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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미래에서 온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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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껴져? 이 손끝에서 톡톡 거리는 생명의 진동이.” 나는 매일 아침 주방에서 어머니가 하던 말을 떠올리며, 서늘한 스테인리스 도마 위에 감자를 굴려 보았다. 표면에 남아 있는 텃밭의 흙냄새가 순간적으로 코끝을 자극했다.

2030년, AI 주방 보조기가 모든 가정의 주방을 잠식한 시대. 그러나 나의 주방은 여전히 손때가 남아있는 고전적인 모습이었다. 현대 문물에 질퍽되기를 거부한 이 공간은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문득, 문이 삐걱거렸다. “세연아, 아침은 너무 부지런히 하지 마.” 집안의 유일한 가족이자, 나의 동지였던 형이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말하며 주방으로 걸어왔다. 그의 눈은 여전히 침침했지만, 구수한 찻잎 향에 이끌려온 듯했다.

“형, 오늘 도시에 나가 보려고.” 나는 고개를 돌려 그에게 말했다. 초대의 도시에서는 AI가 설계한 완벽한 요리가 넘쳐난다 해도, 나는 그 옛날의 조리법을 되찾을 필요성이 있었다. 형은 무표정으로 한동안 나를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겠어. 다만, 잊지 마. 우리가 원하는 것만큼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없어.”

나는 형의 말을 떠올리며, 바람이 스치는 아침 골목을 걸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AI 요리사의 뉴스 기사로 가득한 호화로운 디지털 패널 앞에 몰려 있었다. 화면 속의 요리들은 실로 인류의 경이로운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속은 여전히 허전했다.

길을 걷다 어느 보험 창구 앞에 멈춰섰다. 거기엔 오래된 명찰만 남아 있는 낡은 상가였다. 그러나 내게는 여기가 신비로운 곳으로 보였다. 어머니가 우리를 데리고 오던 그 오래전 시장이 있던 자리, 지금은 벽돌 몇 장만이 남아있는 허름한 공간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곳의 향기를 기억했다.

“이리로 들어오지 않겠나?” 상가 뒤편에서 나온 노인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이야기 전혀 못 들은 새가 날아든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너덜너덜한 코트를 기우뚱하게 입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하지만 여기엔 볼 것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뭐에 이끌렸는지, 나는 노인에게 다가갔다.

“벌써 세상엔 잊혀졌으니 볼 게 없다는 말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곳은 또 다른 가능성을 안고 있단다.” 그의 주름 깊은 눈 아래로 작은 미소가 스며들었다.

“혹시,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장소라도 있나요?” 나는 기대 반, 의심 반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건 바로 너에게 달렸지. 오래된 것이란 때때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오.” 그가 내민 손길에 이끌려 나는 그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기대 이상이었다. 허름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오랜 시간 동안 잘 보존되어 있었고, 천장을 가로지르는 빛줄기가 투명한 먼지를 반짝였다. 요리 도구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탁자 위엔 낡은 요리책들이 쌓여 있었다.

“여기 있는 책들은 모두 AI가 출현하기 전의 것인가요?” 나는 손가락 끝으로 표지를 살짝 덮어보며 물었다.

“그렇다네. 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건 단순한 재료의 나열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일세.” 그의 말에 나는 그 책들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숨을 골랐다.

한참 동안 책을 뒤적이며 몇 가지 요리 레시피를 읽는 사이, 갑작스럽게 내부는 어둡고 거칠어진 공기로 변했다. 불규칙하게 진행되는 전기가 이곳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니, 그래도 이 장소는 변치 않기를 바라네.” 노인의 묵직한 목소리가 공간을 채웠고, 상황의 묘미가 느껴졌다.

나는 종종걸음으로 문 밖으로 나와 손을 쥐어 번뜩이며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하던 불안을 다잡았다. 더 깊이 파고들기 시작하면 이 책들이 내가 잃어버린, 아니 잃었다고만 여겼던 가족의 유산을 되살리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우리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험성도 감지됐다. 사람들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하고, 세상의 냉기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자식들과의 치열한 요리대결을 기대하게 된다.

“세연아,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건 아니네. 살아보며 알겠지만, 때로는 숨기는 것이 더 나은 법이지.” 노인의 말에 따라 팽팽한 긴장감을 염두에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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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집으로 돌아가는 밤하늘에 은은하게 부유하는 달빛을 보며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이 잃어버린 조리법을 되찾으면, 나와 형의 마지막 가족 식사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희망에 들떠 귀가를 서둘렀다. 내가 방금 듣고 본 모든 것들이 새로운 모험의 시작임을 직감하며.

하지만, 난 그 순간 알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온 순간, 형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는 것이...

형의 실종. 겉보기엔 평온하지만 속은 뒤죽박죽인 이 깨달음에 마주하며.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할 줄 몰랐다. 여전히 복잡한 감정을 소화하지 못한 채, 나는 그 길고 긴 밤을 잠들지 못한 채로 보내야 했다.

이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누설된 규칙에서 벗어나는 일이길 바라며.

형의 실종과 과거를 되찾는 조우 속에 감춰진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