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깨듯, 교란 주파수가 또다시 공중을 가로질렀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경계를 풀려고 하던 순간, 조종실의 차가운 금속 벽이 갑자기 무너질 듯 흔들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엉덩이를 붙여 앉아있던 채로 손잡이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분명 그곳에 없었어야 할 무언가가 느껴졌다.
"어느 방향이야, 미라?" 숨소리를 가다듬으며 물었다.
미라의 손은 쉼 없이 우주선 패널 위를 날렵하게 오갔다. "우리를 겉돌아 치고 도는데…이상해. 특정한 궤적이 없어." 그녀의 목소리에 꺼려지는 무언가가 스며 있었다.
긴장감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그 자체가 공기를 밀어냈다. 시끄러운 숨소리만이 주변을 뒤덮고 있었다. 우리가 그렇게 서로의 눈을 마주한 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은 몸짓 하나조차 길게 꼬리를 물었다.
"잘 들어." 상대의 한기가 느껴질 만큼 가까이 다가온 카이는 눈썹을 찌푸린 채, 무거운 소리를 내뱉었다. "이 전함은 과거에 이미 한번 작동을 멈춘 전례가 있어. 그런데 굳이 누군가가 이를 기어이 작동하게 했다면…"
"무슨 말이에요?" 이안이 긴장에 삼킨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목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카이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기차처럼 끊임없는 연기처럼 대렸다. "이해가 안 돼. 하지만 이건 맞춰봐야 하는 퍼즐이 아니야. 그만큼 우린 이 모든 걸 종료시켜야 해."
그의 긴 손이 여전히 마멜런한 패널을 슬며시 잡아당길 때, 그 찰나를 두고, 루시안의 망토가 검은 공기를 향해 밀물처럼 흘렀다.
"우리 각자의 의지가 다르고, 이 우주의 방위선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루시안은 한적하고 품위 있게 말문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매우 철저하게 깍듯했다. "겉으로 봐도 분명한 건 남의 고유한 결단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이건 당장 여기에 앉아있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늘 외롭고 부질없어 보이겠지만, 이안," 그의 은빛 눈이 단단히 이목을 붙잡으려고 움직였다. "기억해두겠다면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생각해야 해."
그들의 시선이 부딪힐 때마다, 잊혀진 별빛은 음운도 없이 우주 먼지 속으로 조금씩 사라졌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선택이 좁혀져만 갔다.
"네 말이 맞다면, 긍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지." 이안은 답답한 듯 손을 주머니에 찌르며 지금 여기에 있는 무언가를 놓치지 않으려 고개를 들었다.
"이제 결국엔." 미라는 조용히 말을 이었고, 그녀의 눈은 깊은 우주 저 너머로 응시하고 있었다. "우리 앞에 하나의 길이 남았다면, 그것은 바로...바로 역설적인 탐험일 것이다."
움직임이 느껴지며, 우리는 그 황량한 배의 끝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걸음걸음이 마음의 결을 담아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무언가 미묘하게 지쳐온 공기가 파장처럼 우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섬짓한 기운이 잠깐 동안 감돌다 사라졌다. 마치 오래된 유령이 우리 주위를 둥근 궤도로 돌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순간, 미라가 갑자기 선명하게 외쳤다. "바로 저기!" 그녀의 손은 우주선의 창 너머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때 번쩍이던 빛무리와 평행한 희미한 스펙트럼이 보였다.
"'스펙트라 F-4', 가동 중인 시기에 실제로 사라졌던 배야…" 카이는 얽혀진 눈을 찌푸리며 그 설명을 덧붙였다.
"왜 그게 여기…" 이안은 얼어붙은 표정이 이판이 두려워하면서 지배하고 있던 수수께끼를 끝내 알아챘다.
우린 전혀 알지 못하는 세계의 경계를 넘어섰고, 그곳엔 어떤 의지로든 흠집을 낼 수 없는 경계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원래는 떠올리기 어려운 순간에도, 우리 모두는 침묵 속에서 유령을 찾으려 했다.
"이젠 정말로 선택할 수밖에..." 생기를 회복하며, 미라의 목소리가 태초부터 뒤엉킨 필연적 질문을 계속 이어갔다.
그러나 그 답을 말할 틈도 없이, 다음 순간 우리는 더 뜨거운, 이미 예상했던 방문을 맞이해야 했다.
그때였다. 어느덧 한 가지 또 다른 진실이 우리곁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 누구도 감히 꿈까지 못 꿔볼 장면과, 그 무엇이 이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조금도 가늠할 수 없었다.
이제, 우리는 숨 막히게 뒤르르 밀고 있었던 문을 방금이라도 열 준비를 마친 것처럼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꿈으로 꿈을 다시 꿉는다.
진실의 실마리는 이미 그 앞에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