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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문 뒤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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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차가운 공기는 마치 모든 소리를 숨 죽이고 있었다. 거리의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깜빡이며 진혁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그는 손에 쥔 쪽지를 다시 쳐다보며 무대 뒷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쪽지에 적힌 언어는 그에게 있어 음악의 새로운 장이 될지도 모를 지도였다.

무대 뒷편의 문은 어두웠고, 그 문턱이 낯설게 느껴졌다.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고, 그 너머로 불안감이 휘몰아쳤다. 그러나 그의 가슴속 어디에선가, 모험을 향한 기대감이 의미 없이 커지기만 했다.

그러던 찰나, 누군가의 손가락이 그의 어깨를 건드렸다.

"진혁씨, 시간이 흘러도 그때와 똑같군요." 낮고 차분한 음성이 귀를 스쳤다. 버스킹 무대를 잃고 나서 처음 듣는 음성 같은 기분이었다.

그의 시선이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검은 모자를 깊게 눌러쓴 남자, 그저 한 명의 이방인으로 보였지만 그의 눈에는 익숙한 빛깔이 감돌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죠?"

그는 답 대신 흘러나오는 낮은 웃음을 건넸다. "제 이름은 나중에 알아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그간의 긴 시간 동안 내가 보고 듣고 느껴왔다는 거죠." 어딘가 미세한 떨림이 그의 목소리에 깃들었다.

진혁은 가슴 한구석에서 끓어오르는 묘한 감증을 감출 수 없었다. "당신 본 적 있었던가요?" 그의 질문은 자연스레 이어졌다.

남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겠죠. 그러나 제가 궁금한 건 진혁씨의 선택이에요. 진정한 음악의 길이 어떤 건지 알고 싶지 않나요?" 그의 질문에 진혁은 망설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 침묵은 불안보단 오히려 강렬한 의문을 더 증폭시킬 뿐이었다. 진혁은 속삭이듯 대답했다. "확신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해요."

남자는 여전히 낯선 미소를 띠며 진혁의 등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그렇다면 저를 따라오세요. 음악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진혁은 그를 따라 좁고 어두운 복도를 걸어 나갔다. 이 비밀스러운 통로의 끝이 무엇일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의 발걸음은 점점 더 가벼워졌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작은 숲 사이에 자리 잡은 허름한 카페였다. 창가에는 몇 무리의 사람들이 작게 무리를 이룬 채 앉아있었다. 스피커에서 아래로 흘러나오는 음악은 그 무엇보다도 진혁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잘 찾아왔네요," 남자는 카페의 안쪽에서 익숙한 사람들을 향해 손짓했다. 그리고 눈길이 닿는 곳에 자리한 소녀가 진혁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 순간 불현듯 휴짧았던 눈 맞춤이 피어올랐다.

"진혁!" 그녀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으나 분명했다. 혜진이었다. 그녀는 미소 속에 어떤 안도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녀의 옆에는 석준이 있었다. "네가 온다더니 정말이었군," 석준은 머쓱한 듯 고개를 긁적였다.

진혁은 가슴의 묵직함을 끌어안고 말했다. "어떻게 여기 있는지 몰랐어, 그런데 기분이 좋아." 언제나처럼 신나게 말하는 혜진과 달리 석준은 눈빛만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다시 시작할 준비 된 거지?" 혜진은 진혁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맞아. 더 이상 멈추지 않을래." 그의 대답은 커피 향이 은은히 퍼지는 카페 안을 가득 채웠다.

남자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큰 무대는 아직 멀지 않았어요. 우리가 여기 모인 것처럼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할 수 있으니까요."

진혁은 그 말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사랑하는 친구들과 음악을 통해 새로운 시작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 한편에는 여전히 남아있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새로운 인물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검은 모자를 벗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부신 조명 아래 드러난 그의 얼굴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과거의 한 조각을 흔들어 놓았다.

"이렇게 다들 모여있으니 기쁘군요. 이제 중요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기에 준비를 해야 해요."

그가 입을 떼는 순간, 진혁의 모든 신경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들의 음악 여정은 이제 비로소 진짜 무대로 향할 준비를 마쳤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가 어둠 속에 숨죽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