는 듯 단단해 보였다. 나는 문득 그의 비밀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그는 왜 이 숲의 비밀을 쫓는 걸까? 나를 돕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증이 가슴을 짓눌렀지만, 지금은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기숙사에 도착하자,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 멈춰 섰다. 새벽녘의 고요한 공기 속에서, 리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좀 쉬자. 어제 밤 일이 너무 많았어. 하지만 내일 밤, 다시 숲으로 가야 해. 하린, 네 힘을 통제하는 게 급선무야. 그리고 해린, 너도 함께할 거라면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해."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어딘가 부드러운 울림이 섞여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어. 나도…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아. 내 힘을 통제할 수 있다면, 어쩌면 나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
해린이도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최선을 다할게! 하린이 힘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 우리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거야!"
그녀의 밝은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리안은 잠시 우리를 바라보다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내일 밤, 같은 시간에 여기서 만나자. 그리고…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 특히 유리아 근처에서는 조심해."
그의 경고에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유리아.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이 떠오르며 불안이 다시 밀려왔다. 만약 그녀가 우리의 비밀을 알아차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리안의 말을 새겨들었다. 우리는 각자의 기숙사로 돌아가며 마지막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태양이 완전히 떠오르며 우리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 순간, 나는 가슴 깊은 곳에서 새로운 결심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방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아침 햇살은 따뜻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어제의 일로 가득 차 있었다. 리안과 해린이와의 동맹, 숲 속에서의 훈련, 그리고 그림자의 목소리. 모든 게 뒤엉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손끝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 힘… 정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걸까? 아니, 그보다 이 힘은 대체 어디서 온 걸까?’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답은 없었다.
그날 아침,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강의실로 향했다. 복도를 걷는 동안에도 주변 학생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특히 유리아의 친구들로 보이는 몇몇이 나를 힐끔거리며 속삭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그들의 시선을 피하려 애썼다. 심장이 쿵쿵 뛰며 불안이 가슴을 짓눌렀다. ‘설마 유리아가 뭔가 눈치챈 걸까? 아니, 그럴 리 없어. 내가 너무 예민한 거야.’ 나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강의실로 들어갔다.
수업 시간, 나는 평소처럼 이론 강의에 집중하려 했지만, 머릿속은 온통 내일 밤 숲에서의 훈련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라우엘 선생님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듯했고, 필기하는 손은 자꾸 멈춰 섰다. 옆자리의 해린이가 작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하린아, 괜찮아? 오늘도 좀 멍해 보여."
나는 억지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별일 없어."
하지만 해린이는 내 거짓말을 눈치챈 듯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더 캐묻지 않았지만, 수업이 끝난 후 나를 따라 복도로 나와 다시 물었다.
"하린아, 진짜 괜찮은 거 맞지? 나도 이제 너랑 같이 이 일을 겪는 거잖아. 무슨 고민 있으면 꼭 말해."
그녀의 따뜻한 말에 가슴이 찡해졌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실… 유리아가 계속 나를 의심하는 것 같아. 그리고 내일 밤 또 숲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좀 불안해. 만약 또 누가 따라오면 어쩌지?"
해린이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밝게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하지 마! 나랑 리안이 같이 있잖아. 그리고 유리아가 의심한다고 해도, 우리가 조심하면 괜찮을 거야. 우리 셋이 함께라면 뭐든 해낼 수 있어!"
그녀의 낙관적인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해린이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를 조금 더 용기 있게 만들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고마워. 너랑 리안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점심시간, 나는 식당에서 리안을 찾아 그의 테이블로 다가갔다. 그는 여전히 혼자 앉아 있었고, 무표정한 얼굴로 책을 읽고 있었다. 내가 쟁반을 들고 맞은편에 앉자, 그는 고개를 들며 나를 바라보았다.
"뭐야, 최하린. 무슨 일이야?"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나는 더 이상 그 차가움에 위축되지 않았다. 나는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리안, 내일 밤 정말 괜찮을까? 유리아가 계속 나를 의심하고 있어. 만약 그녀가 우리를 따라오면…"
리안은 책을 덮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유리아가 의심하는 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그녀가 따라오더라도, 우리가 먼저 대비하면 돼. 내일 밤엔 경로를 바꿔서 숲으로 들어가자. 그리고… 네 힘을 통제하는 게 더 급해. 그게 해결되지 않으면, 유리아보다 더 큰 문제가 생길 거야."
그의 단호한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안의 말은 항상 냉철했지만, 그 안에는 나를 위한 진심이 담겨 있는 듯했다. 나는 작게 대답했다.
"알겠어. 내일 밤, 최선을 다해볼게."
리안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다시 책을 펼쳤다. 나는 그의 무표정한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의 비밀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내일 밤을 생각하며 잠을 청하려 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내 안에 잠든 힘, 그림자의 목소리, 그리고 리안과 해린이와의 동맹. 모든 게 뒤엉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달빛은 여전히 밝았고, 그 빛이 내 불안한 마음을 더 부각시키는 듯했다. 나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을 느끼며 작게 중얼거렸다. ‘내일 밤, 정말 내가 통제할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더 큰 위험이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다음 날 밤, 나는 약속한 시간에 기숙사 뒤편 공원에서 리안과 해린이를 만났다. 모두가 잠든 시간, 세상은 고요했고, 달빛만이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리안은 검은 로브를 입고 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해린이는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보며 심호흡을 했다.
