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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바람이 전하는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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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끝자락, 이준호의 심장은 마치 폭발 직전의 화약 같았다. 숨 막히는 긴장감이 살갗에 닿는 차가운 빗줄기와 섞이면서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떨리는 손길 속에서 이미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음을 깨달았다. 그 순간, 강민재의 목소리가 흔들리는 바람 속을 뚫고 다가왔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준호야?"

그 말은 거의 지나간 메아리처럼 남아 철수하지 않을 운명이었다. 준호의 눈에는 그의 차가운 미소가 겹쳐졌고, 그 미소는 때로는 별이 진 하늘, 또는 지평선 너머로 숨어들던 장면처럼 남아 있었다. 그는 조용히 민재를 흘끗 쳐다보았다. 그를 통해, 과거와 미래가 겹쳐지는 먼 곳을 보려는 듯이.

갑자기, 낯익고 따뜻한 향기가 코끝에 닿았다. 한서영의 부드러움이 밀려들어 왔다. 그녀의 모습은 먼 우주에서 보내온 별빛과 같은 희미한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준호에게 다가와 그의 옷깃을 잡으며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

"그러니까, 너 정말 괜찮은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가느다랗게 떨렸다. 떨림 속에는 억누르려는 불안이 있었고, 그 불안은 여전히 준호에게 녹아 있었다.

준호는 서영의 손길에 응답하듯 그녀 쪽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손은 어깨 아래에 얼어붙은 것처럼 머뭇거렸다. 지나간 시간들과 결정들이 그의 손목을 가로막는 듯했다.

"내가 이걸 원하는 게 맞는지 정말 몰라." 준호의 말은 고백 같았다. 서영은 그의 진솔한 고백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이들의 머리 위에 남은 그 시간을 간절히 부여잡았다. 그들이 만들어낸 것은 바람이 전하는 속삭임 뿐이었다. 그 속에는 이제껏 숨겨온 무수한 진실들이 숨겨져 있었다. 서영의 손길은 마치 모든 것을 이해하려는 듯이 느껴졌다.

준호는 그녀에게서 멀어지지 않으려 작은 떨림 속에서 의지를 결집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준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들 사이의 거리는 한 마디 말로도 갈 수 없는 거리였다.

그러나 그때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고동소리가 그들의 집중을 파고들며 깨어졌다.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았을 때, 밤의 공기가 갑작스레 차가워졌다. 강민재 역시 그 소리를 듣고 무언가를 감지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좋지 않은 소리야." 민재의 목소리는 무미건조 하였다. 준호는 직감적으로 그 고동이 단순한 소리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서영을 보호하려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손길을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얘기가 있어." 그녀의 말은 단순한 대화 이상의 것이었다. 그녀의 표정은 진지했고 결의에 차 있었다. 준호는 그녀의 말을 더 듣지 않고 집중을 끌어내려 애를 썼다.

시간이라도 잊은 듯 그들 사이에 짙은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이 나누던 작은 이야기가 이제 현실적으로 감당해야 할 위협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무엇인지 모를 파편이 그의 머리를 때렸다. 준호는 아픈 듯 머리를 한 손으로 감싸쥐었다.

"뭐야, 이건..."

맞은 자리에 떨림이 전해졌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의 머릿속에 화살처럼 꽂히는 주마등 같은 기시감이 겹쳐졌다. 눈이 감겨지며 그가 알지도 못한 불안이 더욱 벌어졌다.

"준호야!" 서영의 다급한 외침이 귀를 천천히 부드럽게 스쳤다.

그는 임의적으로 눈꺼풀을 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안색은 어쩐지 짙게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준호는 그의 심장을 쥐어주는 무언가가 그물을 펼치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하늘이 갑작스레 밝아졌다. 눈 앞에서 타오르는 듯한 불빛이 그들의 시야를 잡고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멈출 수 없는 길목 끝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떤 무언가가 그들 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로 향해 있었다. 그곳에는 여전히 그들의 선택이 남았다.

문득, 저 너머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형체가 있었고, 준호는 가슴 속에 퍼지는 냉기를 감지했다. 충분하지 않은 시간을 탓할 수 없는 그 순간, 그들의 시야에 새로운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바람은 다시 한 번, 그 속삭임을 남기며 흔적을 지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람은 그들을 새로운 차원으로 데려다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균열을 맞이하며 다시 한 번 흔들렸고, 그 안에서 그들이 피하지 못하고 마주쳐야 할 진실이 부유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들의 채찍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요한 불빛 아래, 새로운 여정의 문이 겨우 활짝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