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 위, 밤보다 짙은 어두움 속에서 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리오는 몸을 숨기려는 듯 버팀막 뒤에 숨어 있었다. 그의 안에서 고요한 분노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눈앞에 드리운 안개는 그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연거푸 맴도는 피리 소리는 오히려 그의 의지를 더욱 결정적으로 만들었다. 지금 누구보다도 깨달아야 했다. 이 모든 상황을 만든 자, 꿈의 여신 에리스의 정체를.
발목을 스치고 지나가는 찬 해풍에 리오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 순간, 발 밑의 나무 판자 틈새로 흐릿한 빛줄기가 비쳤다. 그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곳으로 향했다. 판자를 살며시 누르자, 약간씩 탄력이 느껴졌다. 리오는 숨을 삼키며 다시 한 번 밀어보았다. 그 아래로 피아노 키처럼 펼쳐진 길이 드러났다. 그것은 은밀한 통로였다.
"새로운 발견이군," 리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과연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
그는 불빛 조각을 따라 조심스레 내려갔다. 통로를 지나자 그의 눈길은 자연스럽게 가로로 뻗은 긴 복도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안에는 상상하지 못한 불가사의한 빛줄기가 스며 있었다.
"이건 그냥 조각이 아니야," 리오의 손끝이 신경질적으로 떨렸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처럼 고동치고 있었다.
그 기이함에 매혹되어 있을 때, 걸음걸이가 다가왔다. 리오의 심장은 두근거렸다. 낯선 사람, 혹은 에리스일지도 모른다. 그는 빠르게 몸을 숨겼다.
"누구인가..."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복도의 끝에서 걸어오는 인물은 두려움 없이 당당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마치 그 자신이 이곳을 주인인 양 망설임이 없었다.
그녀는 바로 에리스였다. 푸른 눈이 어둠 속에서도 빛났다. 그녀의 얼굴에는 익숙지 않은 천사의 미소가 그림자처럼 얇게 남아 있었다. 리오는 두 주먹을 움켜쥐며 그녀를 관찰했다. 그녀가 이끄는 소리, 그것의 정체를 알아내야 할 시간이었다.
"당신의 선택은 언제나 나를 흥미롭게 한다." 그녀가 리오의 의도를 읽기라도 하는 듯 이야기했다. 그의 의지를 시험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이제야 크게 드러나는군. 목적이 뭐지? 왜 우리를 이렇게 시험하는가?" 리오의 목소리는 침묵을 가르고 맑게 울려 퍼졌다.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야, 리오. 선택하지 않으면 그저 이야기가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지." 에리스는 끝없는 미로의 길을 제어하며, 도발적으로 대답했다. 그녀는 다가서며 그를 위협하듯 미소를 지었다.
리오는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마음 속 공포를 억누르며 싸우는 듯한 감정이 그의 안에서 더욱 거세게 불타올랐다. 그 순간, 귀를 어지럽히던 피리 소리가 변조되었다. 그것은 손을 뻗어 욕망의 사슬을 끊으려는듯 가늘고 강렬하게 끊어졌다.
"그 꿈의 세계. 당신이 통치하는 그곳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겠지. 하지만 현실에선 내가 진정 이 배의 주인으로 남을 선택을 할 것이다."
"그럼 보여줘. 네가 무엇을 간직하고 있는지를." 그녀의 말은 귓속을 스치는 바람처럼 가볍게 Saturday이튼 여운을 남겼다. 그런 그녀의 행동 하나엔 꿈을 꿰뚫는 듯한 신비로운 힘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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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어느새 그들이 말하는 복도의 끝에는 다른 인물이 서 있었다. 그녀는 차가운 시선을 보이며 걸어왔다. 셀리였다. 그녀의 입가엔 신중함이 가득 잉크처럼 퍼져 있었다.
"흐름이 조금씩 바뀌고 있어," 셀리가 경계하며 말했다. "이곳은 혼돈 그 자체더군. 에리스, 네가 세운 판타지 세계의 길을 헤맬 필요는 없다. 그레그가 이미 우리의 진실 된 길을 열어주고 있으니."
"그레그? 공유할수록 더 흥미로운 일이야." 에리스의 눈은 호기심으로 번졌다.
리오는 그레그의 이름이 밝혀짐에 따라 다시 한 번 긴장했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기선 길잡이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길잡이는 반드시 그가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줄 것이었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리오가 단호히 말했다. "꿈으로의 길을 열 것인지, 혹은 그 길을 닫을 것인지."
셀리와 리오는 눈앞에 드러난 비밀을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모든 것은 더 큰 혼란의 바다 속으로 끌려들어 갔다.
그레그가 언제나 느껴왔던 꿈과 현실 사이에서의 미묘한 흐름이 배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버린 것처럼 보였다. 이윽고 그 흐름은 거대한 소용돌이로 변해갔다.
"마지막 기회를 줘야겠군," 에리스의 목소리가 리오의 귓가에서 메아리쳐 울렸다. 그녀는 푸른 눈을 반짝이며 고뇌와 고민의 시간을 제시했다.
"그럼 나도 내 선택을 해보겠어." 그의 목소리는 결의로 가득 찼다. 그 선택이 혹독한 미래로 그를 인도할 것이라 할지라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마침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그 모든 신비와 진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모든 것이 끝날 수는 없다.
리오의 마음에는 더 큰 위기가 도사려 있는 듯한 예감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이 다시 한 번 악몽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후의 노력이 아닐지.
그리고, 그 모든 걸 위한 마지막 조각은 바다의 심연 속에 아직 남아 있는 듯했다. 그의 영혼 안에서는 불평이 번져갔고, 삶과 죽음의 궤적을 넘나드는 그들의 선택은 기어코 이어질 것이었다.
설마 이 모든 것이 다시금 돌고 돌아, 이제야 단서를 쥘 것인지.
천둥같은 불길함 속에서, 소금향을 풍기며 드리워진 그림자 속으로 그들은 깊숙이 들어갈 준비를 해야 했다. 그 행운은 반드시 오리라.