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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이후, 교실은 여전히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자리로 돌아와 책상 위에 엎드린 채 고개를 들 용기가 없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속삭임과 비웃음이 칼처럼 가슴을 찔렀다. 유리아의 냉소적인 목소리가 다시 한 번 귀를 파고들었다.
"정말, 저 애는 매번 사고만 치네. 저런 애가 왜 이 학교에 있는 거지?"
그 말에 나는 이를 악물었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나도 나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는 걸. 하지만 머릿속에서 울리는 그 목소리, 그리고 방금 전 지팡이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바람은 분명 내가 통제하지 못한 힘이었다. 그게 내 것인지, 아니면 그 검은 그림자의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건 평범한 마법학교 생활이 아니게 될 거라는 예감.
수업이 끝난 후, 라우엘 선생님은 나를 따로 불렀다. 나는 떨리는 다리로 선생님의 연구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선생님은 책상 뒤에 앉아 서류를 훑어보고 계셨다. 날카로운 눈빛이 나를 향하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최하린, 오늘 시험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 바람은 네가 통제한 게 아니었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솔직히 말해봐."
선생님의 목소리는 차갑지만, 어딘가 걱정이 섞여 있는 듯했다. 나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잠시 망설였다. 그 복도에서 있었던 일, 검은 그림자와의 계약, 머릿속에서 들리는 목소리… 이 모든 걸 털어놓아야 할까? 하지만 만약 말한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퇴학당할까? 아니면 더 큰 문제가 생길까? 불안이 가슴을 짓눌렀다.
"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주문을 외웠는데, 갑자기 그렇게 됐어요."
나는 결국 거짓말을 선택했다. 선생님은 나를 한참 동안 말없이 바라보셨다. 그 눈빛은 마치 내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했다. 나는 숨을 죽이고 선생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린, 마법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야. 마음과 영혼이 담겨 있는 힘이다. 네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면, 언젠가 그게 너를 더 위험하게 만들 거야. 알겠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선생님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내가 숨기고 있는 이 비밀이 나를,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말할 용기가 없었다.
"앞으로 실기 수업 전에 나한테 따로 와서 훈련을 받도록 해. 네 마법은 통제가 안 되는 상태야. 이대로 두면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어."
"네, 선생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는 작게 대답하며 연구실을 나왔다. 복도를 걸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따로 훈련이라니, 나한테 도움이 될까? 아니, 그보다 머릿속에서 들리는 그 목소리가 계속 나를 방해한다면, 훈련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불안한 마음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날 밤, 기숙사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달빛이 방 안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해린이는 옆 침대에서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오늘 있었던 일을 곱씹었다. 그 바람, 그 목소리, 그리고 라우엘 선생님의 날카로운 눈빛까지. 모든 게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때, 다시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인간, 네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 심장이 쿵쿵 뛰며 손끝이 떨렸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 대체 왜 자꾸 내 머릿속에서 말하는 거야? 나 좀 내버려 둬!"
"나를 피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연결되어 있다. 네가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너를 해치지 않는다."
그 목소리는 차갑지만 어딘가 부드러운 울림이 있었다. 나는 이불을 끌어안으며 몸을 웅크렸다. 이 상황이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동시에, 이상하게도 그 목소리에서 위안을 느끼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대체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그럼… 내가 뭘 해야 하는데? 너는 나한테 뭘 원하는 거야?"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너의 잠재력을 깨워라. 네 안에 잠든 힘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내일 밤, 학교 뒤편 숲으로 오라. 거기서 너를 기다리겠다."
"뭐? 학교 뒤편 숲? 거긴 출입 금지 구역이잖아!"
나는 무의식적으로 소리쳤다. 다행히 해린이는 깨지 않았다. 나는 숨을 죽이며 다시 목소리를 기다렸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머릿속이 다시 고요해졌다.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학교 뒤편 숲이라니… 거긴 학생들이 절대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다. 소문에 따르면, 그 숲에는 고대 마법의 흔적이 남아 있어 위험하다고 했다. 그런데 왜 거기로 오라는 걸까? 불안과 호기심이 뒤섞인 감정이 가슴을 짓눌렀다.
