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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종이 치기 무섭게, 학교 복도는 학생들로 가득 찼다. 수현은 허둥지둥 책과 노트를 가방에 쑤셔 넣고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고요한 동아리실에서 지금의 혼란을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수업 내내 그의 머릿속은 온갖 잡생각으로 가득했다. 새로운 갈등은 그의 마음속을 어지럽혔고, 그렇게 오래 누적된 불안은 수현을 침착하게 만들 수 없었다.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그를 맞이한 것은 연주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녀는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무언가를 고개 숙여 쓰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햇살이 그녀의 윤곽을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다.
"수현... 많이 기다렸어?" 그녀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살짝 떨렸다.
"금방 왔어. 그런데... 오늘 한비가 새로운 소식을 알려줄 것 같아," 수현이 대답하며 가방을 한쪽에 놓고 의자에 앉았다.
그때 문이 열리며 민재가 짙은 고뇌의 표정으로 들어왔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씨 맺혀 있었고, 두 눈에는 걱정 가득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학교 측에서 다시 작품 심사에 대한 조정이 있다면서?" 민재가 날카롭게 물었다.
"한비가 직접 듣고 온 이야기야. 그런데 막상 그녀도 잘 설명하지 못했어... 한비가 그저 교사의 권유에 따라 이야기할 뿐인 것 같아," 연주는 여유없이 대답했다.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진 건지 그 누구도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수현은 잠시 묵묵히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든 그의 시선은 창밖에 쏟아지는 빛 사이로 넘어갔다. 마음이 무거웠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때 방 안의 공기가 살짝 흔들렸다.
"뭐라도 해야겠지. 우리끼리라도 움직여 보자," 수현이 결심을 드러냄과 동시에 한비가 드디어 문을 두드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오래된 피로와 의지를 동시에 담고 있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우리끼리의 신뢰를 지키는 것 같아," 한비는 조용히 말을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으나 그 안에 숨겨진 힘은 누구도 쉽게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우선 학교에서 결정된 새로운 전시회 규정을 우리도 따르며 준비할 필요가 있어. 그러나 그 전시회가 정말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야," 그녀는 숨죽이며 덧붙였다.
수현은 한동안 고개를 숙였다. 연주는 그런 그를 지켜보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그런 순간조차 그들 사이의 긴장을 풀지 못했다.
그때 갑자기 방 안의 공기가 일렁거렸다. 복도로부터 들려오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였다. 그의 등 뒤로 타박타박 소리가 차츰 가까워졌다. 누굴까? 수현은 본능적으로 돌아서 볼 수밖에 없었다.
문이 열리고 등장한 이는 뜻밖의 인물,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생님이었다. 그는 고요한 눈빛으로 그들을 하나하나 응시했다.
"모두가 모였군.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서 직접 찾아왔습니다," 선생님은 침착하게 말하며, 안경을 고쳐썼다. 그의 침착한 태도와 진지한 눈빛이 방 안의 공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수현의 눈이 선생님을 향했다. 느릿하게 움직이던 시간이 갑자기 벅찰 만큼 긴장감을 쏟아냈다. 그 순간, 그가 들려줄 말은 앞으로의 길을 결정지을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여러분만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의 마지막 말은 속삭임처럼 고요했지만, 모든 관심을 쏟아부어야만 하는 이야기였다.
시간은 잠시 멈춘 것처럼 느리게 흘렀다. 선생님의 입이 다시 열리기 직전,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 순간의 무게는 그들에게 다가올 무언가를 예고하고 있었다. 그들은 숨죽이며 하나의 의문으로 가득 찬 오늘의 이야기를 잠시 동안 묵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