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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를 말리지 않겠습니다."
시아의 목소리가 침실 안을 가로질렀다. 카이로스의 눈빛이 변했다. 미세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그것이 깊어지는 방향으로.
"하지만 이건 당신의 싸움이 아니다."
"이미 제 싸움입니다."
시아가 한 발짝 나아갔다. 촛불이 그의 얼굴을 더 분명하게 비추었다. 그 광선 속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알았다. 저 사람이 얼마나 오래 버텨왔는지를. 매 순간이 자신을 깎아내리는 선택지들 속에서, 하나하나를 버티며 여기까지 온 것을. 그런 인간이 이제 자신 때문에 무언가를 포기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제가 궁궐에 올 때부터 이미 시작됐어요. 황태자 전하께서 저를 노렸을 때부터요."
카이로스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그 틈에서 시아는 계속 말했다.
"당신이 제 앞에서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 날 말려 봐라."
카이로스가 돌아섰다. 침실의 문으로. 그 손이 문고리를 집으려는 순간, 시아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자신이 그럴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는 행동이었다.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손목은 뜨거웠다. 맥박이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보냈습니다."
세렌의 목소리가 복도에서 들렸다.
"황태자 전하께 사람을."
시아의 손이 떨어졌다. 카이로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등만 보였다. 그리고 그 등 너머로, 복도 쪽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발소리들.
"내 명령으로 왕국 동쪽의 모든 성문을 닫았습니다. 황태자 전하는 도망칠 수 없습니다."
세렌이 침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 뒤로 근위대 여덟 명. 각자의 손에는 횃불과 검이 들려 있었다.
"지금 동쪽 회랑에서 황태자 전하의 패거리들이 체포되고 있습니다. 도주를 시도한 자들도 있습니다만, 경로상의 관문마다 우리 병사들을 배치해뒀으므로——"
"상황 보고는 나중에 하고, 지금은 나가라."
카이로스가 한 마디로 끊었다. 세렌과 근위대들이 일제히 침례를 하고 뒤로 물러섰다. 문이 닫혔다.
다시 둘이 남았다.
"당신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보여야 합니다."
시아가 말했다.
"황태자 전하께 당신이 무엇인지. 당신의 온기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그 모든 것을 말이에요."
카이로스가 천천히 돌아섰다. 침실의 한가운데에서 그의 실루엣이 검은색으로 떠올랐다.
"나는 이미 충분히 보여줬다."
"아니에요."
시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자신도 알아차릴 정도로.
"당신은 아직 절반만 보여줬어요. 칼을 들고 있는 모습만. 사람을 버리는 모습만.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저는 알아요. 그 눈 속에서 봤으니까요. 상처 입은 것도, 흘린 눈물도——"
"시아."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방식이, 다시 한 번 달라졌다.
"당신은 내 황후다."
그가 다가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시아의 숨이 얕아졌다.
"그 말은."
카이로스가 그녀의 턱을 손가락으로 들어올렸다.
"당신이 나와 함께, 피 위에 선 이 왕좌 위에 앉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
"그리고 그건 죽음과 같다."
그의 눈동자가 검은 심연처럼 깊었다. 그 속에서 시아는 또 다른 것을 봤다. 분노가 아니었다. 사랑이었다. 그런데 그 사랑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얼마나 파괴적인 것인지 알고 있는 사람의 눈동자가.
"날 따라올 수 있나?"
"네."
"죽음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네."
카이로스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자신의 심장 위에. 그곳에는 따뜻함과 함께 무언가 더 있었다. 고동. 맥박. 살아 있다는 증거. 그런데 그 고동음 너머로, 침실 밖에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비명소리였다.
먼 곳에서, 그러나 분명히 궁궐 안에서 나는 소리. 남자의 비명. 비틀리는 음성. 그리고 그 다음, 또 다른 목소리.
"황태자 전하!"
누군가가 외쳤다. 기침을 섞은 목소리로. 공포에 차서.
카이로스와 시아의 눈이 마주쳤다. 침실의 촛불이 흔들렸다. 바람도 없는데.
복도에서 세렌의 목소리가 들렸다.
"폐하. 상황이——"
침실 문이 급하게 열렸다. 세렌의 얼굴에는 피가 튀어 있었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검을 쥐고 있었고, 그 검의 끝에서는 검은 액체가 떨어지고 있었다.
"황태자 전하가 자결하셨습니다."
침실 안의 공기가 멈췄다.
"——더 말씀이 있습니다. 폐하."
세렌이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눈빛은 뭔가 다른 것을 감싸고 있었다.
"죽기 전에, 황태자 전하께서 남기신 말이 있습니다."
카이로스가 움직이지 않았다. 시아의 손은 여전히 그의 가슴 위에 있었다. 그곳의 맥박이 한 박자, 한 박자 더 강하게 뛰고 있었다.
"그가 뭐라고 했나."
"폐하의 황후를 죽이겠다고 했습니다."
세렌이 눈썹을 좁혔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요."
그가 검을 내렸다. 그리고 그 검이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침실의 창문 쪽을. 밤하늘 저 너머 어딘가를.
"궁궐 북쪽에서 불이 올랐습니다. 폐하께서 심문하시던 거마실——"
시아의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다.
"거마실?"
자신의 목소리도 아닌 것처럼 들렸다.
"황태자 전하의 부관들을 심문하던 곳입니다. 그곳에 당신의……"
세렌이 시아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 동정이 있었다. 동정과 함께, 무언가 더.
"당신의 절친 소윤 나인이 있다고 했을 때, 황태자 전하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시아의 세상이 뒤집혔다.
아니. 처음부터 이미 뒤집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황태자가 취한 몸으로 궁궐에서 포착됐을 때. 그가 자신을 노렸을 때. 그리고 지금, 죽으면서까지 남긴 말——
"폐하."
세렌이 다시 입을 열었다.
"거마실의 화염 속에서 저희가 찾은 것은 나인이 아닙니다."
"뭘 찾았어."
카이로스의 목소리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돌처럼 무거웠다.
"책입니다. 그 안에 적혀 있던 이름과, 그 옆에 써 있던 숫자들——"
세렌이 시아를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폐하의 황후의 이름이었습니다."
시아의 손이 카이로스의 가슴에서 떨어졌다.
"황태자 전하는 당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이 궁궐에서 가장 위험한 비밀을——"
"세렌."
카이로스가 막았다.
"지금은."
"예, 폐하. 죄송합니다."
세렌이 침례를 하고 물러섰다. 문이 닫혔다.
그리고 침실에는 다시 둘이 남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 '둘'이 예전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아는 알고 있었다.
카이로스가 천천히 돌아섰다. 그의 눈이 시아의 눈을 찾았다. 밤 같은 눈동자가 밤 같은 눈동자를 바라봤다.
"당신은 뭔가를 숨기고 있다."
문장이 아닌 사실 진술. 명령이 아닌 확인.
"날 따라올 수 있냐고 물었을 때, 당신이 알고 있었나?"
"——"
시아가 입을 열지 못했다.
"당신이 이 왕국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황태자가 죽으면서까지 숨기려던 것이. 결국 당신이라는 것을."
카이로스가 다시 한 발짝 다가왔다.
"지금이라도 말하면, 내가 너를 지킬 수 있을까?"
그의 손이 올라왔다. 시아의 얼굴을 향해.
그 순간, 침실의 촛불이 모두 꺼졌다.
어둠 속에서 들린 것은 카이로스의 숨소리뿐이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시아는 깨달았다.
자신이 갈았던 모든 것이, 배웠던 모든 것이, 누군가의 계획 속에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누군가는 아직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