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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닫히는 소리가 머리를 맴돌았다. 황제를 만난 후 돌아온 나는 여전히 그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들을 해석하지 못한 채 한참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식당에서의 아침이 주는 따스함은 사라졌고, 궁 안의 공기는 묘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를 돕겠다고는 했지만, 과연 내가 어떻게 그의 곁을 지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날씨가 흐려지면서 하늘이 어두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곧,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를 현생으로 끌어내렸다.
"들어오세요," 목소리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갔다. 시녀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공녀님, 저녁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오실 예정입니다. 폐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십니다."
"새로운 손님이요?" 나는 잠시 당황했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난관을 넘겼는지 생각하면 또 다른 손님의 방문은 전혀 반갑지 않은 일이었다.
"예, 폐하께서 보내신 초대장입니다. 손님은 외국에서 온 특사로, 중요한 외교적 대화를 나누신다고 하셨습니다." 시녀의 목소리에는 조심스러운 긴장감이 스며들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 정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녀가 나간 후, 나는 혼자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특사의 방문이라... 간략하게 준비하고 저녁 시간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다시금 황제와 마주하게 될 시간까지, 잠깐의 고요가 폭풍 전에 지나가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저녁 시간이 되어 특별히 꾸며진 연회장으로 향했다. 연회장은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고, 그 내부는 이미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황제는 중앙에 자리하고 있었고, 나는 그의 옆자리를 허락받았다.
특사는 곧 등장했다. 그는 우아한 외모와 부드러운 눈매로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황제와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나서 그의 시선이 내게로 향하자 나는 잠깐 굳은 채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공녀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니코라고 합니다," 특사가 내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매끄럽고 유쾌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답례를 했다. "반갑습니다, 니코 특사님. 저희 황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식사는 잔잔하게 진행되었다. 황제는 곁에 서서 니코 특사와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고, 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세아 공녀, 이 지역의 문화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 덕분에 황제 폐하와의 대화도 매우 즐겁군요," 니코 특사가 나에게 미소 지으며 말을 건넸다.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나는 겸손하게 미소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황제 폐하 아니었으면 이곳의 많은 것들이 지금과는 다를 수도 있었을 겁니다."
갑자기 황제가 입을 열었다. "공녀께서 많은 것을 돕고 있습니다. 그녀 없이 어떻게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이뤄낼 수 있었겠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선명하고도 여유 있었다.
황제의 칭찬은 어딘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눈치 없이 높아진 긴장감 속에서, 나는 황제와 눈을 마주쳤다. 그 순간, 비밀스레 감춰진 의도가 흘러나오는 듯한 그의 눈빛이 감지되었다.
식사가 끝난 후, 사람들은 연회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나 역시 황제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복도를 걷는 동안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더 깊이 들어가지 못했다.
황제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내게 다가와 충고하듯 말했다. "니코 특사를 주의 깊게 지켜봐 주십시오. 그는 친구일 수도 있지만, 적일 수도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그의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폐하. 어떤 일이든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겠습니다."
그와의 대화는 항상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의 요구를 이해하면서도 그 이면에 숨겨진 감정에 대해 질문하지 못한 채 내 등을 떠밀었다.
"오늘 밤, 무사히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황제는 작별인사를 끝으로 이내 자리를 뜨며 말하였다.
돌아오는 길, 내 앞에 놓인 길이 잘 가려지지 않아 뒤숭숭한 기분이 들었다. 황제의 시선이 내게 닿을 때마다 심장의 박동이 달라지는 것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었다. 그는 나를 어떻게 흥미롭게 보고 있는 것일까?
밤늦게 방에 도착한 나는 창문 밖으로 비스듬히 누운 달을 바라보았다. 황제가 경고한 것들을 떠올리며, 나는 그를 믿고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준비에 나섰다.
내일 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예측할 수 없었으나, 나는 점차 이 세계의 중심으로 빨려들어 가듯 권력을 둘러싼 복잡한 얽힘을 풀어내기 시작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황제와의 관계도 더욱 명확해질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