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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서리로 얼어붙은 복도의 양 끝. 나는 숨을 몰아쉬며, 제안을 향해 날카롭게 외쳤다. 발굴되고 있는 기억의 구름이 마치 쓸려가는 먼지처럼 퍼졌다.
“내 잘못이 아닐지도 모른다,” 제안의 목소리, 그 알 수 없는 결의가 사방의 벽에 부딪히며 울렸다. 그의 얼굴은 결단과 의심 사이에 서서, 묘한 빛을 발했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 두 갈림길의 교차점, 그 자신은 그 길을 앞서 나갈 준비를 이미 끝마친 듯했다. 제안은 내 손을 잡고, 몸을 숙여 복도의 끝자락을 바라보았다.
빛이 길게 찢어져 들어오는 틈새로, 나는 우리의 다음 행보를 결정해야 했다. 파랗게 반짝이는 눈동자가 흔들리며, 그 속에 은근한 기대와 절망이 함께 엉켜 있었다.
“다시 한 번 대화를 하자. 진실을 찾아야 해.” 제안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지만 정확한, 그러나 어딘가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복도의 끝에서 들려온 변박의 발걸음 소리가 우리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아무 예고도 없이 등장한 그 그림자, 라에르 공작이었다. 그의 발소리는 마치 무심한 파도처럼 균일한 리듬을 가지고 있었다.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야.” 공작은 웃음을 잃지 않고 말했다. 그는 그저 상황 전체를 지켜보는 이방인처럼, 우리의 가운데에 서 있었다.
나는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그와 마주보았다.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돌았다. 그의 입술 끝에서 마치 묘한 미소가 번져 갔다.
“폐하가 어찌해야 할지 잘 알고 있을 줄로 믿어.” 라에르 공작은 그저 상황을 지켜보다가, 느긋하게 고개를 숙였다.
제안은 조금도 물러나지 않은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 무엇이든 참아내고, 해내겠다는 결연함이었다. 그가 다시 한번 내게 눈길을 돌렸다.
“세아 공녀, 믿고 따를 수 있을까요?” 그의 목소리에 묵직한 책임감이 담겨 있었다.
“기꺼이 따라가겠습니다.” 나는 확신을 가질 수 없는 미래를 내다보며 겨우 대답했다. 그 순간, 불길한 예감이 밀려오면서 그와의 믿음을 무조건적으로 검증하는 상황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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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터질 것 같은 이 설렘과 공포는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내 몸을 감싸며 중얼거렸다. 현실감 없는 긴장과 떨림.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그 순간 역시 가까워지고 있었다.
“세아 공녀, 결단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혼란에 젖어있는 시간에 끌려다닐 수는 없죠.” 라에르 공작은 신비로운 미소를 번지며 다가왔다.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는 만큼의 여유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순간 서늘한 바람이 복도에 스쳐 지나가며 우리의 살을 휘감았다. 라에르 공작과 내가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는 찰나, 그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공작, 당신이 정말 이런 계획을 벌였다면, 나는 그것을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입니다.” 제안의 말이 소음 속에서 명확하게 들려왔다.
“우리가 세상 모든 것을 장담하진 않죠.” 라에르 공작은 천천히 손을 올리고는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아리안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의미심장한 순간이 다가왔다. 그녀는 여전한 눈빛을 보내며 공작 옆에 섰다.
"이 또한 선택입니다. 서로에게 쓰여져 있는 운명처럼요." 아리안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익숙한, 그러나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제안과 나는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그의 눈 속에서는 오로지 진실의 빛만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도무지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 순간, 또 다른 그림자가 비틀거리며 우리의 영역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장치는 희미하게 울리며 소리를 놓쳤고, 우리는 모두 순간 조용해졌다.
눈부신 빛 속에서 갈색 머리가 푸르게 물들어간 인물이 보였다. 캐릭터의 실루엣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는 숨을 죽이며, 급하게 머리를 굴렸다. 그의 등장에 선택도 변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과연 어디로 가는 것 같은가?” 생각의 조각들이 조각조각 엮이며, 결정적인 방향 안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선택은 무엇일까? 혼돈 속에서 나의 결정이 반짝이며, 어떤 소리가 그 선을 넘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했다. 과연 무엇이 우리 앞을 가로막을 것인지, 그 모든 것을 알지 못한 채 불안하게 남아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선택을 내려야 할 시간이야...” 그 말을 남긴 채 황제가 뒤를 돌았다. 동시에, 나는 다시 꿈틀거리는 혼돈 속에서 길을 찾아야 했다.
눈부신 빛이 다시 바닥에 비쳤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 우리 앞에 아직 모든 것이 남아 있음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