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구백육십팔 년 십이월 십사일, 오후 네시 마흔한 분. 나는 수첩을 꺼내 현재 시각을 적어나갔다. 그리고 들고 있던 녹음기를 가슴팍에 댄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시를 읊듯이. "브란덴부르크 남작의 동선에 이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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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당원과 내통을 하는 모습도 안 보이고, 누군가와 주고받는 편지는 더더욱 없다. 그를 모시는 하인은 오늘 열두시 사십분에 점심을 해줬으며, 곧 저녁을 대접하고 퇴근할 것이다." 그를 감시한 건 세 달 전부터였다. CIA 프랭크 요원과의 정보 공유 이후 겨우 그의 위치를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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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조건 오늘 그의 얼굴을 확인한 뒤 죽일 것이다. 기회가 없다면 내일이라도 좋다. 내 민족을 위해서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의 숨통을 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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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벤치에 앉아 그의 집 창문을 관찰했다. 어두운 조명 탓에 그의 모습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칠십 도 넘게 꺾인 노쇠한 실루엣이 그림자를 통해 어렴풋이 보였다. 여타 수많은 유대인 학살자들을 체포해 이스라엘 재판정으로 넘긴 기억이 있었다. 솔직히, 브란덴부르크 남작이 그러지 않는다는 사실에 오히려 더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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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속죄하고 있는 건가?' 여기 오기 전까지 나는 그가 다른 나치 당원들처럼 행동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길 마음속 깊이 바랐다. 그래야 죽여도 죄책감이 덜 할 테니까. 그런데 저 녀석은 왜 아무런 짓도 안 하지? 하인을 부리고 집세를 낼 돈은 대체 어디서 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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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브란덴부르크 작전은 결함 투성이다. 애초에 저기 살고 있는 자가 남작인지조차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만약 타겟을 잘못 알고 죽이면 어쩌지? 아니야. 그래서 내가 세 달을 감시해온 거 아닌가. 나는 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내 여동생을 생체실험에 쓰면서 무덤덤했던, 바로 그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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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시 오십 분. 그의 하인이 자물쇠를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베이컨 향기가 이곳 벤치까지 퍼져온다. 요리를 해주고 나면 하인은 떠날 것이다. 그리고 오늘 저녁 식사는 남작의 마지막 식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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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 저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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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자료를 뒤지던 나는 소피아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래, 오늘 남자친구와 데이트는 어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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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았어요. 남자친구가 향수 뭐 쓰냐고 계속 물어보는 거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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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향수가 어느 정도 먹힌 모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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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 박사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베이컨을 사들고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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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베이컨 좋아한다고 한 적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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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좋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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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구 자료를 내려놓고 그녀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래 맞다. 어서 빨리 해주렴, 너무 허기지구나." 소피아는 웃으며 서둘러 부엌으로 향했다. 나는 왼쪽 첫 번째 서랍에서 녹음기를 꺼냈다. "오늘은... 별 성과가 없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