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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낯선 천장이 보였다. 이게 대체 뭐지 싶어서 고개를 돌려봤다. 익숙하지 않은 벽지와 고풍스러운 가구.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어색함에 확실해졌다. 이건 우리 집이 아니다.
잠시,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혼란스러웠다. 분명히 어제까지만 해도 무난한 회사원인 내 삶을 살고 있었는데, 지금 이곳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러자 문득 내 안의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소설 속에서 내가 좋아하던, 그러나 그 결말은 너무도 잔혹했던 이야기. 그 속의 악녀 '한세아'의 방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의식을 가다듬을 때, 문이 열리며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폐하께서 뵙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순간적으로 얼굴이 굳어졌다. 머릿속에 영화처럼 스쳐가는 장면들. 황제, 그리고 그의 차가운 시선...
'맞아! 한세아는 결국 그에게 버림받고 죽었지.' 순간 머리가 하얗게 변하며, 현실의 무게가 나를 짓눌렀다.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 다시 화사하게 웃으며 사람을 홀려야 한다. '이제 연기해야 해. 살아남아야 한다.'
"알겠어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모르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목 밖으로 나왔다. 마치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들리는 나의 목소리.
황금빛 복도를 걸어가며 심호흡을 했다. 저 멀리 기다리고 있는 황제를 떠올릴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황제가 단상이 아닌 의자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운 눈빛이 아닌, 예상 밖의 따뜻함이 엿보였다. 이건 또 뭐지?
"드디어 만났군, 한세아." 그가 말했다. 목소리가 부드럽고 달콤하게 들렸다. 원작에서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형태였다. "소문보다도 훨씬 아름다우시군요."
얼떨결에 고개를 숙인 채, 나의 내면은 비명을 질렀다. 왜 이래? 이 상황은... 이건 원작대로가 아니잖아?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과찬이세요, 폐하. 폐하야말로 소문보다 훨씬 더... 따뜻하신 걸요."
그는 미소로 답했다. 어쩌면 내가 기억하는 그가 아닐 수도 있었다. 아니면 그저 나의 처형을 준비하는 것이려나. 그 어느 쪽이건 내 가슴 속에서 부쩍불쩍 무언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