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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암흑 속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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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에서 솟아나는 검붉은 그림자들이 다시 한번 벽을 두드렸다. 그 음산한 울림은 강렬한 압박으로, 마치 숨통을 조이는 듯한 느낌을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여기서 도망칠 수 없다는 결박감이 우리 내면을 교묘히 파고 들었다.

"사방이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야." 레온의 목소리는 눌린 어둠 속에서 컵컵하게 흘러갔다. 그의 눈동자가 적대적인 미궁을 응시하며 한 줌 빛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뭐, 그래도 우리가 여기 온 데는 이유가 있을 거야." 신시아는 낮게 속삭이며 시선을 멀리 던졌다. 그녀의 손끝이 가느다란 흔들림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확신에 찬 표정을 잃지 않고 있었다.

바람이 살갗을 스치며 날카롭게 굽이졌다. 시선도 닿기 어려운 거리에서 끌려온 것 같은 기묘한 소리들이 찢어진 듯 외쳤다. 마치 누군가가 우리를 유혹하려는 듯,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여긴 정말 어떻게 된 곳인 거죠?" 아리아가 저축해두었던 최후의 숨을 내쉬며 불안하게 주변을 훑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이질적인 공간에 맞지 않아 떨리는 듯 반환되었다.

카일은 이를 받아들이곤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우린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항상 그래왔듯이."

그 순간, 무엇에 홀린 듯한 채로 그 아이는 발걸음을 옮겼다. 불안함으로 가득 찬 공간 속에도 불구하고, 카일은 빠른 발걸음으로 앞서며 새로운 방향을 가리켰다. 그의 뒤를 따른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뜻밖의 천막이었다.

갑작스러운 발견에 모두가 걸음을 멈췄다. 사방에 가득 찬 거친 침묵 속에서 초점은 일제히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복잡하게 얽힌 나무 조각들이 널린 공간에는 정박적인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안에는... 무언가가 있어." 신시아가 무심코 내뱉은 그 말은 침묵을 깨뜨렸고, 그녀 주위의 공기가 단단하게 응고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말투에는, 마치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혼란마저 엿보였다.

서서히 천막으로 다가간 레온이 숨을 내쉬고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이 공간은 비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지나친 현실감으로 강렬하게 다가왔다.

"여긴... 쉽게 떠나게 내버려 두지 않겠군." 그가 무겁게 중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의 말은 곧이어 오는 어두운 예감을 도려내듯 그렇게 무겁게 떨어졌다.

레온이 발걸음을 다시 떼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어두운 천막 내의 중심을 명확히 응시했다. 그곳에는 놀라운 장면이 포착됐다. 아무리 떠올려도 맞지 않을 것 같은 과거의 흔적들.

"이건... 우리를 시험하려는 것인가." 말했다. 그의 시선은 인식의 벽 너머에 놓인 것을 향하고 있었다. 과거에 그의 영혼을 송곳처럼 질타했던 그 기억들. 그리고 그 기억이 마치 방어적인 홀로그램처럼 떠오르고 있었다.

신시아는 주위를 탐색하며 놀란 듯했다. 녹슨 농담처럼 마음속에 매섭게 긁히던 불안이 다시 발목을 자극했다. 그녀의 입술은 지독한 가시처럼 다시 입을 다물었다.

고요한 침묵이 잠시 내려앉은 후, 천막의 중심에 자리 잡은 그것은 천천히 떠오르는 형상이었다. 무엇이 이곳의 중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비현실적 치료를 통해 세상을 헤쳐나가려는 이들이 결국 이곳에 이르렀다는 자신감을 준다.

그리고 또, 어딘가 잘못된 방향으로 더욱 깊숙이 나아가야만 하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 우리였다.

"결국 이곳은 자신을 드러내야 할 것이다." 레온이 신중하게 속삭였다. 그의 말은 멀리까지 울리며 몰입감을 더했다. "우리의 결단이 중요한 순간이다."

그러나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침쌓인 두터운 어둠이 우리를 붙잡고자 했다. 치열한 침묵 속에서, 더욱 무거워진 현실이 이내 갈라져 안의 것을 드러냈다.

푸른 불빛, 그 실체가 되어 떠오르는 감각이 눈에 띄었다. 이번에는 그것이 더욱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모두가 심장에 앞선 존재가 되어가는 가운데, 발걸음은 점점 더 천천히 내려졌다.

"이곳에 우리가 진입할 수 있는지 확신할 순 없다." 아리아는 비로소 자기 세계를 되찾은 듯한 표정을 짓고 중얼거렸다. 그녀는 손끝으로 무엇인가를 잡으려 하듯 움켜쥐었다.

그 와중에, 카일은 몸을 부풀리며 말했다. "아니, 틀림없이 할 수 있을 거야. 단, 그 대가로 무언가를 치러야 할 테지만."

한숨에 올라온 그의 목소리에 모두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의식조차 잡아먹힌 우리는 그 문을 향해 천천히 발을 옮겼다. 손 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위기나마, 누구에게나 명확히 대비되었다.

그 순간, 무언가 수상한 시선이 느껴졌다. 이미지가 형체를 붙여오는 느낌. 그리고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서 실체 없는 결말로 바뀌어가는, 비추어지는 순간처럼 강렬한 환영마저 감돌았다.

"뭐든 결국 끝은 이곳에서 날 부르는 것처럼..." 불길한 파장이 결국 텅 빈 목소리로 소리치며 끝을 맺었다. 서로에게 효율적이고 길을 밝혀주는 은유로, 학문 속 깊은 불빛마저 더해진 것이었다.

다음 순간, 범접할 수 없는 어둠이 또 한 차례 덮쳐오는 듯했다. 그것은 돌아갈 길을 잃게 할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 공간이었고, 그때 낯선 그림자가 우리를 에워싸며,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이 가차없이 흩어지도록 강요했다.

"우리에게 이 시작이 어떤 의미가 되든, 사실 그것은 새로운 출구도 되겠지." 신시아가 거칠게 소리치며 말했다.

그리고 그 출구는 가까운 증표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대한 모능력이 더욱 타오르는 틈새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마침내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나왔다. "이제 그 결말을 마주할 시간이다."

익숙했던 긴장은 자욱한 흙바람 속에서도 지속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삶 자체의 무언가가 되어 잔재했다. 앞으로의 길은 끊임없이 우리를 도전하도록 맞이하고 있는 까닭이다.

선택의 성패가 어디에 있을지에 대한 두 번째 선택, 그것은 여전히 밝히지 못한 어둠 아래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길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어둠 속으로, 우리는 그 순간의 시작을 넘어서기 직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