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에피소드는 오디오북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피리 소리는 포화처럼 쏟아졌다. 공기의 떨림이 귓전을 찌르고, 발밑의 돌이 미세하게 떨렸다. 불안감이 아드레날린처럼 내 피를 타고 퍼졌다. 마치 고르고던 당근을 놓치고 말하듯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이길 수 없겠어." 신시아가 혀를 내두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이마에 땀방울이 무리 지어 맺혔다. 그녀의 손끝에서 작고 푸른 빛의 구체가 이리저리 튕겨 다니다 곧 사라졌다.
레온이 손등으로 이마를 닦으며 말했다. "피리 소리를 멈출 방법 없을까?"
그 순간, 벽면에 비마가 흐르듯 스산한 바람이 지나갔다. 우리는 홀린 듯한 느낌에 몸을 떨었다. 흑백의 그늘이 주위를 희롱하며 유령처럼 스쳤다.
“아니, 이건...!” 카일이 벽을 향해 손을 뻗으며 쉰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표정은 고통과 경악이 뒤섞였다. 벽 너머에서 불타는 듯한 열기가 갑자기 드러나며 공간을 일렁거렸다.
"다들 저걸 봐야 해!" 아리아가 긴장감 속에서 손을 들어 소리쳤다. 그녀의 품속에서 작은 물결 모양의 장식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직도 피리의 여운 속에 잠겨 있었다.
선연한 붉은빛이 벽을 더러덥히더니, 마치 입체적으로 살아나듯 형상이 일렁였다. 그 형상 속에서 하나의 거대한 고대 문이 모습을 드러내며 부스러져 나왔다.
"이건... 봉인의 문?" 레온이 입을 열었다. 그는 순간 저도 모르게 몰려드는 두려움에 손을 움켜잡았다. 그의 시선은 바닥에 가로누운 형체를 따라 움직였다.
“때는 무르익었다. 이건 우리에게 다가올 새로운 기회야.” 신시아가 굳은 결의로 말했다. 그녀의 눈가는 피곤과 흥분이 교차했다.
"확실한 건지 몰라도, 하늘의 푸른 빛이 닿은 자리야." 카일이 덧붙였다. 그는 벽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움직일 때마다 땅은 다시 떨렸다.
우린 다 함께 고개를 들어 그 거대한 고대 문을 바라보았다. 흑백으로 윤곽이 드러난 문의 중앙에는 형태가 모호하지만 강렬한 기운이 감돈다. 문의 중심 안에선 은은한 빛의 갈라짐이 펼쳐졌다.
피리 소리는 드디어 사라진 듯했다. 그러나 그 순간, 문너머로부터 불투명한 손끝 하나가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그것은 강력한 힘을 지닌 채 천천히 다가왔다. 우리는 그 무엇도 아직 이해할 수 없었다.
"보조 마법진이 깨어난다!" 아리아가 주저하지 않고 뛰어오르며 경계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발끝이 자연스럽게 지탱점을 찾아내어 이동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문의 일부가 강력한 파동과 함께 열리면서 우리를 쳐다보듯 속삭였다. 그것은 초자연적 기운을 띠고 있었고, 그 간극은 분명 탐욕스럽고도 강력했다.
레온이 무심하게 말했다. "이 문 너머엔 처음 보는 세계가 있을까?"
카일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중얼거리듯 웃음을 지었다. "알 수 없지. 하지만 기회는 있다면 붙잡아야지."
아리아는 가까이 다가가 그 문을 손으로 가리켰다. "어쩌면 우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일지도 몰라."
소리 없이 확장되어가는 그 경계를 보며 우리는 몸을 움츠렸다. 그것은 더 영상적이고도 명확한 것을 요구하는 듯 손을 뻗어 대리석 바닥을 쓸어 각자의 균형을 되돌렸다.
그 순간, 문의 균열 속에서 마력의 흐름이 폭발적으로 엉켜들었다. 금속의 마찰음 같은 기척이 넘실대며 아득히 뭉쳤다.
우리는 장막의 뒤에서 우뚝 솟아오르는 또 다른 그 무엇을 마주했다. 그것은 어둠 속의 광란이라기보다 오히려 끝나지 않을 수도 있는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었다.
우리는 새로운 차원의 관문 그 안에 들여다 보며, 우리를 감싸고 있는 불확실성 속에서 각자의 의미를 찾아가는 법을 배워가야 할 것이다.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할 언제 끝날지 모를 부분적인 현실과 대치함으로써 말이다.
장막의 저편에서 더 격렬하고 강렬한 소리가 불어오고 있었다. 그 소리가 더 이상 두려운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나, 그럼으로 우리와 적이 된 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것이라는 자각이 이어져야만 했다.
결국에는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언제인지 알 수 없는 그때에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함을 모두 확실히 알았다. 그러기 위해선 그 문을 넘어 우리의 선택은 영원을 담보로 내던져야만 할 것이었다.
이제 남겨진 것은 또 다른 사건의 핵심 속으로 발을 내디뎌야 할 때라는 각인된 마음뿐이었다. 문은 열린 채 붉은 파장의 흔적으로 우리를 속박했다.
의문의 소요가 더하기 직전에, 그리고 또 다가오는 반변에 지침이 필요했다.
그리고 끝내, 그 순간, 답 즉이라는 시간을 마주해야 할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