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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소나무가 사방을 둘러싼 곳. 렇고 적막한 숲 속에서 유진은 비틀거리며 걸음을 내디뎠다. 마음속에서 매도처럼 울리는 무언가가 그때 문득 그녀의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뒤를 따라오는 것들의 발소리가 바스러졌지만, 녹여지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가 이뤄낼 수 있는 게 뭘까?" 그녀의 목소리는 수풀 속에 삼킨 듯 퀭홀쨔 무너졌다. 대답 없는 공기에 마침표처럼 닿았다.
마틴이 유진의 앞에 선뜻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경계를 살피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한차례 스쳤고 다시 유진을 향해 고정되었다. "우리는 해낼 거야. 여기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숨어 있을 수 밖에 없다."
유진의 머릿속에서 잃어버렸던 기억의 일부가 쏟아져 나왔다. 슬픔과 희망의 잿빛 파편들이 그녀의 눈앞에서 어지럽게 반짝이며 떠올랐다. 그 기억들은 한 끼 식사의 형태로 몸을 일으켰다. 낯선 향기가 불쑥 그녀의 코를 찔렀다.
그녀의 옆에 서 있던 사라의 눈이 좁아졌다. 그 역시 살필 수 있는 감각들을 최대한 펼치고 있었다. 그녀는 작고 낡은 손수를 꺼내들어 불안한 마음을 담아내려 했다. "이곳의 공기는 흔하지 않아.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한 의도가 있어 " 그녀는 말하며 조심스럽게 휘두르는 손짓으로 공기 중에 떠오르는 무언가를 살폈다.
대니는 시종일관 마틴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대체 어떤 결정이 얽힌 건지 모르겠군. 애초에 제가 여기에 있는 이유가 밝혀질 듯하지 않아서 말이야."
마틴은 대니의 말에 고개를 젓고 이 순간의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손짓으로 공간을 이끌었다. "모든 게 있을 테니, 기다려봐."
그러나 그들이 주변을 탐색하던 그 때였다. 먼 곳에서 나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나즈막한 소리에 동행하던 바람이 잠시간 사라졌다. 유진의 눈에 번뜩이는 무언가가 공간을 가르며 소리쳐왔다.
"이 소리는 뭐지?" 유진이 불현듯 목을 젖혀 외쳤다.
"무언가 있어. 우리가... 기대하던 것일지도 몰라." 마틴의 음성이 그 진동에 뚫고 나와 말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시선은 이미 지구본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때, 지구본이 생명을 부여받은 듯 깨어났다. 대지가 진동하며 그들의 공간을 뒤흔들때, 그 안에 숨겨졌던 이미지들이 빛을 발했다. 유진은 그것을 붙잡았다. "바로 이거야. 이걸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진실과 마주할 수 있을 거야."
그녀의 말에 담긴 뜻은 그들 모두에게 전해졌다. 그동안 숨기고 감춰두었던 진실의 조각들이 더이상 도망갈 길이 없었다.
그러나 그때 머리 아플 만큼 정교한 악취가 코를 간지럽히며 스쳐갔다. 순간적으로 무언가 불길한 감각이 그들 주위를 감쌌다. 그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몰리며, 앞을 가로막던 생경한 공간 속으로 시선이 모였다.
"저기 뭐가 있어!" 대니가 소리쳤다.
눈앞에 한 인물이 나타났다. 그의 실루엣이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등장에 공기는 떨림이나 다름없었다. 그곳에는 모든 진실이 놓여 있었다.
"누구...냐?" 유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인물은 아무런 미소도 표정도 없이 그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말 한 마디 없는 그 상대와 마주한 순간, 수많은 그림자 속에서 숨겨진 운명이 불현듯 다가와 해무자락이 깔렸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예고하지 않았다.
인물의 발밑에서 생명의 잔재가 흐릿한 함께 했다.
"이게 어떻게 우리를 엮었는지 알게 된다면, 정말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마틴의 손이 유진의 어깨 위를 놓았다.
큰 손이 책을 잡듯 유진의 잦은 호흡을 위한 경로를 찾았다. 나무들이 그들의 뒤를 강하게 호위하며 그늘이 계속해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 순간 그곳에서 펼쳐질 이야기가 아직도 그들의 눈앞에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