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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 울려 퍼진 검소리 뒤로 한세아는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칼끝에서 반사되는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한순간의 두려움 대신 결단이 자리 잡은 눈빛은 날카로웠다. 그녀의 심장은 광란의 북소리처럼 거세게 울리고 있었다. 그녀는 떨어지는 순간 공중에서 날듯이 회전하며 황제 제안의 옆에 안착했다.
부딪히는 금속 소리가 울리고, 제안의 등 뒤에서 그녀는 숨을 고르며 그를 응시했다. "폐하, 이제 시작입니다."
제안은 무겁게 말을 꺼내려다 이내 고개를 갸웃댔다. "세아 공녀, 그리 멀리 가지 않았군요."
"라에르 공작이 그 장난감을 꺼내들 줄 몰랐지만," 그녀는 날카롭게 말했다.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죠."
샹들리에에서 떨어지는 촛농이 그들의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연회장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작은 동요가 일어나고 있었다. 나무로 만든 긴 테이블은 금방이라도 쪼개질 듯 불안하게 삐걱거렸다.
"한 가지 우린 알고 있었죠," 제안이 말을 이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날카로운 절벽 끝에서 우린 이때에 기대 서 있다는 것을."
그때였다. 꼿꼿이 서 있던 라에르 공작이 조용히 웃기 시작했다. 그의 웃음은 주위의 모든 소음을 잠식하는 듯, 날카롭게 퍼져 나갔다. 긴장감은 찰나의 날이 되었다.
"폐하와 공녀님께 두 번째 기회를 드리죠," 라에르 공작은 고개를 들고 말을 이었다. "이번 연습이 끝나면,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말이죠."
그의 말에 반응할 틈도 없이, 한쪽 문이 열리면서 새로운 인물이 그 틈바구니로 나타났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차가운 공기를 쏘는 듯한 눈빛에서 그녀는 잠시 숨이 막혔다. 그 인물은 바로 아리안이었다.
"아리안…?"
세아는 심장이 멎을 듯 느렸다. 순간 그녀는 아리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벗겨지는 비밀들이 바람이 되어 휘몰아치는 기분이었다. 아리안은 평소와 같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세아를 맞이했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에는 한층 날카로운 예리함이 숨어 있었다.
"세아, 이런 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 그녀가 말했다.
제안은 고개를 돌려 아리안을 주시했다. "공녀님과의 우정은 믿을 수 있겠습니다. 이 순간까지라면 말이죠."
아리안의 눈빛이 잠시 제안을 스쳤다가, 다시 한세아에게 돌아왔다. 복잡한 마음이 그려질 듯 하지만, 그녀는 단호한 결심을 감추지 않았다.
"라에르 공작과 난 오랜 친구였어. 하지만, 그건 옛날 얘기지."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순간 상황이 차츰 복잡해져갔다. 한세아는 여러 가지 감정을 속으로 채우며,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했다.
"아리안," 그녀는 간신히 흔들리던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정말 그가 원하는 게 뭔지는 알아?"
그녀의 질문에 아리안이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갈등의 흔적이 얼핏 비쳐났다. 아리안의 입술 가장자리가 살짝 흔들리며,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세아, 모두 우리가 선택한 길이야.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선택 말이야."
제안은 한세아를 바라보며 그를 믿어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녀는 그의 눈빛 속에서 어떤 확신을 찾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각자의 호흡을 통해 이어졌다.
그러나 그때, 급작스러운 충격이 그들을 덮쳤다. 다급한 외침이 벽을 뚫는 듯 울리며 확성기를 통해 전해졌다.
"전투 준비 태세로 돌입하라!"
사방에서 파열음이 이어졌고, 둘러싼 공간이 숨막히기 시작했다. 아리안의 손이 세아의 팔을 붙잡았다.
“명심해, 세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충격적인 예감 속에서, 그녀는 점점 변해가는 세상을 느끼며 그 길을 걸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가오는 폭풍 속에서 어둠은 더 진하게 드리우며 그들을 감싸냈다. 그 순간 세아는 단호하게 결단을 내렸다.
그녀는 확고한 결정을 마음에 품고, 곧 닥쳐올 시련 앞에 서 있었다. 모든 것이 결코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갔으며,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막 중요한 고비를 맞이하려는 참이었다.
연회장 밖에서 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그들 각자의 선택과 책임의 무게는 여전히 현존했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는 드디어 무엇으로 향할 것인가?
그러면서도, 마지막 순간에 그들이 맞닥뜨린 진범의 정체는 아직 미궁 속에 남아 있었다. 그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진실의 끈을 더욱 단단히 조여야 했으므로, 그들이 헤쳐 나가야 할 여정은 뜻밖의 장애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 길이 끝나는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무엇이든 그들이 서서히 해답을 찾아가리라는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 먼 여정 끝에 밝혀질 모든 것들이, 모든 것을 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