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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공기는 차갑고 무거웠다. 달빛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어 희미하게 공터를 비추고 있었지만, 유리아의 날카로운 눈빛은 그 어떤 빛보다도 강렬하게 나를 찔러왔다. 그녀의 금발 머리가 달빛에 반짝이며,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칼날처럼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고, 손끝에서 땀이 배어나왔다. 그녀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교수님께 보고할 거야.’ 그 말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내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이미 눈치챈 듯한, 그런 확신.
나는 숨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그녀가 믿을 리 없었다. 리안은 내 앞에 서서 유리아를 노려보고 있었고, 해린이는 내 곁에서 손을 꼭 잡으며 긴장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공터의 고요함은 마치 폭풍 전야처럼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마저도 심장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크게 들렸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그림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인간, 그녀는 네 비밀을 알아서는 안 된다. 네 힘을 지켜라. 때가 오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그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으며, 내 불안을 더 부추겼다. 나는 이를 악물며 그 목소리를 무시하려 했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두려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유리아가 한 걸음 더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최하린, 마지막으로 말해. 이 숲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아까 그 빛은 뭐였어?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나 정말 교수님께 다 말할 거야. 너희 셋 다 곤란해질걸?"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위협은 명백했다. 나는 숨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나를 꿰뚫어보려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유리아, 정말… 착각이야. 우리 그냥… 밤에 산책하다가 길을 잃은 거야. 빛이라니, 무슨 소리야? 네가 잘못 본 거 아니야?"
내 말은 어설프기 그지없었다. 목소리가 떨렸고, 말끝이 흐려졌다. 유리아는 코웃음을 치며 나를 노려보았다.
"산책? 이런 시간에, 출입 금지 구역에서? 최하린, 나를 바보로 아는 거야? 그리고 리안, 너까지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너라면 이런 어설픈 변명에 동참할 애가 아닌데."
유리아의 시선이 리안에게로 향했다. 리안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푸른 눈동자는 마치 얼음처럼 차갑게 빛났지만, 그 안에는 미세한 긴장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유리아, 네가 뭘 보든, 네가 뭘 생각하든, 여긴 네가 관여할 곳이 아니야. 돌아가. 더 이상 문제 만들지 말고."
그의 말은 단호했지만, 유리아는 물러설 기미가 없었다. 그녀는 팔짱을 끼며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문제? 내가 문제를 만드는 게 아니라, 너희가 문제를 만들고 있는 거야. 이 숲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알아낼 거야. 최하린, 네가 가진 그 이상한 힘… 나 다 알고 있어. 지난 실기 시험 때, 네 마력이 통제되지 않았던 거, 다 봤다고."
그 말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실기 시험 때의 폭발. 그걸 유리아가 기억하고 있었다니. 나는 숨을 삼키며 한 걸음 물러섰다.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고,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그녀가 정말 내 힘에 대해 알고 있다면, 이 상황은 더 이상 변명으로 넘길 수 없는 지경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그녀를 설득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급히 입을 열었다.
"유리아, 그건… 그냥 실수였어. 나 정말 아무것도 숨기고 있는 거 없어. 제발… 교수님께 말하지 마. 우리 그냥 돌아갈게. 더 이상 여기 안 올게."
내 목소리는 애원에 가까웠다. 하지만 유리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실수? 네 실수는 매번 너무 크지 않나? 최하린, 네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거, 다들 눈치채고 있어. 나만 의심하는 게 아니야. 교수님들도 너를 주시하고 있다고. 그러니 솔직히 털어놓는 게 나을 거야."
그 말에 온몸이 굳어졌다. 교수님들도 나를 주시하고 있다고? 그게 정말일까? 아니, 그녀가 나를 흔들기 위해 하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너무나 확신에 차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손을 꽉 쥐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모든 게 무너질지도 모른다. 내 비밀, 그림자와의 계약, 숲에서의 훈련. 이 모든 것이 밝혀지면, 나는 이 학교에서 더 이상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순간, 해린이가 앞으로 나서며 유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
"유리아, 제발 그만해. 하린이는 정말 아무 잘못도 없어. 우리 그냥… 친구들끼리 밤에 모여서 이야기하다가 여기까지 온 거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이상한 일은 없어. 그러니 제발… 우리 그냥 돌아가게 해줘."
해린이의 말에 유리아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시선이 해린이에게로 향했고, 잠깐 동안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곧 다시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해린, 너까지 나서다니. 귀엽네. 하지만 나를 속일 수는 없어. 너희 셋이 뭔가 꾸미고 있다는 거, 분명해. 좋아, 오늘은 그냥 넘어가 줄게. 하지만 이건 끝이 아니야. 최하린, 내가 너를 계속 지켜볼 거야."
