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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무당의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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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무당의 부름
조선의 마지막 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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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순조 연간, 한양 북쪽 끝자락에 작은 신당 하나가 있었다. 천년 묵은 소나무 아래, 무수한 귀신들의 속삭임이 끊이지 않는 그곳에 서단비가 살았다. 그녀는 조선의 마지막 무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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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신당 주위를 맴돌던 날 새벽, 단비는 제상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촛불이 흔들렸다. 귀신이 온 것이 아니었다. 살아있는 기운이었다. 그것도 아주 강하고, 무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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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신당 문이 열렸다. 비단 치마를 두른 여인이 들어섰다. 상궁 이혜명이었다. 궁에서도 가장 엄격하기로 소문난 그녀가 무당의 신당에 직접 발을 들인 것은, 그만큼 사정이 급하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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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단비. 전하께서 찾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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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궁 마마께서 직접 오셨군요. 전하의 옥체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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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 잠을 못 이루신다. 매일 밤 귀신 꿈을 꾼다며 어의도 손을 못 쓰고 있어. 네가 들어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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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천한 무당입니다. 감히 어찌 궁에 발을 들일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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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럴 때가 아니야. 전하께서 어젯밤 기둥을 잡고 '그것이 날 부른다'고 하셨어. 어의가 귀신 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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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는 입술을 깨물었다. 실제로 며칠 전부터 이상한 기운이 한양 전체에 감돌고 있었다. 뭔가 거대한 것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그것이 왕을 노리고 있다는 것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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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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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안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단비가 편전 앞에 섰을 때, 이상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았다. 이미 무언가가 이곳에 깃들어 있었다. 문이 열리고, 왕이 앉아 있었다. 이하윤. 스물다섯의 왕. 창백한 얼굴에 눈 아래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 채, 그는 단비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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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무당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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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전하. 소녀 서단비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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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보이느냐. 내 뒤에 서 있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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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는 왕의 뒤를 보았다. 거대한 그림자가 왕의 어깨 위에 드리워져 있었다. 인간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된, 아주 강한 무언가였다. 단비의 손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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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