"준비됐어? 오늘은 경로를 바꿔서 들어갈 거야. 유리아나 다른 학생들이 따라오지 못하게 조심해야 해."
리안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준비됐어. 가자."
해린이도 밝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준비됐어! 하린이 힘을 통제할 수 있도록, 나도 최선을 다할게!"
우리는 리안의 안내에 따라 평소와 다른 경로로 숲에 들어갔다. 학교 뒤편의 작은 샛길을 통해 숲 안쪽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어둠이 우리를 감쌌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이 길을 비춰주었지만, 숲의 음산한 기운은 여전했다. 나는 지팡이를 꽉 쥐며 불안을 삼켰다. 리안은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고, 해린이는 내 곁에서 작은 목소리로 나를 격려했다.
"하린아, 괜찮아. 우리 함께 있잖아. 무서워하지 마."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불안이 피어올랐다. 공터에 도착했을 때, 검은 그림자는 이미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달빛 아래에서도 그 형체는 흐릿했고, 여전히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리안과 해린이는 그림자를 보자 긴장한 듯 한 걸음 물러섰다. 나는 그들을 안심시키며 말했다.
"괜찮아. 이게 내가 말했던 존재야. 나를 해치진 않아… 아마도."
리안은 여전히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림자를 노려보았다. 그림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인간, 네 동맹들을 데려왔구나. 오늘 밤, 네 시험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갈 것이다. 네 힘이 진정으로 통제될 수 있는지 보겠다."
그 목소리에 나는 몸을 떨었다. 더 깊은 시험이라니, 대체 무슨 의미일까? 나는 다급히 물었다.
"시험? 무슨 시험을 말하는 거야? 그리고 내 힘을 통제한다는 게…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하지만 그림자는 대답 대신 손을 뻗었다. 그러자 공터 한가운데 보랏빛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 빛은 이전보다 훨씬 강렬하게 느껴졌다. 나는 숨을 죽이며 그 마법진을 바라보았다. 리안이 내 곁으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린, 집중해. 네 힘을 통제해야 해. 우리가 곁에 있을게."
해린이도 내 손을 잡으며 격려했다.
"그래, 하린아. 우리 믿어. 너라면 할 수 있어!"
그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진 안으로 들어가자, 온몸을 감싸는 뜨거운 기운이 다시 한 번 느껴졌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손끝에서 전율이 일었다. 내 안의 불꽃이 다시 타오르는 듯한 감각이 밀려왔다. 이번엔 그 불꽃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폭발 직전으로 치달았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소리쳤다.
"리안! 해린이! 이거… 너무 강해! 나 통제 못 할 것 같아!"
리안은 재빨리 내 곁으로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그의 차가운 손이 내 뜨거운 손을 감싸자, 불꽃이 조금 진정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해린이도 내 다른 손을 잡으며 소리쳤다.
"하린아, 우리 믿어! 네 힘을 억누르려 하지 말고, 느끼는 대로 해봐!"
그들의 손길과 목소리가 나를 안정시켰다. 나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불꽃을 손끝으로 모으려 집중했다. 그 순간, 갑자기 숲 속에서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리안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나를 뒤로 밀며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어. 하린, 해린이, 뒤로 물러서."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해린이와 함께 마법진 밖으로 나왔다. 빛이 꺼지며 공터는 다시 어둠으로 돌아갔다. 나뭇가지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유리아일까?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일까?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고, 나는 리안의 뒤에 숨어 숨을 죽였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희미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달빛 아래로 드러난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나는 숨을 삼켰다. 그건 유리아였다. 그녀의 금발 머리와 날카로운 눈빛이 달빛에 반짝였다.
"최하린, 역시 네가 여기 있었군. 대체 뭘 하는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변명해야 할까? 이미 그녀는 나를 의심하고 있었다. 리안이 앞으로 나서며 단호하게 말했다.
"유리아, 여긴 출입 금지 구역이야. 너야말로 왜 여기 있는 거지?"
유리아는 코웃음을 치며 우리를 노려보았다.
"나야 교수님께 심부름을 맡아서 왔지. 근데 너희는? 이런 밤에, 세 명이서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아까 그 빛은 뭐였어?"
그 말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가 마법진의 빛을 본 걸까? 나는 숨을 삼키며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하려 했다. 하지만 리안이 먼저 나서며 차갑게 말했다.
"네가 본 건 착각일 거야. 우리 그냥… 산책 중이었어. 더 이상 캐묻지 말고 돌아가."
유리아는 잠시 우리를 말없이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우리의 거짓말을 꿰뚫어보는 듯했다. 나는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더 캐묻기 전에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유리아는 한 걸음 다가오며 낮게 말했다.
"착각? 나를 바보로 아는 거야? 최하린, 너 뭔가 숨기고 있지? 이 숲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나 교수님께 보고할 거야."
그 말에 나는 숨을 멈췄다. 교수님께 보고라니… 만약 유리아가 정말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모두 위험에 빠질 것이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려 했지만, 그 순간 머릿속에서 그림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인간, 그녀는 네 비밀을 알아서는 안 된다. 네 힘을 지켜라. 때가 오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그 목소리에 나는 몸을 떨었다. 유리아가 나를 의심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나는 리안과 해린이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림자가 말한 ‘때’라는 것은 대체 언제일까? 불안과 긴장감이 가슴을 짓누르는 가운데, 나는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시험을 직감했다. 유리아의 다음 말이 무엇이 될지, 그리고 우리의 비밀이 밝혀질지, 모든 것이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