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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3화: 첫 번째 시험, 그리고 의문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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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에 지각한 덕에 나는 또 한 번 라우엘 선생님께 혼이 났다. 복도에서 해린이와 함께 뛰어 들어갔을 때, 이미 다른 학생들은 자리에 앉아 이론 수업을 듣고 있었다. 교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쏠렸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자리로 향했고, 그 와중에 유리아의 비웃는 눈빛이 느껴졌다. 가슴이 답답해졌지만, 꾹 참고 자리에 앉았다.

라우엘 선생님은 칠판 앞에서 팔짱을 낀 채 나를 노려보셨다. 선생님의 눈빛은 마치 ‘또 너야?’라고 말하는 듯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며 변명을 시도했다.

"선생님, 죄송해요. 길을 좀 헤매서…"

"최하린, 첫날부터 지각이라니. 마법학교에서의 시간 관념이 그렇게 가벼운 줄 아나? 다음번엔 가산점 감점으로 처리하겠네."

선생님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나는 더 이상 변명할 용기도 없어 고개만 끄덕였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작은 웃음소리들이 귀를 찌르듯 파고들었다. 특히 유리아의 옆자리에 앉은 남학생이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폭발녀는 시간도 폭발시키네."

그 말에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는 책상 아래로 손을 꽉 쥐며 이를 악물었다. ‘그래, 나도 알아. 내가 문제라는 거. 근데 나라고 이러고 싶은 게 아니라고!’ 마음속으로 소리쳤지만, 입 밖으로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수업은 고대 마법의 역사에 대한 강의였다. 라우엘 선생님은 엘리시안 마법학교가 세워진 배경과, 학교 지하에 잠들어 있는 고대 유물들에 대해 설명하셨다. 나는 평소 이론 수업만큼은 자신 있었기에 열심히 필기하며 집중하려 했다. 그런데 선생님의 말이 귀에 들어오자마자, 어제 그 어두운 복도에서 본 석판과 검은 그림자가 떠올랐다. 손끝이 저릿저릿한 느낌이 들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게… 정말 고대 유물과 관련이 있는 걸까?’

수업이 끝난 후, 나는 해린이와 함께 기숙사로 돌아가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해린아, 학교 지하에 고대 유물이 있다는 거… 너도 들어봤지?"

해린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응, 방금 수업에서 들었잖아. 근데 갑자기 왜?"

"그냥… 궁금해서. 혹시 그 유물들, 누가 함부로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내 질문에 해린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아마 큰일 나지 않을까? 고대 유물은 강력한 마법이 걸려 있다고 했으니까. 근데 그런 건 교수님들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보관되어 있을 거야. 우리 같은 학생이 건드릴 일은 없어."

그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해린이에게 그 복도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만약 내가 말하면, 해린이는 나를 어떻게 볼까? 이상한 애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더 큰 문제가 될까?’ 불안한 마음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날 밤, 나는 기숙사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손끝에 남아 있는 그 차가운 감촉, 그리고 검은 그림자의 목소리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계약이라니… 대체 무슨 의미일까? 내가 정말 그걸 깨운 거라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러다 문득, 어둠 속에서 낮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 잠들지 않았는가?"

나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해린이는 옆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었고, 창문 밖은 고요한 밤이었다. ‘방금… 분명히 들었는데?’ 심장이 쿵쿵 뛰며 식은땀이 흘렀다.

"누, 누구야? 거기 누구 있어?"

내 목소리가 떨렸다. 다시 한 번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머릿속에서 또렷한 목소리가 울렸다.

"나다. 네가 깨운 자. 이제 너와 나는 연결되어 있다."

나는 숨을 삼키며 침대 위에서 몸을 웅크렸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분명히 그 그림자의 목소리였다. 손끝이 떨리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대체 어떻게… 왜 내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거지?’

"왜, 왜 내 머릿속에서 말하는 거야? 대체 뭐야, 너?"

나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해린이가 깨지 않도록 조심하면서도, 이 상황이 너무 무서워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다.

"나는 네 안에 있다. 계약의 증표로, 네 영혼과 연결되었다. 이제 너는 나를 피할 수 없다."

그 말에 나는 더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영혼과 연결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갔다. 차가운 유리창에 손을 대며 밖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학교의 탑들이 보였다. 그 탑들 너머, 내가 깨운 그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럼… 내가 뭘 해야 하는데? 나 같은 애가 뭘 할 수 있다고?"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머릿속의 목소리는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낮게 울렸다.

"곧 알게 될 것이다. 네 첫 번째 시험이 다가오고 있다. 준비하라."

"시험? 무슨 시험?"