유리아는 그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렸다. 그녀의 금발 머리가 어둠 속에서 흔들리며, 그녀는 숲 밖으로 사라졌다. 그녀가 떠난 후에도, 나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심장이 쿵쿵 뛰었고,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의 마지막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내가 너를 계속 지켜볼 거야.’ 그 말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었다. 그녀는 정말로 나를 의심하고 있었고, 이 비밀을 파헤치려 할 것이 분명했다.
리안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린, 정신 차려. 그녀가 돌아갔으니 지금은 안전해. 하지만 앞으로 더 조심해야 해. 유리아는 쉽게 포기할 애가 아니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차가운 손길이 나를 현실로 되돌려 놓았다. 해린이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린아, 괜찮아? 유리아가 저렇게 나오다니… 정말 무서웠어. 근데 우리가 함께 있잖아. 절대 네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게 할게."
그녀의 따뜻한 말에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불안이 피어올랐다. 유리아의 위협은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 그녀가 정말 교수님께 보고한다면, 아니, 그녀가 직접 이 숲의 비밀을 파헤치려 든다면, 우리는 더 큰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 나는 손끝을 떨며 작게 중얼거렸다.
"고마워, 해린아… 리안… 근데 나… 정말 이 비밀을 계속 지킬 수 있을까? 유리아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어."
리안은 잠시 침묵하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킬 수 있어. 우리가 함께라면 가능해. 하지만 이제부터는 더 치밀하게 움직여야 해. 유리아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훈련 장소를 바꾸거나 시간을 조정해야 할지도 몰라. 그리고 네 힘을 통제하는 게 더 급해. 그녀가 뭘 보든, 네 힘이 통제되지 않는 한, 우리는 계속 위험에 노출될 거야."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단호한 목소리가 나를 조금 안심시켰지만, 여전히 불안은 가슴을 짓눌렀다. 해린이가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리안 말이 맞아. 하린아, 네 힘을 통제하는 게 제일 중요해. 우리가 도울게.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그들의 격려에 나는 힘을 내려 애썼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그림자의 목소리가 계속 맴돌았다. ‘때가 오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그 ‘때’라는 게 대체 언제일까? 그리고 그 진실이 밝혀진다면, 나는 과연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답은 없었다.
우리는 숲을 빠져나와 기숙사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달빛이 우리를 비추며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숲의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소리가 차갑게 피부를 스쳤다. 나는 리안과 해린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 동맹이 나를 정말 구원으로 이끌 수 있을까? 아니면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뜨릴까? 유리아의 위협과 그림자의 경고가 뒤엉키며, 나는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시험을 직감했다.
기숙사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 멈춰 섰다. 새벽녘의 고요한 공기 속에서, 리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밤은 여기까지다. 내일 다시 만나서 계획을 세우자. 유리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훈련 방식을 바꿔야 할지도 몰라. 하린, 너도 정신 바짝 차려. 네 힘이 통제되지 않으면, 우리 모두 위험해져."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어… 나도 최선을 다할게. 오늘 정말 고마웠어, 리안. 그리고 해린이, 너도."
해린이는 밝게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 마, 하린아. 우리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어. 잘 자!"
그녀의 밝은 목소리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리안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기숙사로 들어갔다. 나는 해린이와 함께 여학생 기숙사로 돌아가며 창문 밖으로 보이는 달빛을 바라보았다. 그 빛은 여전히 밝았지만, 내 마음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유리아의 위협, 내 안에 잠든 힘, 그리고 그림자의 경고. 모든 게 뒤엉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방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통 오늘 밤의 일로 가득 차 있었다. 유리아의 날카로운 눈빛이 계속 떠올랐고, 그녀가 정말 교수님께 보고할지, 아니면 직접 나를 더 파헤치려 할지에 대한 불안이 가슴을 짓눌렀다. 나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을 느끼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 힘… 정말 내가 통제할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유리아가 나를 어떻게 할까?’
그 순간, 머릿속에서 그림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인간, 네 두려움은 정당하다. 그러나 네 비밀을 지키려면, 더 강해져야 한다. 그녀는 네 약점을 노릴 것이다. 준비하라.” 그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나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며 손끝이 떨렸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준비라니… 어떻게 준비하라는 거야?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는 거 아니지?"
하지만 그림자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머릿속이 다시 고요해졌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웠다. 유리아의 위협과 그림자의 경고가 뒤엉키며, 나는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위험을 직감했다. 그녀가 정말 내 비밀을 파헤치려 든다면, 나는 과연 그걸 막을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림자가 말한 ‘준비’라는 게 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그녀가 내 약점을 노린다면, 나는 정말 그걸 견딜 수 있을까? 불안과 긴장감이 가슴을 짓누르는 가운데, 나는 어두운 미래를 향해 눈을 감았다. 내일, 아니, 앞으로 다가올 날들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 그리고 유리아와의 대면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든 것이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