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10화. 10화: 은밀한 손길

이 에피소드는 오디오북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공원의 가로등 불빛이 젖은 나뭇잎 위로 스며들며 희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연주의 곱슬머리가 빗물에 반짝이며 소라의 시야를 가로막았고, 그 여인의 손이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물건이 은은한 금속광을 뿜었다. 소라의 손가락이 형제의 반지를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차가운 금속이 살갗을 파고들며 미세한 통증이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연주, 이제 그만해. 소라를 더 이상 몰아세우지 마." 세희의 목소리가 낮고 거칠게 울려 퍼졌다.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지은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반지를 소라의 손에 밀어넣은 상태로 서 있었다. 공기의 온도가 순식간에 내려앉는 듯했다.

소라는 천천히 한 걸음 물러섰다. 발밑의 젖은 흙이 신발 밑창을 적시며 차가운 감촉이 발가락 끝까지 스며들었다. "세희… 너 정말 은서를 소개한 거야? 내 과거를 팔아넘긴 거냐?"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끝부분이 날카롭게 갈라졌다.

세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소라의 팔을 붙잡으려다 말고 주저앉듯 손을 내렸다. "그건… 그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민재가 나한테 압박을 넣었고, 은서가 네 형제를 노리고 있었지. 나는 단지 그걸 막으려 했을 뿐이야."

연주가 낮게 웃었다. "막으려 했다고? 세희, 너는 은서에게 소라의 비밀을 직접 넘겼어. 그 대가로 네가 받은 게 뭔데?" 그녀의 손이 공중에 가볍게 흔들리며, 바람에 실려온 그녀의 향기가 소라의 코를 자극했다.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꽃향기 속에 묘한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

지은이 한 걸음 다가왔다. "이 반지가 증거야. 형제가 은서에게 준 물건이지. 소라, 이제 선택해야 해. 누구를 믿을 건지."

소라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녀는 반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금속이 돌멩이에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공원을 울렸다. "모두… 다 거짓이었어?" 그녀의 발이 뒤로 물러서며, 세희의 손이 허공을 더듬었다.

그 순간, 연주가 소라의 팔을 잡아당겼다. 따뜻한 손길이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소라의 피부에 닿았다. "이제 그만. 여기서 더 이야기해봤자 의미 없어. 나를 따라와." 연주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그녀의 곱슬머리가 소라의 어깨를 스치며, 빗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목덜미를 간질였다.

세희가 소리쳤다. "연주, 그만해! 소라를 데려가지 마!" 그러나 연주는 이미 소라를 끌고 공원 입구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은은 미소를 유지한 채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벽면의 축축한 이끼가 손바닥에 닿는 감촉이 축축하고 미끄러웠다. 연주의 손이 소라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그 압력이 강하지 않았지만, 피부가 맞닿는 부분에서 미열이 전해졌다. "소라, 숨 좀 쉬어. 네가 지금 느끼는 건 배신이 아니야. 진실의 조각일 뿐이야."

소라는 연주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 속에 담긴 자유로운 빛이 그녀를 끌어당겼다. "왜… 네가 내게 다가온 거지? 처음부터 내 비밀을 노리고 있었던 거야?" 그녀의 질문이 골목의 습한 공기를 가르렀다.

연주는 소라를 벽 쪽으로 살짝 밀었다.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지며, 연주의 호흡이 소라의 뺨을 스쳤다. "노린 게 아니야. 너를 보고 싶었어. 네가 가진 그 강인함… 그리고 숨겨진 상처까지. 은서와 지은은 단지 이용하려 했을 뿐이지만, 나는 달라."

소라의 가슴이 부풀었다. 연주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따뜻한 체온이 차가운 빗물을 녹이며 스며들었다. "믿을 수 없어.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그녀의 손이 연주의 가슴께를 밀쳤지만, 그 힘은 약했다.

연주가 낮게 웃으며 소라의 귀에 속삭였다. "그럼 지금 이 순간, 내 손길은 거짓일까?" 그녀의 손가락이 소라의 목덜미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미세한 전율이 소라의 척추를 타고 내려갔다. 골목 끝에서 바람이 불어와 두 사람의 몸을 더욱 가깝게 붙였다.

그들은 골목을 빠져나와 작은 카페로 들어섰다. 문이 열리며 종소리가 울렸고, 따뜻한 조명이 내부를 비췄다. 연주가 소라를 창가 자리로 이끌었다. 테이블에 앉으며 그녀의 손이 소라의 손등을 덮었다. "세희의 배신은 시작에 불과해. 진짜 위협은 따로 있어."

소라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거리의 불빛이 흔들리며, 그림자처럼 지나가는 인영이 포착됐다. "누구지? 또 다른 사람이야?"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연주가 소라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지은이 말한 그 '더 큰 계획'. 네 형제가 은서에게 팔아넘긴 건 네 과거뿐만이 아니야. 또 다른 이름이 있어. '지은'이 네게 접근한 이유도 그 때문이지."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며, 카페 안의 공기가 점점 무거워졌다. 소라의 시선이 연주의 입술에 머물렀다. 부드러운 곡선이 그녀를 유혹했다. "연주… 너는 왜 나를 도와주려는 거야?"

연주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녀의 무릎이 소라의 무릎에 닿았다. 따뜻한 접촉이 전류처럼 퍼졌다. "너를 보고 싶었으니까. 네가 혼자서 무너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하지만 솔직히 말할게. 이 감정은 단순한 동정이 아니야."

소라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녀는 연주의 손을 놓지 않았다. "이게… 사랑일까? 아니면 또 다른 속임수?"

연주의 눈이 소라를 깊게 바라보았다. "지금은 모르겠어. 하지만 네가 내 손을 잡고 있는 이 순간, 적어도 거짓은 아니야."

그때, 카페 문이 열리며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다. 민재가 들어서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그의 눈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둘이서 이렇게 친밀하게? 재미있네. 하지만 소라, 너는 아직 모르는 게 있어. 세희가 숨긴 게 하나 더 있지."

민재가 주머니에서 또 다른 종이를 꺼냈다. 그것을 테이블 위에 펼치자, 새로운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은서'와 '지은' 사이에 적힌 '세희'의 서명. 소라의 손이 종이를 움켜쥐었다.

연주가 몸을 일으키며 소라를 보호하듯 앞섰다. "민재, 이제 그만. 소라는 더 이상 끌어들이지 마."

민재의 미소가 깊어졌다. "그럴 수 없어. 은서가 곧 여기로 온다고 했거든. 그녀가 소라에게 직접 말할 게 있대."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소라는 연주의 손을 붙잡고 몸을 떨었다.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새로운 위협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