나는 다급하게 물었지만, 더 이상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머릿속이 조용해졌고, 다시 고요한 밤이 찾아왔다. 나는 침대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썼다. 심장이 여전히 빠르게 뛰었고,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험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야? 학교 시험 말하는 게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이 가슴을 짓눌렀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피곤한 눈을 비비며 강의실로 향했다.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머리가 멍했다. 오늘은 첫 번째 실기 평가 날이었다. 기초 마법 주문 세 가지를 성공적으로 시연해야 하는 시험. 나는 이미 망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강의실에 들어서자, 학생들이 각자 지팡이를 들고 연습하는 모습이 보였다. 유리아는 이미 완벽한 주문을 시연하며 주변 학생들의 감탄을 받고 있었다. 그녀의 지팡이 끝에서 나오는 빛은 마치 춤을 추듯 우아하게 움직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애랑 비교하면, 나는 그냥… 한심한 꼴찌일 뿐이지.’

곧 시험이 시작되었다. 라우엘 선생님은 우리를 한 명씩 불러 평가를 시작했다. 나는 맨 마지막 순서였다. 앞서 시험을 본 학생들이 하나둘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점점 더 긴장되었다. 심지어 해린이도 작은 실수를 했지만, 그래도 주문을 완성하며 합격 점수를 받았다. 그녀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하린아, 너도 할 수 있어! 힘내!"

그 미소에 조금 힘이 났지만, 여전히 손이 떨렸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을 때, 나는 지팡이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라우엘 선생님의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졌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첫 번째 주문을 외웠다. ‘이그니스 플로라!’

지팡이 끝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나는 깜짝 놀라며 숨을 죽였다. ‘성공… 했나?’ 하지만 그 순간, 불꽃이 갑자기 커지며 폭발 직전의 상태가 되었다. 나는 다급하게 지팡이를 내려놓으며 소리쳤다.

"선생님, 잠깐만요!"

라우엘 선생님이 재빨리 보호 마법을 걸어 폭발을 막아주셨다. 교실은 다시 한 번 소란스러워졌고,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감쌌다. 또다시 실패였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한숨과 웃음소리가 귀를 찔렀다.

"최하린, 대체 집중을 좀 해보게. 이건 기초 중의 기초야. 다음 주문으로 넘어가."

선생님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번째 주문을 준비했다. 이번엔 빛을 만드는 주문, ‘루미나 플로라’였다. 나는 눈을 감고 집중하려 했지만, 머릿속에서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렸다.

"인간, 네 힘이 이것뿐인가?"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 ‘왜… 왜 지금 이런 소리가 들리는 거야?’ 심장이 쿵쿵 뛰며 손이 떨렸다. 나는 억지로 집중하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다행히 이번엔 작은 빛이 만들어졌다. 비록 약하고 흔들렸지만, 실패는 아니었다.

"좋아, 최하린. 이번엔 좀 나았군. 마지막 주문으로 넘어가."

라우엘 선생님의 목소리에 나는 조금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주문은 바람을 일으키는 ‘벤투스 플로라’였다. 나는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며 주문을 외웠다. 그런데 그 순간,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네 첫 번째 시험은 지금 시작된다."

"뭐, 뭐야?"

나는 무의식적으로 소리쳤다. 주변 학생들이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나는 급히 입을 다물고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런데 갑자기 지팡이 끝에서 강렬한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내가 의도한 것보다 훨씬 강력한 힘이었다. 바람은 교실 안을 휩쓸며 책상과 의자를 뒤집어 놓았다.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숙였고, 라우엘 선생님은 다급히 보호 마법을 펼쳤다.

"최하린! 대체 무슨 짓이야!"

선생님의 외침이 들렸지만, 나는 멍하니 지팡이를 내려다보았다. 이건… 내가 한 게 아니었다. 아니, 내가 한 거 맞는데, 내가 통제한 게 아니었다. 머릿속에서 다시 목소리가 울렸다.

"이것이 네 잠재력이다. 느끼는가?"

나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웠다. 이 힘은 대체 뭐지?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아니, 이건 내 힘이 아니야. 이건… 그 그림자의 힘일까?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고, 온몸이 떨렸다.

라우엘 선생님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최하린, 시험은 여기서 끝이다. 나중에 따로 보자."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자리로 돌아갔다. 주변 학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유리아는 팔짱을 낀 채 나를 비웃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낙제생은 뭘 해도 문제만 일으키네."

그 말에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그 목소리가 계속 맴돌았다. ‘첫 번째 시험’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이 힘은 정말 내 것일까, 아니면 나를 조종하는 그 그림자의 것일까? 불안과 설렘이 뒤섞인 감정 속에서, 나는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시험을 직감했다. 이 학교에서의 생활은, 이제 막 시작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