다음 날, 하루 종일 그 목소리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도 집중할 수 없었고, 해린이와의 대화에서도 자꾸 딴생각을 했다. 해린이는 내 표정을 보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하린아, 너 괜찮아? 어제 시험 이후로 계속 멍해 보여. 무슨 일 있는 거지?"
나는 억지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밤에 잠을 잘 못 잤어."
"정말이야? 무슨 고민 있으면 나한테 말해. 우리 친구잖아!"
해린이의 따뜻한 말에 가슴이 찡해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고마워, 해린아. 나중에 말할게."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숲으로 가기로 결심하고 있었다.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 목소리가 말한 ‘잠재력’이라는 단어가 계속 마음을 흔들었다. 내가 정말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이건 모두 그 그림자의 장난일까? 알 수 없었지만,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밤, 기숙사에서 모두가 잠든 시간을 기다렸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달빛이 어제보다 더 밝게 느껴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옷을 갈아입고, 낡은 로브를 걸친 뒤 기숙사를 빠져나왔다. 복도를 지나 학교 뒤편으로 향하는 길은 어둡고 고요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귀를 스쳤다. 심장이 쿵쿵 뛰었고, 손끝이 차갑게 느껴졌다.
학교 뒤편 숲 입구에 도착했을 때, 나는 잠시 망설였다.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달린 낡은 철문이 눈앞에 있었다. 저 너머는 어두운 숲이 펼쳐져 있었고, 안개가 끼어 있어 더 음산하게 느껴졌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철문을 밀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고요한 밤을 깨뜨렸다.
숲 안으로 들어가자, 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이 길을 비춰주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스치는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 이곳은 정말 위험한 곳일까? 아니면 그 목소리가 나를 함정으로 이끄는 걸까? 불안이 가슴을 짓눌렀지만, 이제 와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숲 깊숙한 곳에 이르렀을 때, 나는 멈춰 섰다. 눈앞에 작은 공터가 나타났고, 그 한가운데 검은 그림자가 서 있었다. 달빛 아래에서도 그 형체는 흐릿했고, 여전히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숨을 삼키며 한 걸음 물러섰다.
"너… 정말 왔네."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림자는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그 움직임은 마치 물 위를 떠다니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두려워할 필요 없다, 인간. 나는 너를 해치지 않는다. 오늘 밤, 너의 첫 훈련이 시작된다."
"훈련? 무슨 훈련?"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림자는 대답 대신 손을 뻗었다. 그러자 공터 한가운데 보랏빛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 빛은 어제 계약을 맺을 때 본 것과 똑같았다. 나는 숨을 죽이며 그 마법진을 바라보았다.
"네 안에 잠든 힘을 깨워라. 네가 통제하지 못하는 힘이 무엇인지 느껴야 한다. 마법진 안으로 들어와라."
나는 망설였다. 이건 정말 안전한 걸까? 하지만 그림자의 목소리에는 이상한 끌림이 있었다. 나는 천천히 마법진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온몸을 감싸는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손끝에서 전율이 일었다.
"눈을 감고 집중해라. 네 안의 힘을 느껴봐."
그림자의 말에 나는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이상한 감각이 밀려왔다. 마치 내 안에 뜨거운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느낌. 그 불꽃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강렬했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이게… 내 힘인가? 아니, 이건 너무 강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두려워하지 마라. 네가 깨운 힘이다. 이제 그것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림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나는 눈을 뜨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마법진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내 손끝에서 춤추듯 움직이며 공터를 밝혔다. 나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으로 그 빛을 바라보았다. 이건… 정말 내 힘일까?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숲 속에서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그림자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나를 향해 낮게 말했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다. 다시 만날 때까지 네 힘을 숨겨라."
"뭐? 잠깐만!"
나는 다급히 소리쳤지만, 그림자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마법진의 빛도 꺼졌고, 공터는 다시 고요한 어둠으로 돌아갔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뭇가지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누군가 나를 따라온 걸까? 아니면 이 숲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걸까?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고, 나는 지팡이를 꽉 쥔 채 몸을 웅크렸다. 이 밤이 끝나기 전에, 나는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불안과 설렘이 뒤섞인 채, 나는 어둠 속에서 다음 소리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