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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마법의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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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하게 들여다보면 절대적으로 끝이긴 하겠군요." 레온은 긴장을 찬물로 덮은 듯 낮게 중얼거렸다. 그의 말이 동이 트지 않은 공간을 가름없이 울렸다. 왜인지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두려움을 억누르기 위해 답이 보이지 않는 복도의 끝을 향해 걸음을 서두르며, 벽에 손을 얹었다. 그 차가운 돌의 감촉은 묘하게 생기를 불어넣었다. 우리가 가는 길이 올바른지 판단할 수 없는 이 순간에도 한걸음 내딛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때, 신시아가 내 옆에서 멈추었다. 그녀의 시선은 복도 끝을 관통하고 있었다. "저게! 설마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곳이야?" 그녀는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눈앞에 있던 것은 단순한 벽이 아니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문처럼 보였지만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것은 문이 열렸을 때만 비로소 드러나는 입구였다. 문은 손으로 만지면 생채기처럼 잔잔한 타격감을 주면서 안으로 넘어가게 만들었다.

"이런 거 어디서 본 적 있어? 마법적 개념 같은 건데요, 맞나요?" 카일은 의문에 차 따져 묻고 있었다.

아리아는 그를 흘겨보며 경계심이 담긴 눈빛을 레온과 교환했다. "그럼요, 그 반짝임은 우리가 늘 보던 마법의 흔적과는 달라요.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온 것과 같다기엔 뭐랄까, 독특하다고나 할까요."

우리 일행은 그 낯선 문 위에서 흐르는 삭막히 걸린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벽을 스치던 공기의 예리한 소음은 우리의 귀를 찢고 지나갔고, 무게감을 지닌 그 소리들은 마치 이 장소가 우리에게 내보내지 않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그 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때마다 등위로 불길한 한기가 소름 돋게 했다.

"들어옵니다." 레온이 불필요한 설명 없이 선언하듯 말했다. 그 한마디조차 길어진 시간만큼 무겁게 느껴졌다.

문에 다가가 손을 올리자마자, 사방에서 불길한 소리가 덮쳐왔다. 희미한 빛이 내리며 뒤따르는 울림. 그 비명을 내지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우리는 스냅처럼 사라졌다.

걷던 발걸음이 쿠웨르건이 넘길 때 만들어내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바뀌자, 우리 여정의 방향은 일순간 흐트러졌다. 새로운 방안은 열려 있었지만 여전히 진동에 의해 공기가 잔뜩 울려퍼지고 있었다.

신시아의 손가락이 그녀의 귓가에 달렸다. 그녀의 눈은 경계심을 넘어서, 불안감으로 가득 찼지만 이해하지 못한 진실에 닿은 것처럼 예리하게 빛났다.

"여기 있다, 이것은 완전히 다른 공간처럼 보여." 내 목소리는 말을 땅에 두드리듯 낮게 울렸다.

그때, 반대편에서 들리는 경쾌한 발걸음 소리가 우리를 멈춰 세운 건 물론이었다.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사방 팔방 밀려드는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어서 이리 와." 아리아가 속삭이듯 외쳤다.

우리는 재빨리 천막 속의 미로 같은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숨소리를 조절하고, 주위를 살폈을 때 느껴진 낯선 기운. 우리는 완전히 예상치 못한 무언가에 휘말려 온 것이다.

공기가 서서히 가라앉고, 그 틈을 타 몇 걸음 더 안으로 숨었다. 그때 귀를 타고 은밀히 스쳐가는 소리가 사라졌고, 아리아가 마음속에서 무언가를 끌어내듯 말머리를 돌렸다.

"우리를 여기로 유인한 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역시 이렇게 불길하게 시작되다니."

그리고 그 즈음,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속삭임이 옮겨와 들린다. 예상 밖의 웃음 소리.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엄습해오는 진실을 느꼈다.

"마법의 계약인가." 카일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그의 눈은, 믿는 눈치없어두고, 눈에 띄게 장식된 다른 한켠을 응시했다.

레온은 몰입감 가득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우리가 뭘 맞닥뜨린건지 명확히 알게 될 시간이 이젠 가까워졌다. 이야기의 중심에 도달했다고 불러줄 순간이 벌써 온 거야."

그러나 바로 그때, 누군가 방금 전의 대화를 듣고 있다길래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들 다른 움직임이 흘러갔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우리의 시선은 천천히 좁은 복도를 가로질러 둥그런 실루엣에 귀기울였다.

급격히 뒤따르는 발걸음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들리는 소음의 근원은 한 편의 파멸로 우리를 이끌어 거슬렀던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공포의 문앞에 다다른 순간, 우리는 마냥 엄청난 비밀을 털어놓기 직전의 애증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 무슨 운명적 연결이라 할 만한 것이 맞닿아버린 채로, 결말을 감지했다.

우린 잠시 숨을 삼키며 한 마디 올린다. "누구든 여기에 그 이유를 알려달라." 혼돈의 미로에서 드디어 진실과 대면하는 그 순간, 아리아의 목소리는 떨려왔다.

그리고 나는 정확히 그 결말의 시작점을 대신 잡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다가오기 전까지는 더 이상의 예측은 아닌 불확실성만이 넘쳐났다.

이제 몰아붙이는 상대는 가까워졌다. 놀라울 결말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으나, 나무로 가려진 파동끈의 연속이 끝도 없는 길처럼 우리를 인도했다.

우리 사이에 내려앉은 방해물들과의 거리 이제는 곧 이뤄낼 세상을 향한 구속으로 마무리를 맞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서 완벽하게 혼돈으로의 조화라 불릴 그 장면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눈에는 보이지 않을 만큼 불길한 압박 속에 발걸음을 내정하면서도, 뒤로 한발도 물러설 수 없게끔 만들어진 그 곳은 그 동안 우리가 가야 했던 모든 실수와 분노를 담아 낸 길에 걸맞는 준비된 무대였다.

오랜 여정 속에서 지쳤던 마음을 다시금 일으켜 세워보겠다는 그 결단이 이곳에서 비로소 시작되고 있었다.

"앞을 보자, 새로운 시작이니까." 카일이 팔짱을 끼며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비로소 생긴 예견치 못한 전율의 결단은 우리로 하여금 여전히 눈앞의 혼돈된 미래를 실감케 하며, 마침내 그 영원한 밤의 끝에 도달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알 수 없는 불청객의 신호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은밀하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점차 가까워지면서 본격적인 미궁 속으로 우리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