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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사라진 기억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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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어둠이 편의점을 가득 채운 시간이었다. 막 너울거리는 섬광이 사방에 비치며 일순간 번쩍이더니, 공기 속에 퍼지던 간헐적인 전기음만이 어렴풋하게 들려왔다. 이준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숨죽이고 서 있었다. 그의 코끝을 스치는 철썩이는 냄새, 칠흑 같은 유리창에 투영된 그들의 반사된 모습이 실루엣처럼 흔들렸다.

더 이상 뒤로 물러날 수 없음을 느낀 건가. 김하나는 이준호의 곁에 서서 어둠 속을 응시하며 말했다.

"여기서 찾을 건 없을 것 같아. 우리가 찾아야 할 건... 더 깊은 어둠 속에 있는 것 같아."

그녀의 목소리는 낮지만 생동감 있었다. 그 다부진 톤이 이준호의 귓가에 속삭이듯 사라졌다.

박철수가 뒤쪽에서 다가왔다. 그의 발끝에서 미끄러지는 물건들이 낮은 소리를 냈다.

"너희들, 우리는 서둘러야 해. 곧 여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될 거야."

그의 말에 이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공기를 가로지르는 기묘한 전류가 모든 감각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그건 부유하는 막내가 갑자기 누군가에게 붙잡히려는 순간처럼 불안정했다.

이준호는 그의 주먹을 꽉 쥐었다. 그때에도 가슴 속 무엇인가가 결박되어 있는 기분이 들었다. 불길한 예감을 떨쳐내려고 하지만, 그들이 직면한 불확실한 이 상황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 순간, 먼 곳에서 다가오는 소리가 귓가에 밀려들어왔다. 가느다란 탄성을 내며 퍼지는 그 소리, 무언가가 그들을 향해 꾸준히 다가오고 있었다. 전혀 생각지 못한 바깥의 위협이 들이닥치기 시작한 느낌이었다.

김하나는 눈을 좁히며 말했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박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지체할 시간이 없어, 우리 모두 여길 벗어나야 해."

그의 재촉에 이준호는 동요가 일어날 것 같은 주변 사물들을 응시하며 판단을 내렸다.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한 형태로 다가갔던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전대미문의 자신을 카리로 몰아붙이는 외부의 힘에 저항해야 했다.

공기의 떨림이 뛰놀기 시작했다. 김하나는 두 팔을 벌리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 순간, 머리 위에서 무엇인가 집락이 있는 듯한 중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준호는 그녀를 손짓해 앞으로 재촉했다.

시간은 그들을 무시했고, 이준호는 그 순간 자신의 판단을 굳게 믿었다. 그들의 가슴 속 불안정한 상념을 잠재운다는 것이 전체적인 상황의 소비를 초래할 결말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무엇이라도 이르게 돼야만 했다.

그 순간, 이선희가 어두운 전방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저곳에 무언가 있어, 우리의 목적지일 수도 있어."

그들의 시선은 모두 앞으로 향했다. 그곳 어딘가에서 저벅거리는 소리와 중압감이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무릇, 그들의 인지도 받지 못했던 위기는 그 순간 여러 복잡한 감정의 조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이 그 좁은 공간을 벗어나려는 찰나, 그림자가 내리는 미묘한 소리가 더 명확해졌다. 그리고 그 속의 실루엣이 분명히 무언가에 의해 견인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느린 화면처럼 움직였다.

"여기서 멈출 수 없어!" 김하나가 급하게 외쳤다.

그 순간 허공을 가르는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그들 주위의 모든 것이 파괴되면서 동시에 새로운 위협의 발소리를 낯설게 전달했다. 그리고 바로 그 사이, 그들이 예상치 못한 낯선 인물이 그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한눈에 봐도 생소한, 그러나 강렬히 흥미를 끄는 표정이 금세 그들을 사로잡았다.

어둠 속에서 또다시 무언가 다가오고 있었다.

"알지 못했던 것이, 지금 우리의 길을 가로막고 있어."

이준호의 마음 속 깊숙한 곳까지 울려 퍼지던 그 경고음이 더 이상 그들 앞에는 이제 없던 것으로 끝낸다기에는 너무 이상하게 들려왔다.

그러나 그 순간, 그들의 뒤에 무엇인가가 끓어오르듯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진정 무엇이었을까. 그 모든 것이 쓰여진 대로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기도 전에. 그들 앞의 그림자는 말 그대로 새로운 결단과 함께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 찰나에,

무엇인가가 피할 수 없이 다가왔다.

충격과 공포가 그들 마음 속에 서늘하게 스며들어갔다.

그것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전혀 다른 종류의 위협이었다.

하루하루가 경계처럼 번져가는 이들의 여정은, 이미 한 가지에서도 끝낼 수 없는 싸움 속으로 깊이 함몰돼고 있었다. 그들 앞의 무언가를 벗어나기 전에, 인터페이스가 그들의 기억 한 편에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을 열어젖히고 있었다.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되더라도," 김하나는 살며시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그래도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갈 거야."

어둠 속을 비집고 나온 각오가 그들의 마음 속 깊숙이 전달된 그 순간, 그들의 결정은 이제 그들 앞을 더욱 더 진지하게 감싸고 있었다.

이준호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저 너머의 무언가를 바라봤다. 그에게도 그 무엇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그것은 고요한 숨결 속에서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과거와는 다르게 운명적으로 다가오고 있는 새로운 도전은 그들 모두에게 생경할 수 있는 내재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었고, 그때문에 더 나아가야만 했다.

"정말 뭐든 벌어질 것 같아."

그리고 그때, 그들의 시야를 차단했던 실체가 눈앞에서 서서히 다가섰다. 바람은 소리 없이 다시 돌아오고 있었고, 그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불확실한 길을 향해 내디뎠다.

그렇지만 그 순간, 그들 모두는 곧 직면할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은 결국, 그들을 그 밤의 어둠 속으로 끌어들였다.

어딘가 숨어 있는 거대한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 속에서, 그들의 운명이 그 순간보다 더 가까웠다.

끝없는 무의식을 피녕하며 그들 앞에는 아직 훌륭한 여정이 남아 있었다.

그의 출발은 이제 겨우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