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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20화
빙의된 악녀의 역행
제20화

어둠 속의 메시지

"세상에, 뭐야!" 나는 잔뜩 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서히 닫히던 성문이 멈추고, 짙은 어둠 속에서 의문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흙먼지와 수증기가 어우러져 연무처럼 피어오른 공간 속에서 그 실루엣은 마치 그림자에 녹아든 듯한 모습이었다. 그 순간,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가 귀에 그대로 들려오는 듯 했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군요," 제안 황제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그의 손은 무의식중에 좌우로 퍼지며 불안감을 삼키려는 듯 보였다. 빛 하나 없이 섬뜩한 그의 검은 눈동자에서 날 선 긴장감이 방울처럼 흐르고 있었다.

"그렇군요, 폐하." 어두운 인물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적어도 내게는 그 목소리가 완벽한 익명 뒤에 숨은 의도를 담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상황이 절정에 이르렀군요."

그 순간, 그들이 통로에 놓인 장치들에 의해 서서히 밝혀졌다. 마치 긴 벽화같이 전면에 걸쳐 빛이 켜지며, 복도는 눈부시게 차갑게 비춰졌다. 불빛이 인물의 얼굴을 가볍게 비출 무렵, 내 가슴은 저도 모르게 두근대기 시작했다.

그는 바로 라에르 공작이었다.

"공작님, 끝내 이 자리로 오셨군요?" 제안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떨렸다. 그의 얼굴엔 여전히 평정심이 자리했으나, 그 곤혹스러운 기운을 나조차 느낄 수 있었다.

"전 이미 충분히 오래 기다렸습니다. 이제는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라에르 공작은 나를 보고 한걸음 다가섰다. 그의 겉옷이 흔들리면서, 천천히 내게 집중하는 그 순간의 분위기는 마치 검회와도 같았다.

"당신도 이미 알겠지만..." 이제는 그의 눈빛에서 다가오는 긴장감을 면할 수 없었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그말에 나는 불쑥 내딛던 발걸음을 멈췄다. 머리카락이 목덜미를 스치며 순간적으로 몸서리쳤다.

"그래요, 그는 당신 곁에 있죠. 하지만 몇 가지 간과한 문제가 있으니, 이 이상 중요해질 수 없습니다."

나는 그의 의미를 낱낱이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그 불확실한 의미가 내 가슴을 움켜쥐는 듯 했다. 불빛이 그의 눈망울을 적시며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제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가 입을 열었을 때, 그의 목소리는 지난한 걱정과 분노가 뒤섞인 것이었다. "라에르 공작, 우리가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라도 당신이 가진 계획의 정체를 밝힐 시간을 벌 수 있다면... 우리는 그를 지켜낼 것입니다."

그 말에 라에르 공작이 미소 지었다. "물론입니다. 이전에 고수해왔던 모든 비밀이 이제 서서히 드러나야 할 때가 아닐까요?"

공작의 어딘가 날카롭지만 우아한 목소리가 복도 깊이 울려 퍼졌다. 황제는 눈을 움켜쥐며 볼을 물어뜯었다. 이 음모의 시작이자 끝을 향한 교활함이 나를 붙잡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나는 발밑에 떨어진 작은 봉투를 발견했다. 봉투는 서투르게 밀봉되어 있었고, 그 안에는 왜인지 익숙한 글씨체가 담겨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봉투를 풀어보았다. 순간 심장의 박동이 더 강하게 울릴 정도로 심장이 떨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예고된 계략의 조각이었다.

위협적인 기운과 함께, 멀리서 또 다른 인물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공작은 마치 그 모습을 예상했다는 듯, 아무런 동요 없이 그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빠르게 정신을 차려야 했다. 이 작은 메시지는 우리를 새로운 시작의 직전까지 데려다 놓았다. 그리고 그때 표면으로 드러난 인물의 모습은…

강인한 체격에 냉랭한 카리스마로 빛나는 황제를 대하는 그의 구태여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진정한 적수였을까? 그 순간, 모든 주위의 시선이 그 자리에 집중되는 느낌이었다.

어둠 속에서 바라보는 이목구비가 서서히 드러나며, 나는 그 표정에서 또 다른 방향으로 번져가는 혼란을 엿보았다. 이 전환점에서 등장한 '그'는 누구였던 것일까? 무엇보다, 그가 음모의 중심에 서 있었다면, 우리 사이의 협력 관계는 어떻게 굳건히 지지될 수 있을까?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느꼈다. 이 외부의 적이 주는 영향력은 그 어떤 내면의 갈등보다도 강력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그렇다 해도, 나의 격한 갈증과 뜨거운 감정은 이제서야 채워지지 않은 질문들로 인해 계속 커졌고, 그 모든 답은 여전히 미궁 속에 머물러 있었다.

높아가는 긴장감과 또 다른 선택의 교차로가 우리 앞에 놓였으며, 그 순간에 우리는 진정으로 어떠한 결단을 내려야 할지 고민해야 했던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올 결말,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껏 기다려온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잡아보았다. 하지만 그때…

다시금 타고나는 긴 어둠 속으로, 모든 시작과 결정이 얽히고설키며 잠길 직전에 있었다.

📚 빙의된 악녀의 역행
1화   빙의, 그리고 현실 2화   황제의 시선 3화   악녀의 역할극 4화   불청객의 방문 5화   초대받지 않은 진실 6화   위험의 초대 7화   아침이 주는 안도감 8화   변화의 전조 9화   9화: 균열의 시작 10화   고백의 여명 11화   새벽의 약속 12화   의문의 서신 13화   불안의 살결 14화   결단의 아침 15화   어떤 선택의 대가 16화   달빛 아래의 음모 17화   위험한 초대 18화   은밀한 속삭임 19화   불안의 심연 20화   어둠 속의 메시지 21화   모든 선택의 무게 22화   어둠과 빛의 경계 23화   막다른 갈림길 24화   어둠 속의 빛 25화   암흑의 검은 무대 26화   어둠 속의 심판 27화   칼날의 속삭임 28화   운명의 분기점 29화   밤의 끝, 시작의 경계 30화   해피엔딩을 위하여 31화   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