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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구름이 몰려와 가리웠던 달이 잠시나마 모습을 드러내자, 대지는 희미한 헛것들로 인해 마치 어지러이 뒤바뀌는 거울로 깨어졌다. 지우는 그 속에서 뭔가 견딜 수 없는 숨결을 느끼며 서둘러 고개를 들었다. 이곳이 현실인지 허상인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그녀의 눈을 뒤덮었다.
"놓지 말자," 수현이 나지막히 친구들의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가운 공기 속에서 또렷이 울렸다.
지우는 그의 숨결이 닿던 순간,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의 파란 눈동자가 반짝거리며 비스듬히 비춘 앞길엔 미끄러운 그림자들이 오렷한 경계를 지으며 서 있었다. 그는 지우의 손을 놓지 않고 조심스레 앞을 주시했다.
그들이 선택했던 길은 그들이 예상했던 정답들을 모조리 비웃으며 그들 앞에 놓여 있었다. 뒷걸음을 치려는 조급한 태도가 손끝까지 스민 순간, 미연이 뭔가 어루만지듯이 다가왔다.
"끝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죠?" 그녀의 조용한 물음이 그들의 중심을 파고들었다.
도현은 잠시 주춤거리더니, 눈부신 환상을 꿰뚫듯이 지우를 응시했다. 그의 입이 열렸다.
"때로는 길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야 해. 우린 그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진실을 직시할 준비만 해둬야겠지."
도현의 말대로라면, 그들은 그 진실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건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모습인지, 지우는 아직 가늠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균열이 점점 심하게 나기 시작한 하늘에서 구름이 드리워졌고, 그 공간을 뚫고 들어오는 시선을 발견했다. 모든 사방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혼란 속에서, 태준의 그림자가 곧 모습을 드러냈다.
"네가 선택할 때가 온 것 같군," 태준이 낮은 울림으로 말했다.
그 순간 지우는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태준의 은밀한 미소 속에서 무엇인지 모를 불확실한 설렘이 그녀의 심리를 뒤흔들고 있었다.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희망과 두려움이 동시에 솟아오르며, 그녀의 심장을 잠식해 갔다.
"우리가 찾던 진실이 여기에 있다면," 미연이 목마른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질 거야."
지우는 그 순간 느껴지는 가슴속의 떨림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손을 다시 그들의 손에 얹으며 그들에게 자신을 맡겼다.
그러나 바로 그때, 불현듯 이어진 고요함 속에서 갑작스런 진동이 발끝에서 전해져왔다. 그것은 평온함을 컨트롤해보려는 시도처럼 오싹하게 몰려왔다. 그 느낌은 걸핏하면 발을 디디면 우뚝 솟아나기를 반복하던 악몽과도 같았다.
수현은 순간 그 혼재된 감각 속에서도 무언가를 알아차리려 애썼다. 그는 비스듬히 돌아선 채 지우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 나, 우리 모두... 이걸 넘어서야 해."
그의 담담한 목소리에 울리는 중압감이 그들의 결심을 다시금 굳건히 했다.
그런데도 앞으로 갈 길이 어디일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그들은 그 속에서 전율하는 진실의 빛을 담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머나먼 거리 너머의 끝은 빨리 잡히지 않았다.
지우의 마음 한 구석에서 무언가 클린 듯이 데자뷰처럼 떠올랐다. 그녀는 탁 끝맺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비웃었다. 그런 와중에도 문제의 본질적인 답이 무엇이 될지는 아직 모르는 상태였다.
"준비해야겠다," 지우는 자신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그녀의 손끝에 닿은 차가운 숨결이 무의식 중에 그들의 모든 것을 걸게 만들고 있었다.
이 순간, 혹독한 운명의 장단이 그녀의 심장을 겨눴다. 그 강렬한 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그들은 깨달았다. 그리고 그들은 도약하기 직전의 다리에 서 있었다. 그 결전의 끝이 어디로 연결될지는 아직 미정이었다.
과연 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었던가. 모든 대답은 그들의 걸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또다시, 알 수 없는 새로운 길이 기다리고 있는 법. 어쩌면 그것은 다시금 눈앞에서 마주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또 다른 현상이 그들의 눈앞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